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구성완료' 두산, KBO 경력자들로만 채웠다
[양형석 기자]
두산이 21일 하루 만에 3명의 외국인 선수 계약을 일사천리로 마쳤다.
두산 베어스 구단은 21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외국인 투수 라울 알칸타라와 총액 150만 달러(계약금50만+연봉80만+인센티브20만), 브랜든 와델과 총액 113만 달러(계약금25만+연봉75만+인센티브13만)에 재계약했다고 발표했다. 두산은 이어 외국인 타자 호세 로하스와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새 외국인 타자로 스위치히터 헨리 라모스를 총액 70만 달러(계약금5만+연봉55만+인센티브10만)에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알칸타라는 올해 13승9패 평균자책점2.67로 두산의 1선발로 활약했고 시즌 중반에 합류한 브랜든도 18경기에서 11승3패2.49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선보였다. 작년 kt 위즈에서 활약하다가 18경기 만에 부상으로 일찍 한국무대를 떠났던 라모스는 올해 트리플A에서 타율 .318 13홈런55타점OPS(출루율+장타율) .954의 뛰어난 성적을 기록한 후 KBO리그에 재입성했다. 공교롭게도 내년 두산에서 활약할 외국인 선수 3명은 모두 KBO리그 '경력자'들이다.
올해 '24승 합작' 콤비, 내년에도 재신임
두산이 올 시즌을 앞두고 알칸타라를 재영입한다고 했을 때 기대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컸던 게 사실이다. 물론 알칸타라는 2020년 20승2패2.54로 다승왕과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 최동원상까지 휩쓸었지만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주로 불펜투수로 활약하며 2년 동안 4승6패1세이브25홀드3.96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20년에 비해 두 살을 더 먹었다는 점도 알칸타라의 불안요소로 지적됐다.
하지만 2020년 골든글러브 투수의 위용은 2023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31경기에 등판한 알칸타라는 192이닝을 던지면서 13승(4위)8패2.67(5위)에 이닝당 출루허용수는 1.07(3위)에 불과했다. 올해 우승팀이자 '잠실라이벌' LG 트윈스(3패7.88)에게 유난히 약했다는 약점도 있었지만 2023 시즌 KBO리그에서 알칸타라보다 활약이 좋았다고 단언할 수 있는 외국인 투수는 정규리그 MVP 에릭 페디(시카고 화이트삭스) 밖에 없었다.
브랜든의 활약 역시 두산 구단과 팬들의 기대를 훌쩍 뛰어 넘었다. 작년 아리엘 미란다의 대체 선수로 들어와 11경기에서 5승3패3.60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던 브랜든은 구위가 좋은 외국인 투수를 원했던 두산 구단의 의지 때문에 재계약이 무산됐다. 하지만 두산이 브랜든 대신 선택한 딜런 파일은 머리,팔꿈치 등의 부상에 시달리다가 2경기에서 1패8.00의 초라한 성적을 남긴 채 한국무대를 떠났다.
새 외국인 선수를 찾던 두산은 작년에 두산 유니폼을 입고 활약했던 브랜든을 23만 달러에 재영입했고 브랜든은 18경기에 등판해 13번의 퀄리티스타트와 함께 11승3패2.49라는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두산 구단 역사상 대체 선수로 합류한 투수가 두 자리 승수를 올린 것은 브랜든이 최초였다. 그렇게 두산의 가을야구 진출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브랜든은 총액 기준 4배 넘게 인상된 금액에 두산과 재계약했다.
알칸타라와 브랜든은 내년 시즌 개막부터 두산의 원투펀치로 활약할 예정이다. 여기에 올해 12승을 기록한 토종에이스 곽빈과 해를 거듭할수록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는 좌완 신예 최승용, 내년 명예회복을 노리는 국가대표 출신 잠수함 최원준 등이 외국인 원투펀치와 함께 두산의 선발진을 꾸릴 전망이다. 과연 풀타임을 소화할 외국인 투수 알칸타라와 브랜든 콤비는 내년 시즌 몇 승을 합작할 수 있을까.
작년 kt서 조기퇴출, 내년에 잠실서 터질까
2021년 창단 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kt는 시즌이 끝난 후 외국인타자 문제로 고민이 많았다. 조일로 알몬테의 대체 선수로 합류한 제라드 호잉이 한국시리즈 2경기에서 8타수5안타1홈런3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지만 호잉의 정규리그 성적은 타율 .239 11홈런52타점에 불과했다. '디펜딩 챔피언'의 외국인 타자로 활약하기엔 타율이 너무 낮았고 kt는 호잉과의 재계약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kt는 작년 시즌을 앞두고 외국인 선수 상한선인 총액 100만 달러를 모두 지불하면서 스위치히터 외야수 라모스를 영입했다. 183cm97kg의 당당한 체격을 자랑하는 라모스는 시범경기에서 2경기 연속 홈런을 때리며 만만치 않은 펀치력을 선보였고 시즌 개막 후에도 18경기에서 3홈런11타점10득점을 기록했다. 타율은 .250으로 썩 높지 않았지만 kt가 기대했던 장타력을 갖춘 외국인 타자 역할을 톡톡히 해준 셈이다.
하지만 라모스는 4월 23일 NC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송명기의 투구에 맞아 오른쪽 새끼발가락 골절진단을 받았다. 간판타자 강백호에 이어 라모스까지 부상으로 빠지자 kt는 시즌 초반 순위싸움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5월말 앤서니 알포드를 영입하면서 라모스와의 결별을 선택했다. 그렇게 라모스는 KBO리그와의 인연을 일찍 끝낸 채 미국으로 돌아갔고 올해 1월 신시내티 레즈와 마이너 계약을 맺었다.
라모스는 올해 빅리그에서 23경기에 출전해 타율 .243 5타점9득점2도루에 그쳤다. 하지만 트리플A에서는 76경기에서 타율 .318 13홈런55타점52득점 OPS .954라는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트리플A 성적만 보면 1류타자의 기준이라는 3할 타율-4할 출루율-5할 장타율을 기록한 것이다. 게다가 올 시즌 라모스가 활약했던 트리플A의 인터내셔널리그는 투수친화적인 리그로 알려져 있다. 규모가 큰 잠실 야구장에서 라모스의 좋은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다.
두산은 라모스를 새로 영입하면서 올 시즌 19홈런65타점을 기록한 로하스와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KBO리그에 적응해 가면서 후반기 타율 .285를 기록했던 로하스와 결별했다는 것은 새 외국인 타자 라모스에게 거는 두산의 기대가 매우 크다는 뜻이다. 현역 시절 야마이코 나바로, 다린 러프 같은 강타자들과 함께 활약했던 이승엽 감독은 내년 시즌 라모스로 인해 또 다시 뛰어난 외국인 타자와 함께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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