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지나친 그립에 삐걱대는 '당정'…국민 피로감 키웠다 [정치의 밑바닥 ⑪]

남가희 2023. 12. 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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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1년 7개월 간 2명 당대표 하차·3차례 비대위
비대위 언급만 나오면 한동훈 등 정부 각료 언급돼
당내 갈등에 대통령 지속적 언급되며 성과 흐려져
비대위 계기 건강한 당정 관계 재정립 목소리 봇물
윤석열 대통령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집권 1년 7개월 만에 국민의힘 당대표 2명이 중도에 하차했다. 비상대책위원회도 세 차례나 들어섰는데, 대통령의 지나친 '그립'이 오히려 당정의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매 비대위 정국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등 윤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들이 회자되고 있어 당정의 지나친 밀착이 민심과의 괴리를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당의 이른바 '당대표 잔혹사'가 계속되고 있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이준석 전 대표는 '내부 총질'을 이유로 수 차례의 당헌·당규 개정을 통해 당대표직에서 내려오게 됐다. 이후 비대위가 들어섰지만 무리하게 구성된 비대위는 법적으로 무효가 될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다시 비대위가 구성됐다. 이후 7개월간의 비대위를 끝내고 지난 3월 전당대회를 통해 '당정 일체'를 강조한 김기현 대표 체제가 들어섰다. 그러나 당선되기까지 과정도 무리함의 연속이었다. 3%의 지지율로 시작한 김기현 전 대표는 대통령실의 든든한 지원 아래 열렬한 지지세를 받으며 최종 당대표로 당선됐다. 그러나 김 전 대표는 총선 4개월을 앞둔 지난 13일 돌연 사퇴했다.

이에 따라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이 불가피해졌다. 그러자 비대위원장 후보군으로 윤석열 대통령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정부 인사들이 하나둘씩 언급됐다.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매 비대위 정국마다 '당의 구원투수'로 언급되어 왔다. 이에 용산이 당 '인력사무소'냐는 비판도 나온다 .

실제로 최근에는 '친윤(친윤석열)'을 중심으로 한 장관의 비대위원장 추대 여론이 일었고, 결국 한 장관은 21일 사의를 표하고, 비대위원장직 수락의 뜻을 밝혔다. 대통령은 이날 오후 한 장관의 면직을 즉각 허가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러한 당 소용돌이의 핵심엔 모두가 쉬쉬하지만 윤 대통령이 있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윤재옥 당대표 권한대행은 비대위원장 지명 과정에서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시선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기 때문에 그런 말은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집권 1년 7개월 만에 당대표 두 명이 중도 하차하고 세 차례나 비대위 체제로 내몰리는 것을 정상이라고 볼 수 없으며, 비정상의 여당 뒤에는 대통령실이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렵다는 비판이 지속해서 제기된다.

이러한 난국은 국민들의 피로감만 높이고, 당과 정부 모두 '윈윈(Win-Win)'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만들고 있다. 여론조사에도 국민들의 피로감이 여실히 묻어난다. 당 지지율과 대통령 지지율 모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8~20일 사흘간 전국지표조사(NBS)를 통해 내년 총선의 성격을 물은 결과 '국정운영을 더 잘하도록 정부와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이 43%, '정부와 여당을 견제할 수 있도록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이 45%로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은 33%, 부정 평가는 59%였다. 모름/무응답은 8%다.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이 4%p 빠진 30%, 더불어민주당은 1%p 빠진 29%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대통령실의 지나친 당무 개입으로 윤 대통령이 당내 갈등에 소환되는 일이 잦아지면서 대통령의 민생·외교 성과도 흐려지고 있다. 김기현 전 대표 사퇴 등으로 당이 혼란할 당시 윤 대통령은 네덜란드를 방문해 마르크 뤼터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사상 처음으로 '한·네덜란드 반도체 동맹'을 공식화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국민적 관심을 크게 받지 못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연구소장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당정 밀착은 국민들에게 부정적인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의 정책적 메시지가 흐려질 수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윤 대통령을 포함해 용산 대통령실이 국정과 당정 관계를 되짚어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카페에서 열린 원외 당협위원장들 합동 북콘서트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여권의 정치 작동 시스템에 변화가 있어야 비대위원장도 활동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당정관계 재정립 같은 것이 전제돼야 비대위 구성이라든지 당 지도체제 확립에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당대표를 지낸 홍준표 대구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참에 용산·지도부 홍위병으로 분수 모르고 설치던 애들도 정리하라" "싹수가 노란 애들은 더 큰 재앙이 오기 전에 정리하라"며 "그런 애들이 당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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