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삼보 에이스' 이상수가 설명하는 '러시아가 UFC 지배하는 이유' [이석무의 파이트 클럽]

김식 2023. 12. 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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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등에서 ‘맷집왕’으로 잘 알려진 이상수(40)는 한국 컴뱃삼보의 간판스타다. 국제 삼보월드컵 컴뱃 삼보 100㎏ 이상급에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 연속 우승했다. 삼보 세계선수권대회에선 두 차례나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종주국 러시아를 비롯해 서구 선수들이 주름잡는 삼보 최중량급에서 한국인으로서 당당히 이름을 알렸다.

한국인 최초로 삼보 월드컵 대회에서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이상수. 사진=이석무 기자


지금은 현역에서 은퇴한 이상수는 여전히 삼보를 알리기 위해 바쁘게 활동하고 있다. 현재 대한삼보연맹 실무 부회장인 동시에 최근 본격 출범한 프로삼보리그 ‘CSL 코리아’의 심판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다. 유도 엘리트 선수를 거쳐 종합격투기 선수로 이름을 떨쳤지만, 지금은 한국 삼보 발전을 위해 모든 것을 쏟고 있다.

최근 충남 천안시 한국삼보센터에서 만난 이상수는 삼보의 강력함을 이렇게 설명했다.

“오늘날 종합격투기(MMA) 기술도 많이 발전했지만, 기술의 디테일한 부분은 삼보가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삼보에는 레슬링뿐만 아니라 유도, 주짓수, 복싱, 킥복싱 등의 기술도 모두 포함돼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선수가 종합격투기로 넘어왔을 때 훨씬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습니다.”

특히 이상수가 강조하는 삼보의 특징은 ‘잡고 당기기’다. 삼보는 유도 도복 같은 상의와 반바지 형태 하의를 입고 경기를 치른다. 그렇다보니 유도처럼 상대 도복을 잡는 기술이 발달했다. 도복을 잡기 위해선 잡는 힘이 필요하다. 그래서 하빕 누르마고메도프나 이슬람 마카체프, 함자트 치마에프 등 삼보 출신 UFC 선수들은 유독 상대를 잡고 넘기는 기술이 능하다.

“MMA에서 활약하는 레슬러들은 미는 힘이 강하지만, 당기는 힘은 상대적으로 약합니다. 그래서 케이지를 이용한 컨트롤에 의존할 수밖에 없죠. 반면 에밀리아넨코 표도르나 하빕 같은 삼보 선수들은 어릴 적부터 몸으로 부딪히면서 상대를 잡고 돌릴 수 있는 힘을 키웁니다. 삼보는 무조건 잡아야 하니 잡는 힘에서 월등히 우세합니다.”

삼보 기술을 바탕으로 UFC 라이트급 챔피언을 지낸 하빕 누르마고메도프. 게티이미지


이상수가 러시아 삼보에 푹 빠지게 된 이유도 재밌다. 타고난 힘과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이상수는 헤비급 종합격투기 선수로 크게 주목받았다. 하지만 한국에선 헤비급 선수 생활을 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함께 훈련할 파트너를 찾을 수 없었다. 헤비급 파이터를 가르쳐본 지도자도 거의 없었다.

마침 표도르가 종합격투기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고 무작정 러시아로 떠났다. 거기라면 헤비급 선수들과 훈련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정말 러시아에는 그보다 훨씬 크고 괴물 같은 선수들이 수두룩했다.

러시아에서 그렇게 처음 접한 것이 삼보였다. 러시아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면서 삼보 기술의 우수성을 깨달았다. 본격적으로 삼보 선수들이 하는 정식 훈련에 참가했고, 아예 전문 선수로 변신했다. 국제대회에서 한국 대표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종주국 러시아에서 인정받는 선수로 우뚝 섰다.

이상수는 “러시아에는 종합격투기와 삼보 선수 생활을 병행하는 선수들이 많다. 삼보를 수련하는 좋은 선수들이 워낙 많다 보니 종합격투기에서도 강자들이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에서도 뛰어난 삼보 선수들이 더 많이 나오길 바란다. 아울러 최근 출범한 프로삼보리그가 활성화되도록 만드는 것이 그의 당면 목표다.

“한국도 종합격투기 시장이 많이 발전한 만큼 삼보도 프로화시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전 세계적으로 프로 삼보리그가 퍼지지는 않았는데 한국이 그 시작이자 중심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프로삼보를 더 알리고 발전시켜 가까운 미래에 큰 규모의 국가대항전 대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삼보 경기 장면. AFP=연합뉴스

△삼보란?
삼보는 1800년대 일본에서 유도를 수련한 러시아의 바실리 오세프코프라는 인물에 의해 개발됐다. 유도를 배우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간 그는 일본군에서 복무하기도 했다.  유도를 능가하는 무술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각종 기술을 연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세프코프는 이후 소련의 공산화 이후 스탈린 시대에 간첩 혐의로 숙청당했다. 하지만 그가 만든 삼보는 소련의 군사무술로 계속 발전했고 오늘날 러시아의 국기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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