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바이든 독설 공방…"부패한 자" vs "반란자"

美콜로라도주 판결 후폭풍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 참가할 자격이 없다는 콜로라도주 대법원의 판결과 관련 후폭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설전을 주고받으며 감정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나는 반란자가 아니다"라며 "부패한 바이든이 반란자"라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반란자가 아니라는 글 옆에 괄호를 하고 '평화적이고 애국적으로'라는 말을 덧붙였다.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이 말은 1·6 의회 폭동 사태 직전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시위대 앞에서 한 발언의 일부다. 그는 당시에 "나는 여기 있는 여러분들이 국회 건물로 행진해 평화롭고 애국적인 목소리를 내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내년 대선 출마를 준비 중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1년 1·6 의사당 난입 사태 당시 이를 부추겼다며 내란 선동 혐의로 지난 8월 기소됐다. 지난 19일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란에 가담한 것이 인정된다면서 대선 후보 자격이 없다고 판단하고 콜로라도주 대선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후보로 등록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이와 관련,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트럼프가 반란자라고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것은 자명하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라면서 "그는 확실히 내란을 지지했다"라고 직격했다. 그는 이어 내란에 가담한 경우 등에는 공직을 맡을 수 없도록 한 수정헌법 14조와 관련, "수정헌법 14조가 적용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법원이 결정하도록 하겠다"라면서 말을 아꼈다.

미 법원이 수정헌법 14조 3항을 대통령 후보 자격을 박탈하는 데 사용한 것은 이번이 최초라고 AP통신은 전했다. 현재 콜로라도주 외 조지아주 등 21개 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를 막기 위한 소송이 진행 중이라 판결 결과에 따라 내년 대선의 향배가 크게 갈릴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콜로라도주 대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연방대법원에 상고한다는 입장이며, 6대 3 보수 우위 구도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를 막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외신들은 전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은 이번 판결을 선거 개입이자, 자신을 향한 정치적 박해라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주요 언론은 콜로라도주 대법원의 판결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를 사실상 막기 힘든데다 지지자들을 한층 더 결집시키는 효과를 낳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올해 4차례 기소가 이뤄질 때마다 이를 지지 세력을 다잡는 데 활용해왔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