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북풍론 "정부 北도발 유도설"…8년 전엔 헛발질이었다

김정재 2023. 12. 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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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잇달아 총선 전 ‘북풍’(北風)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제1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 대표는 21일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정부가 대한민국 운명을 가를 안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도발을 유도해서 군사 충돌을 야기하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일각에서 있는데 전혀 타당성 없는 억지 같아 보이지 않는다, 저도 같은 우려가 들 정도”라고 밝혔다.

전날 열린 민주당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 대표는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시점이라 이런 부분에 대해 당에서 철저히 대비해달라”고 주문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과거에 북풍이나 총풍(銃風)이 있었다”며 “전반적인 분위기를 보면 정부가 남북 간 대립 전선을 강화하려고 하기 때문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1990년대 후반 안기부 등이 북한을 끌어들여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했던 사건을 환기한 것이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13일 부산 현장 최고위에서도 “‘휴전선을 중심으로 국지적 충돌을 유도하려 한다’는 걱정이 참으로 많다, 전쟁 위기를 조장하는 행위는 용서할 수 없는 행위”라고 말했다. 18일엔 당내 대응 기구인 ‘한반도 위기관리 TF’를 꾸려 4성 장군 출신의 김병주 의원을 단장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런 발언이 오히려 “전형적인 프레임 전환용”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장성호 전 건국대학교 행정대학원장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 여러 위협으로 인한 안보 위기 국면이 내년 총선에서 악재가 되지 않기 위해 민주당이 먼저 물타기에 나서는 것”이라며 “이에 더해 사법리스크 등의 시선을 밖으로 돌리는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3일 오전 대구·경북 매타버스 민생투어의 일환으로 경북 성주군의 한 참외 농가를 방문하다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지역 주민이 던진 계란이 날아들자 경호원에게 괜찮다며 손짓하고 있다. 사진 왼쪽 비닐하우스 외벽에 깨진 계란 자국이 보인다. 뉴스1


이 대표는 지난 2021년 12월 민주당의 대선 후보 시절에도 경북 칠곡군의 전적기념관을 찾아 ‘총풍’ 사건을 언급하며 “국가 안보가 정적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전락하기도 한다”며 “북한 당국에 총격을 요청하고 협잡하는 것은 해선 안 될 일이다”고 말했었다.

당시 이 대표는 대장동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던 시기이다. 그는 기자들에게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수사를 받다가 12월 10일 사망한 고(故) 유한기 전 성남 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에 대한 질문 세례를 받았다.

이 대표는 2018년 4월 경기지사 후보 시절에도 총풍·북풍을 언급했다. 당시 ‘4·27 판문점 선언’을 두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위장평화쇼”라고 비판하자 이 대표는 “총풍이니 북풍이니 하는, 북한에 돈 줘가며 총격 도발을 부탁하고 시도 때도 없이 남북대결과 긴장을 부추기며 안보 악용 대국민 협박 정치를 해왔던 적폐 정치 세력다운 태도”라고 반박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성남시장 시절 서부전선 포격전 관련 발언. 트위터 캡쳐


이 대표의 ‘북풍’ 카드가 늘 통했던 건 아니다. 그는 성남시장 시절인 2015년 8월 북한이 경기도 연천 일대에 다연장로켓(방사포)으로 추정되는 포격을 가해 우리 군이 대응 사격에 나서자, 이틀 뒤 SNS에 “북에서 포격? 연천 주민은 왜 못 들었을까”라며 음모론을 제기했다.

북한의 도발위험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21일 경기도 연천군 중면사무소 대피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마을주민들을 격려하고 있다. 중앙포토


하지만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도 포격 다음 날인 21일 경기 연천군 중면 대피소를 찾아 “남북관계만 해치는 이런 북한의 군사적 도발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민을 위로한 상태였다. 이에 하태경 의원은 SNS에 “이재명 시장의 괴담 발굴 의지 하나만은 정말 높이 평가해줄 만하다”고 꼬집기도 했다.

김정재 기자 kim.je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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