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마음을 헤아리는 '관계의 언어'<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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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우리는 손쉽게 갈등을 회피하거나, 때로는 섣불리 관계를 단절하기도 한다.
'손절'이라는 말이 인간관계에까지 두루 쓰이는 시절이지만, 소중한 관계에서 과감한 단절이 과연 정답일까? 문요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본질적으로 관계를 떠나 살아갈 수 없는 우리 개개인은 물론 갈수록 갈등과 분쟁, 혐오로 들끓는 우리 사회의 마음 헤아리기 역량이 높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관계의 언어>를 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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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우리는 손쉽게 갈등을 회피하거나, 때로는 섣불리 관계를 단절하기도 한다. '손절'이라는 말이 인간관계에까지 두루 쓰이는 시절이지만, 소중한 관계에서 과감한 단절이 과연 정답일까? 문요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본질적으로 관계를 떠나 살아갈 수 없는 우리 개개인은 물론 갈수록 갈등과 분쟁, 혐오로 들끓는 우리 사회의 마음 헤아리기 역량이 높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관계의 언어>를 썼다고 한다. 관계 갈등으로 괴로워하는 우리의 문제는 능력이 없는 게 아니라 충분히 연습하고 경험하지 못한 것임을 다시 한번 자각하면, 관계 안에서 자아가 위축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너'도 커지고 '우리'도 커가는 좋은 관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글자 수 1100자.
물론 관계를 정리해야 할 때가 있다. 그러나 관계를 정리하기 전에 생각해보자. 과연 상대와의 관계에서 내가 느끼는 스트레스와 피해가 과연 상대방의 일방적 잘못에서 비롯된 것일까? 교통사고에 100퍼센트 일방과실이 드문 것처럼 인간관계에서의 갈등 역시 대부분은 쌍방과실이다. 내가 운전을 조심한다면 모든 교통사고를 예방하지는 못해도 꽤 많은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손절은 우리가 할 수 노력을 다해본 다음에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방법이다. 자신을 계속 이용하고 조종하는 해로운 관계를 끊어내지 못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반대로 갈등이나 불편함이 있으면 관계를 끊어버려서 오랜 관계가 없는 것 또한 문제다.
모든 관계에는 기울기가 있다. 이상적으로는 서로를 똑같이 위하는 수평적이고 평등한 관계가 좋지만, 현실적으로는 양방 중 어느 한쪽으로 관계가 기울어 있다. 어느 한쪽이 상대를 더 좋아하고 위해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어느 정도까지 관계의 기울기를 감수할 수 있는지를 아는 것이다. 우리는 각자의 한계 안에서 관계 기울기의 불균형을 감지하고 이를 조정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참고 또 참다가 결국 폭발하거나 단절하기 쉽다.
그렇다면 불균형 신호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대표적인 불균형 신호는 '피해의식' '보상심리' '만성적 분노'다. 나만 혼자 애쓰고 있다는 피해의식, 내가 베푼 것의 일부라도 돌려받아야 한다는 보상심리, 그리고 이들로 인해 생겨나는 만성적 분노(단지 섭섭함이나 서운함이 아니라)야말로 본인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관계가 기울었음을 말해준다.
관계의 기울기가 한계를 넘어선 것을 알아차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흔히들 거리두기를 택한다. 적당한 거리가 답일 수 있지만, 한계가 명확하다. 자칫 '매번 나만 연락하고 너는 나한테 연락 안 해? 좋아, 그럼 나도 안 해!'가 되어버려 또 다른 방식의 손절이 되고 만다. 거리두기 말고 또 무엇이 있을까? 쉬운 방법은 아니지만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자신의 마음 헤아리기다. 이는 앞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불만이나 감정 뒤에 감추어진 자신의 욕구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왜 그것을 원하는지, 그럴 때 어떻게 느끼는지를 설명하는 것이다.
-문요한, <관계의 언어>, 더퀘스트, 1만7000원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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