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한 2024년, 윤석열 정부 어쩌나 [임상훈의 글로벌리포트]
[임상훈 기자]
▲ 지난 5월 21일 G7 정상회의 참관국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히로시마 G7 정상회의장인 그랜드프린스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인사하고 있다. |
ⓒ 대통령실 제공 |
한미일 삼각동맹의 주역들이 흔들리고 있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하락세는 뚜렷해지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정치 여정 역시 가시밭길이다. 한미일 동맹에 외교안보 정책의 성패를 건 윤석열 정부 입장에서는 불길한 2024년이 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
[미국]
점점 희박해지는 바이든 재선 가능성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점차 그를 향하고 있는 전방위적 압박에 확실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여론조사 동향이 그렇다. 이 시점에 현직 대통령이 상대 (예비)후보에게 여론조사에서 밀리는 경우는 미국 역사에서 손꼽히는 정도다. 특히 단임으로 물러난 전직 대통령을 상대로는 전례가 없다.
물론 바이든-트럼프 구도가 확정된다면 앞으로 변수는 남아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화당 내 지지세는 여전하지만 그를 겨냥하고 있는 사법 리스크가 본격화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목을 잡을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하지만 이 가능성도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큰 희망이 되지 못할 전망이다. 공화당 대선 후보로 트럼프 외 다른 인물이 지명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다. 문제는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승리 가능성이 트럼프 외 다른 후보를 대상으로 가정했을 때마저 희망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1일까지 미국 유권자 2018명을 대상으로 한 미국 뉴스웹사이트 '더 메신저'와 여론조사기관 '해리스폴'의 여론조사가 주목을 끈다. 이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물론, 공화당 내 지지율 2위를 달리는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마저 바이든 대통령과의 가상 양자대결에서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47%의 지지를 얻어 바이든 대통령에 7%포인트 앞섰다.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는 응답은 14%였다. 헤일리 전 대사의 경우도 응답자의 41%의 지지를 얻어 바이든 대통령의 37%에 4%포인트 앞선 결과를 얻었다. 이 둘 사이의 결정 유보 응답은 22%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이어 헤일리 전 대사와 2위 자리를 다투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경우, 41% 지지율의 바이든 대통령에 불과 1%포인트 차이로 뒤지는 결과가 나왔다. 사실상 바이든 대통령과 대등한 지지를 얻고 있는 셈이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워싱턴DC 백악관으로 돌아오면서 취재진에게 발언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바이든 대통령을 거슬리게 하는 또 하나의 요인은 가족 리스크다. 지난 13일 미국 하원은 찬성 221 대 반대 212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탄핵조사 결의안을 가결시켰다. 바이든 대통령의 아들 헌터의 우크라이나 에너지 사업 특혜와 관련해 당시 부통령이던 바이든 대통령 역시 조사가 필요하다는 공화당의 판단에서다.
공화당의 정치 공세 성격이 크고 실제 탄핵 가결까지 갈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그럼에도 바이든의 '아픈 손가락' 헌터가 연루된 크고 작은 혐의는 대선이 본격화될수록 그를 괴롭힐 것이다. 헌터 바이든은 지난 9월 마약 복용 사실을 숨기고 총기를 취득한 혐의로 기소됐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세금 포탈 혐의까지 기소로 이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동생 제임스마저 형의 이름을 개인 사업에 이용했다는 의혹으로 최근 하원 감독위원회로부터 소환장을 받았다. 미시시피주 변호사 리처드 스크럭스가 맡은 여러 소송에서 지인 제임스 바이든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대표적이다.
미국 정치가 점점 진흙탕 싸움에 익숙해져 자극적인 상대 흠집내기가 정책 차별화를 압도하는 양상으로 흐르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선거를 앞둔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 불리해지는 대선 판도를 뒤집을 묘수보다 위험 요소들이 더 널려 있는 것 또한 분명해 보인다.
붕괴 초읽기 들어간 기시다 내각
▲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임시 국회가 끝난 지난 13일 도쿄 총리실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눈을 질끈 감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여당인 자민당의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당의 신뢰 회복을 위해 선두에 서서 임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
ⓒ 연합뉴스 |
이처럼 낮은 지지율은 기시다 내각은 물론이고 2012년 이후 자민당 연속 집권 역사상 최저치에 해당한다. 자민당이 2009년 민주당에 정권을 내놓기 직전 아소 다로 당시 총리가 이끌던 내각이 받아 든 지지율은 13.4%였다. 14년 시간차를 두고 3.7%포인트까지 접근했지만 이 간격이 더 좁혀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민당 소속 의원들에 대한 일본 검찰의 본격적 수사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기시다 총리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첫 번째 요인은 당내 정치인들의 비자금 의혹이다. 당내 최대 계파인 세이와정책연구회(아베파)는 정치자금 모금 행사(파티)를 주최하면서 수익금에 대한 장부 기재를 고의로 누락하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일본에서 정치자금 수입을 위해 파티 초대권을 매매하는 것은 합법적인 행위다. 다만 판매 수익을 기재하는 과정에서 소속 의원들에게 할당된 초대권의 수입만 정상 기재하고, 초과분은 기재하지 않았다는 것이 검찰이 주목하는 부분이다. 아베파는 이런 방식으로 소속 의원들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했으며 총액은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약 5억 엔(약 4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검찰은 관련 의원이 10명 이상 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계파와 내각의 핵심 인물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파 이외도 지수회(니카이파) 등 다른 계파도 검찰 수사망에 포함돼 있어 조사 결과에 따라 일본 정계에 큰 파장이 일 수도 있다. 심지어 최대 계파인 아베파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의혹 대상인 마쓰노 관방장관을 포함 아베파 각료 4명을 경질했지만 무너지는 둑을 막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특히 의혹 대상인 니카이파 소속 고이즈미 류지 법무상의 경우 검찰을 지휘 감독하는 입장에 있기 때문에 공정한 수사를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질의 대상을 어디까지 이어갈지 기시다 총리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기시다 총리 본인 역시 위기의 중심에 서있다. 최근까지 거듭 부인하고 있던 통일교와의 연계설 관련 거짓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아베 전 총리의 사망 이후 불거지고 있는 통일교와 일본 정계의 깊은 연루설에 기시다 총리는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해 왔다.
심지어 자민당 의원 전원에게 통일교와의 유관 여부를 밝히라고 압박하던 기시다 총리였다. 하지만 통일교가 세운 천주평화연합(UPF)의 가지쿠리 마사요시 의장과 함께 찍은 사진이 최근 공개되면서 도덕성과 리더십에 큰 상처를 남기게 됐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17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를 "우리의 공통점은 맛있는 식사와 술을 좋아한다는 것"이라고 우애를 과시하기도 했다. "작년까지는 지금과 같은 상황을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일·미·한이 연대해 세계를 바꿔나가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도 말했다.
기시다 내각의 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간 지금 돌이켜보면 당시 기시다 총리 본인도 지금과 같은 상황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올 한 해 세 정상이 다져온 한미일 공조가 2024년에도 굳건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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