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과 바르셀로나만 슈퍼리그 참가 의사… 토트넘, 맨유, PSG 등 빅 클럽들 대거 '거부'

플로렌티노 페레스 레알마드리드 회장.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유로피언 슈퍼리그 계획이 부활했지만, 이 대회가 포섭해야 할 인기팀 대부분이 즉시 불참 성명을 발표하면서 실현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21일(한국시간) 유럽 사법재판소에서 국제축구연맹(FIFA)과 유럽축구연맹(UEFA)은 슈퍼리그 창설을 막을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왔다. 유럽 사법재판소는 유럽연합(EU)의 최상위 판결기관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21년 슈퍼리그 창설을 시도했던 'A22' 측은 새로운 대회 모델을 발표하고 계획의 부활을 선언했다.

2년 전 슈퍼리그 창설이 무산된 뒤에도 새로운 수익모델의 가능성을 높게 산 것으로 알려진 스페인의 두 거대 클럽, 레알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는 이번에도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특히 슈퍼리그 주도 세력으로 알려진 플로렌티노 페레스 레알 회장은 동영상 성명을 통해 "오늘은 유럽축구 역사의 전환점이다. 마침내 처벌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게 됐다. 이 종목을 더 발전시키고 팬들이 더 매력을 느끼도록 만들 수 있다"며 "축구는 더이상 독점되지 않을 것이다. 구단들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정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주안 라포르타 바르셀로나 회장은 "스페인 리그와 각국 대회에 반기를 드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현재 축구 체제에서 구단이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제한적이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이 두 팀을 제외하면, 기존 슈퍼리그 참가 의사를 밝혔던 구단들을 비롯해 여러 명문 구단들이 재빨리 반대 성명을 냈다. 잉글랜드의 맨체스터유나이티드, 맨체스터시티, 토트넘홋스퍼, 첼시, 스코틀랜드의 셀틱, 포르투갈의 포르투, 스페인의 세비야, 발렌시아, 아틀레티코마드리드, 레알소시에다드, 카디스, 레알바야돌리드, 그라나다, 비야레알, 독일의 바이에른뮌헨, 보루시아도르트문트, 프랑스의 파리생제르맹(PSG), AS모나코, 이탈리아의 인테르밀란, AS로마, 아탈란타, 네덜란드의 페예노르트 등이다.

A22는 슈퍼리그가 평일에 열리는 대회가 될 거라며, 각 자국리그를 건드리지 않고 UEFA 대회와 경쟁할 뜻을 밝혔다. 남자부는 총 64개팀이 참가하며 3개 리그로 구성된 승강제 방식, 여자부는 32개팀이 참가하는 규모가 될 거라고 발표했다.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유럽 인기 구단 64팀을 포섭해야 한다. 또한 2년 전과 달리 이번에 발표된 슈퍼리그 구상은 최하위 리그(블루리그) 팀들이 떨어져나가고 새로운 팀이 합류할 수 있는 '열린 리그'를 표방하고 있다. 즉 64개팀으로 시작해 위세를 확장하면 장차 유럽 전역의 모든 팀들이 UEFA 대회를 버리고 슈퍼리그로 합류할 것을 기대하며 만든 구상이다.

그러나 슈퍼리그가 포섭해야 할 각국 강팀들이 벌써부터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실현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일반적인 분석은 자금력이 충분하고 자국 팬들의 반발이 가장 심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전통적으로 축구의 지역기반이 유독 강하고 공공재 성격을 인정하는 독일 분데스리가는 설득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늘 재정 위기를 겪는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등의 강팀 위주로 포섭하는 것이 현실적이었다. 하지만 아틀레티코, 인테르, 로마, PSG 등이 모두 반대한다면 현재 슈퍼리그 구도는 레알과 바르셀로나 외에 비인기팀뿐인 반쪽 리그가 될 위험이 있다.

주안 라포르타 바르셀로나 회장. 게티이미지코리아

바이에른뮌헨 홈페이지 캡처

다만 반대 성명은 현재 입장일 뿐이므로 뒤집힐 수 있다. 일각에서는 페레스 회장을 비롯한 슈퍼리그 추진측이 타 명문구단들을 적극 설득 중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바이에른뮌헨 홈페이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