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투자은행 10곳 중 절반은 여전히 “내년 침체”...6월 금리인하 전망

뉴욕=조슬기나 2023. 12. 22.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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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미국 경제의 연착륙(Soft-landing, 소프트랜딩)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경기침체 전망도 확인되고 있다. 웰스파고, 도이체방크 등 월가 투자은행 10곳 중 절반은 누적된 긴축 여파로 인해 미 경제가 완만한 침체를 겪을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시기로는 내년 6월 전망이 가장 우세했다.

21일(현지시간) 한국은행 뉴욕사무소가 취합한 '2023년 미국경제 동향 및 2024년 전망' 등에 따르면 월가 투자은행 10곳 중 시티, 웰스파고, 도이체방크, 노무라, TD증권은 내년 경기침체 전망을 제시한 상태다. 반면 바클레이즈, 뱅크오브아메리카(BoA), JP모건은 미 경제가 침체 없이 인플레이션은 둔화하는 연착륙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이에 더해 소강상태 없이 성장세가 유지되는 무착륙(No landing, 노랜딩) 전망까지 제시했다.

한은 뉴욕사무소는 "주요 투자은행 중 절반은 Fed와 같은 경기 연착륙을 전망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나머지 절반은 대체로 공급측 순풍(tailwind)이 소진되는 가운데 통화정책의 누적 효과가 나타나면서 취약 부문을 중심으로 내년 중 완만한 경기침체(mild recession)를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시장에서는 앞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연착륙 전망이 한층 더 힘을 얻는 모양새다. 하지만 그럼에도 월가에서 여전히 침체 우려가 이어지는 배경으로는 미 경제활동의 70%를 차지하는 소비지출 둔화, 팬데믹 이후 추가 저축 고갈, 학자금 대출 상환 재개, 고용 냉각, 신용 긴축에 따른 재융자 어려움 등이 손꼽힌다.

시티그룹의 앤드루 홀렌호스트 이코노미스트는 "(누적된) 금리 인상이 마침내 미 경제를 둔화시키는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실업률 상승, 실업수당 청구건수 증가 등 노동시장에서도 고용둔화를 시사하는 징후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웰스파고의 샘 불러드 수석이코노미스트 역시 올 한해 경제 회복력에 놀랐다면서도 "노동시장 약화가 결국 소비지출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그는 "2024년 침체는 완만한 수준일 것"이라며 미 경제가 침체를 피할 길이 있다는 점 역시 인정했다.

다수의 월가 주요 투자은행들은 내년 금리 인하 시작 시점으로 6월을 제시했다. 바클레이즈, JP모건, 웰스파고 등 투자은행 10곳 중 6곳이 이러한 전망을 냈다. 노무라는 내년 3분기 침체를 앞두고 6월부터 보험성 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골드만삭스와 BoA는 이보다 이른 내년 3월, TD증권은 5월을 각각 첫 인하 시기로 내다봤다. 일부 투자은행들은 비둘기파적이라는 평가가 쏟아진 12월 FOMC 이후 내년 정책금리 인하폭 전망도 확대했다. 한해동안 25bp(1bp는 0.01%포인트) 인하를 예상했던 바클레이즈는 Fed의 새 점도표에 부합하는 75bp로 수정했다. BoA는 75bp에서 100bp로, 골드만삭스는 25bp에서 125bp로 확대했다.

이들 투자은행들의 전망을 살펴보면 경기침체 여부가 금리 인하폭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확인된다. 한은 뉴욕사무소에 따르면 연착륙을 예상한 기관들의 경우 평균 금리 인하폭이 105bp인 반면, 경착륙을 예상한 기관들의 평균 금리 인하폭은 155bp였다. 한은 뉴욕사무소는 "인하폭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경기침체 시 한차례 이상 50bp 인하할 것이라는 빅컷 전망이 담긴 여파"라며 "각 그룹 내에서는 인플레이션 전망이 낮은 투자은행일수록 금리 인하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월가 내에서는 내년 11월 예정된 미국 대선에 따른 정치적 논란을 피하기 위해 보다 이른 시점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양적긴축(QT) 축소 시점 역시 경기침체 여부에 따라 조금씩 엇갈렸다. 내년 경기침체를 예상한 투자은행 5곳은 금리 인하 시작과 함께 QT가 종료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반면 연착륙을 전망한 나머지 5곳은 시중 초과유동성에 따라 2024년 중 종료되거나, 하반기부터 규모를 축소하면서 2025년 1분기에 마무리될 것으로 관측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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