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병원서 낙태수술 금지 확대…낙태죄 폐지된 한국은?
한국, 2019년 낙태죄 폐지 후 답보상황
러시아 정부가 민간 병원에서 낙태수술을 금지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러시아 안팎에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막대한 사상자가 발생한데다 병역기피를 위한 대규모 해외탈주로 남성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여성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러시아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저출산 기조 심화와 극우정권 출현과 맞물려 낙태를 금지하는 규제가 늘면서 논란이 크게 확산되고 있다. 지난 2019년 낙태죄가 헌법불일치 판결로 폐지된 한국에서도 후속법안 통과가 이뤄지지 못해 장기간 답보상황에 놓이면서 여성 보건을 위해서라도 빠른 입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낙태금지안 입법도 안됐는데…푸틴 "8명씩 낳아라"20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지역보건소와 주요 병원들에서 낙태수술 금지가 확산되고 있다. 러시아 의회는 현재 낙태수술 금지법안 상정을 위해 논의 중이지만, 정부에서 입법 전부터 금지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조만간 의료보험에서 낙태수술은 제외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 정부와 의회는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낙태금지가 필요하다며 낙태수술 금지안을 논의해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최소 30만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한데다 전쟁 이후 100만명 이상의 성인남성들이 병역기피를 위해 해외로 도피하면서 남성인력이 크게 줄자 낙태금지를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나선 것이다.
타티아나 스타노바야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 선임연구원은 AFP에 "러시아 정부는 낙태금지를 국가 생존을 위한 수단으로 보고 있다"며 "낙태 자체가 러시아의 인구능력을 무너뜨려는 서구의 계략이라고 크렘린궁은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도 낙태를 반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며 더 많은 아이를 낳아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말 러시아 민족대회에 참가한 자리에서 "우리 할머니 세대는 대개 7, 8명 또는 이보다 더 많은 자녀를 낳았다"며 "이 멋진 전통을 지키고 부활시키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에도 부는 낙태 규제바람…논란 확산이러한 낙태 규제는 러시아 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에서도 저출산 기조를 막야한다는 우익세력들의 주장과 함께 확산되고 있다. 특히 앞서 지난해 낙태권을 폐지한 미국 대법원은 낙태약 판매규제까지 검토한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CNN에 따르면 지난 13일 미국 대법원은 먹는 낙태약의 판매 문제와 관련한 검토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앞서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 위치한 제5 연방항소법원은 지난 8월 낙태에 사용되는 미페프리스톤의 사용을 기존 임신 '10주 이내'에서 '7주 이내'로 제한하고, 원격 처방 및 우편 배송을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미페프리스톤은 미소프로스톨과 함께 복용하는 경구용 임신중절약이다. 현재 미국에서 추산되는 낙태의 절반가량이 이들 약물을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페프리스톤은 미 식품의약국(FDA)이 2000년 사용을 허가한 이후 주기적으로 안전성을 인정받아 왔으며, 현재는 의사를 직접 만나지 않아도 처방을 받을 수 있다.
해당 항소법원의 판결은 지난 4월 텍사스주 연방지방법원이 미페프리스톤에 대한 FDA 허가를 취소하라고 판결한 데 대해 연방정부가 항소한 데 따라 심리가 진행된 결과였다. 미 법무부와 약품 제조사인 댄코 래보라토리는 다시 이에 불복해 대법원으로 이 사안을 갖고 갔고,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대법원은 조만간 심리를 시작할 예정이며, 판결은 대선 정국의 한복판인 내년 6월말까지 나올 예정이다.
2019년 낙태죄 폐지된 한국…기약없는 후속입법2019년 낙태죄가 폐지된 한국도 여전히 낙태 논란이 현재진행형이다. 낙태죄 자체는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폐지됐지만, 정작 이후 후속법안이 계속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앞서 2019년 4월11일 헌법재판소는 낙태죄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2020년 12월31일까지 낙태죄 조항이 있는 형법, 모자보건법 등 관련법의 개정을 요구했다. 해당 판결로 2021년 1월1일부로 형법상 낙태죄 규정은 자동 폐지됐지만, 대체 입법은 여전히 답보상태다. 수술 외에 유산유도제 약물 허용 등 임신중지 권리 보장을 위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됐지만, 별다른 진전은 없었다.
낙태죄가 폐지되기 전 만들어진 모자보건법 제14조에선 ▲부모의 우생학적·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 ▲부모의 전염성 질환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한 임신 ▲친인척 간의 임신 등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낙태를 허용하며, 이 경우에만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해당 사안이 여성들의 보건문제와 직결된만큼, 여성계를 중심으로 입법이 빨리 이뤄져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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