"파랗게 질린 아시아"…상하이까지 남진한 북극한파
따뜻한 유럽…제네바 영상 10도
북극한파가 중국 동북부와 한반도를 지나 중국 남부지역까지 동아시아 전체를 뒤덮으면서 한파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좀처럼 겨울에도 영하권 추위가 발생하지 않던 중국 남부 상하이 지역이 섭씨 영하 6도를 기록해 40년래 최악의 혹한이 몰아치며 추위가 맹위를 떨치는 모습이다.
이에 비해 유럽지역은 0~10도 이내 기온을 보이며 아시아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온화한 날씨를 보이고 있다. 북극한파가 주로 동아시아에서는 한반도, 북미 대륙에서는 미국 중부지역을 통해 남하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 겨울 간헐적인 기습한파가 자주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상하이 40년만에 영하 6도…동아시아 뒤덮은 북극한파
21일 중국 현지 국영매체인 상하이일보에 따르면 이날 상하이의 최저기온은 영하 6도를 기록해 40년만에 가장 낮은 온도를 기록했다. 북위 31도에 위치한 상하이는 아열대 기후 지역으로 겨울에도 영하권 추위가 좀처럼 찾아오지 않지만, 북극한파가 중국 남부지역까지 대거 남하하면서 강추위가 찾아온 것이다.
상하이 기상국은 앞서 전날 오후 5시부터 한파 경보를 발령했다. 한낮에도 영하권 추위가 계속되면서 당국도 시민들에게 외출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중국 당국은 갑작스러운 남부지역의 추위로 생필품 가격 급등과 난방비 증가 등을 우려하고 있다.
12월 평년기온이 영상 20도에 달하는 홍콩 지역도 이날 9도까지 기온이 떨어지는 등 아열대, 열대 기후를 가진 중국 최남단 지역들도 평년대비 기온이 10도 이상 크게 내려갔다. 앞서 중국은 동북부지역을 중심으로 돌풍을 동반한 영하 30도 이하의 혹한이 몰아치면서 일부지역에서 도로 및 철도, 항공교통이 마비되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따뜻한 유럽…스위스 제네바 10도, 모스크바 2도이처럼 얼어붙은 동아시아의 혹한과 달리 유럽지역은 상대적으로 온화한 날씨를 보이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유럽지역 대부분 지역은 대체로 0~10도의 기온을 보이고 있다.
WMO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알프스 산맥 서부에 위치한 도시인 제네바는 영상 10도, 추위의 도시로 알려진 모스크바도 영상 2도를 기록하고 있다. 유럽지역은 12월 초부터 지난주까지 많은 양의 폭설이 내린 이후 기온이 올라갔다.
지난해 1월 20도가 넘는 이상 고온으로 눈이 모두 녹아내려 스키장이 폐쇄됐던 스위스와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 산맥의 스키장들은 적설량과 추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스위스에서는 적설량 측정을 위해 신규 인공지능(AI)가 개발되기도 했다.
앞서 지난 15일 취리히 연방공대에 따르면 이 대학과 스위스의 소프트웨어 업체인 엑소랩스 연구진은 위성 이미지와 AI 기술을 활용한 적설량 측정 방법을 최근 개발했다. 연구진은 유럽우주국(ESA)의 센티넬-2 위성이 찍은 지표 사진을 적설량 측정의 기본 정보로 활용한다고 밝혔다.
특히 알프스 산맥 일대 지역들은 스키장, 관광사업은 물론 수력발전에도 적설량이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지난해처럼 이상고온 현상이 또다시 나타날 경우, 전력부족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주말까지 추위 이어져…겨울동안 간헐적 기습한파 우려한국과 중국 등 동아시아 전체를 뒤덮은 북극한파는 이번 주말까지 맹위를 떨칠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23일 오전까지 맹추위가 이어지며, 오후부터 추위가 차츰 누그러질 전망이다.
하지만 지구온난화 여파로 북극지역의 제트기류가 약해진 상태라 올해 겨울동안 북극한파의 기습 남하와 한파는 반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는 3년 만에 찾아온 엘니뇨 현상의 영향으로 전세계적인 기상이변이 극심해지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최근 우랄산맥 인근에 기압능이 형성된 것도 동아시아 한파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거대한 기압이 동서로 주로 흐르던 공기 흐름을 막아버리면서 남북 방향으로 흐르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로인해 북극 고위도의 찬공기가 매우 빠른 속도로 남하하는데, 특히 기단 길목에 위치한 한반도나 미국 중부지역에서 주로 남하하면서 올 겨울 기습추위가 수차례 나타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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