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리그, 지방은행]④“지방은행도 사람장사…인재 키우고 내부통제 투자해야”
지방은행 신뢰회복·내부통제 강화 방안
국내에 지방은행이 들어선 지 올해로 56년이 됐다. 그간 지방은행은 ‘지역밀착형 금융’을 모토로 신용이 부족해 돈 빌리기 어려운 지방 기업의 든든한 자금줄이 됐고 지역민들에게는 동네 곳곳에 구축한 점포망을 토대로 편리한 은행서비스를 제공해왔다.
하지만 지금 지방은행을 보는 대중의 시선은 마냥 곱지 않다. 올해 연달아 터져 나온 경남은행 3000억원대 횡령 사건과 대구은행 불법 계좌개설 사태는 기본적인 규정조차 지켜지지 않는 지방은행의 민낯을 보여줬다. 지방은행들은 비교적 느슨한 감시, 지역 정서를 기반으로 한 연고주의 문화 아래 ‘그들만의 리그’를 공고히 해왔다.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지방은행 고유의 역할을 고려하면 이들의 존재 가치는 여전히 크다. 아시아경제는 국내 전문가 4명에게 지방은행의 신뢰 회복·내부통제 강화 방안에 대해 질문했다. 금융법 전문가인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안수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대 한국해양대 해사법학부 교수와 은행 출신 자금세탁방지 전문가 정지열 한양대 겸임교수 등이다. 이들은 지방은행의 자구책 마련과 감독당국 역량 강화라는 투트랙 방식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내부통제, 임원 의지 가장 중요…인재 양성 적극 나서야”
전문가들은 지방은행의 물리적·문화적 특성에서 비롯된 내부통제 취약성이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시중은행 대비 자금력이 약하고 감시·감독도 상대적으로 덜 받기 때문에 내부통제를 우선순위에 두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대 교수는 전화 인터뷰에서 “시중은행들은 규모가 크고 감시·감독도 엄격하다 보니 감사시스템 고도화, 고급인력 충원 등 내부통제를 상향시키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하는 반면 지방은행은 이에 대한 시간·비용 투자를 덜 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특히 비수도권이라는 지리적 특성, 임금 차이로 고급 인력 수급에 차질이 있다“고 짚었다.
이런 점에서 인력 확충은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인건비가 비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사람이 중요한 은행이 인재 확보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정대 교수는 “전문분야 인력을 충원해 업무 인수인계가 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더 많은 임금을 주고 대학 연계를 통해 인재 발굴·양성도 할 수 있다”며 “이 역시 은행장, 금융지주 회장의 중요한 인사 역량”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 지주사 아래 있는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을 합병해 자금력, 규모를 키워야 경쟁력이 생기고 내부통제 수준도 한 단계 높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지열 교수도 “은행 내 인적 자원을 자체 연수원이나 금융연수원 등 외부 기관을 이용해 1년 정도만 교육해도 충분히 우수 인력을 길러낼 수 있다”면서 “지방 근무 비선호 현상도 엔데믹 이후 재택근무 등 원격지 근무가 가능해져 더 이상 제약 요소가 아니며 최근 핀테크 투자 빙하기로 수많은 유휴 IT 인력이 시장에 나와 인력 수급 역시 개선됐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연고주의 등 문화적 요인 역시 내부통제 실패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는 데 공감했다. 안 교수는 “경남은행 횡령 사건은 장기근무자 인사기준 수립 및 승인·감독만 제대로 했더라도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면서 “내부통제를 우선순위에 두고 구성원들끼리 그 중요성을 공유하는 문화를 만들려는 최고경영자(CEO)와 임원의 의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지열 교수도 “직원 윤리교육, 장기근무자 순환인사, 규제준수 감시를 상시화하고 이익 추구식 은행 핵심성과지표(KPI)를 윤리경영, 준법경영 중심의 평가체제로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옴부즈맨 제도, 내부고발자 특별 승진제도 등 유인책 마련도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지역 금감원 단순 민원 처리에 그쳐…업무 조정 필요”
이와 함께 외부통제 역량 강화도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현재 3개 지방금융지주와 5개 지방은행(제주은행은 은행검사1국)에 대한 감독은 금융감독원 은행검사2국 내 2개 팀이 담당하고 있다. 한정된 인력·시간, 지방과의 물리적 거리 탓에 검사 주기가 시중은행 대비 1~2년가량 더 길다. 안 교수는 “수시 현장검사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우선 서면 검사를 통해 내부통제 운영을 점검하고 이후 현장검사 시 서면검사와 동일한지를 확인한다면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고 교수는 “현재 지방 주요 도시에 금감원 지원(支院)이 있지만, 금융 민원 처리 역할에 그치고 있다”면서 “인력 충원, 기능 보강을 통해 정기적·주기적 현장검사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열 교수는 “단순 금융 민원 업무는 레그테크(RegTech,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준법감시·내부통제 등 규제준수 업무를 효율화하는 혁신 기술) 등을 활용해 처리하고 지원 인력들이 검사 업무에 매진할 수 있도록 업무를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대 교수는 “지방은행에 대한 감독이 강화되면 지방은행들도 대비를 더 철저히 하게 되는 효과가 생긴다”면서 “감독당국이 신경을 쓰면 쓸수록 회장, 은행장들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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