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는 동맹 안 믿는다"…3연임 노리는 모디 '알쏭달쏭 외교'
다가오는 2024년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 선거의 계절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도 열리지만, 인도에서도 리더십의 향배가 결정된다. 내년 4~5월에 총선이 열리면서 나렌드라 모디(73) 현 총리의 3연임 여부가 판가름난다. 모디 총리가 올해를 유독 바삐 보낸 까닭이다.
모디 총리는 2014년 총선에서 인도국민회의(INC)에 승리하면서 총리직에 올랐다. 내년이면 꼭 집권 10년이다. 2023년을 마무리하면서 모디 총리는 좀처럼 하지 않는 행보 하나를 추가했다. 외신 매체와 인터뷰에 이례적으로 응한 것. 인도와도 연이 깊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다. FT는 20~21일(현지시간)에 걸쳐 모디와의 인터뷰 기사를 게재했다.
모디 총리는 여러모로 연구 대상이다. 야당 및 반대세력은 그에 대해 자유 민주주의를 억압한다며 독재자라고 비판한다. INC의 지도자 라훌 간디가 지난 3월, 모디 총리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게 대표적이다. 간디는 한 절도 사건을 언급하며 "모든 도둑의 성(姓)은 모디 아닌가"라고 말한 뒤 고소당했다. 그는 선고유예를 받고 지난 8월 정계에 복귀했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당 내외 세력을 규합해야 하는 그로서는 여러모로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다.
모디에 대한 비판은 또 하나, 정경 유착 의혹이다. 모디 총리가 자신과 지연 등으로 엮인 인도의 기업 아다니 그룹에 각종 특혜를 줬고, 그 결과 아다니 그룹이 인도를 대표하는 대기업 중 하나로 우뚝 섰다는 건 구문(舊聞)이다. 아다니 그룹이 반(反) 모디 성향의 언론사를 2022년 매입하면서 정경 유착 및 언론 탄압 의혹이 인도 안팎에서 제기됐다. 아다니 그룹은 올해 초 분식 회계 등 의혹을 폭로하는 미국 힌덴버그 보고서 발표와 함께 주가가 폭락했으나 최근 재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역시 모디 총리의 지원이 있다는 설이 파다하다.
이번 FT 인터뷰를 두고서는 이런 비판에 대한 어느 정도의 입장이 나올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FT는 "모디 총리는 날카로운 질문들에도 최대한 답변하려 노력했으며, 일부는 추후 서면으로 답을 보내왔다"고 전했다. 우선 모디 총리는 야당의 비판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우리를 비판하는 이들은 무엇이든 말할 자유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그런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사실 (내가 아닌) 인도 국민에 대한 비판이며, 다양성과 민주주의 가치에 깊이 헌신하는 국민을 얕보는 것이다."
FT 인터뷰 직전, 모디 총리의 여당은 내년 총선의 리트머스 시험지 역할을 하는 지방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 모디 총리의 또다른 5년은 따놓은 당상이라고 여겨지는 까닭이다. FT 역시 "모디 총리의 3연임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이는 모디 총리의 지지 세력에겐 정당성을 부여해주는 승리와 같다"고 평했다.
모디 총리의 국정 지지율은 여러 조사에서 70%를 넘는다. 경제성장 및 전반적 삶의 질 상승에 힘입은 덕이다. FT는 "인도는 숙적인 중국의 인구 및 경제성장률을 추월했다"며 "여기에 '깨끗한 화장실 캠페인' 등, 전반적 삶의 질 상승을 위한 모디 총리의 사회 정책이 주효했다"고 평했다.
모디 총리 집권 초에는 화장실 위생 문제가 인도의 심각한 사회 문제였다. 그러나 모디 총리는 2014년 취임과 함께 '클린 인디아 캠페인'을 선언했다. 2019년 10월까지 1억1000만 가구에 화장실을 신설하겠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모디 총리는 FT에 "인도는 지금 새로운 출발을 위한 이륙을 준비 중이다"라며 야당 및 자신의 반대 세력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모디 총리의 3연임은 국제사회, 특히 한반도에 있어서도 의미가 크다. 그의 외교는 철저히 국익을 추구한 외교인 데다, 미국ㆍ중국ㆍ러시아 등과도 복합 방정식으로 얽혀 있어서다.
모디 총리의 외교는 '다극화(multipolar)'라는 용어로 정리된다. 모디 총리의 오른팔인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외교장관은 지난 6월 영국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제는 동맹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국제관계,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다극화 관계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가 당시 붙인 기사 제목은 "인도는 동맹을 믿지 않는다"였다. 인도가 우크라이나 전쟁 중에서도 러시아와 교역 관계를 유지하고, 동시에 미국과도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까닭이다.
심지어 인도는 러시아가 지난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미국의 뜻을 거스르고 규탄 결의안 채택에서 기권표를 던졌다. 그럼에도 미국에 있어서 인도는 적으로 돌릴 수 없는 존재다. 인도를 통해 중국을 견제할 필요가 있어서다. 미국이 최근 가장 중시하는 외교 프레임인 인도ㆍ태평양 전략 자체의 축이 인도다. 미국에 있어서 인도는 어쩔 수 없는 포용의 대상인 셈이다.
이 점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이가 모디 총리다. 지난 9월 수도 뉴델리에서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는 모디 총리의 외교가 꽃을 피운 자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인도의 외교는 한국에 있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마침 올해는 한국과 인도 수교 50주년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수교 50주년인 지난 10일 모디 총리와 축전을 교환하며 "앞으로도 긴밀하게 협력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2024년을 바라보는 모디 총리는 자신만만하다. 그는 FT에 이렇게 말했다. "1947년 인도가 영국 식민지배에서 독립했을 때도, 영국은 인도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바라봤지만, 지금 우리를 보라. 그런 예측과 억측은 모두 틀렸다. 2023년 지금 우리 정부에 대한 비슷한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 역시, 틀린 것으로 역사가 증명할 것이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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