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세번 놀래킨 '종지기 죽음'…성탄절, 만나야할 이 사람
권정생 작가의 고향 경북 안동
■ 국내여행 일타강사
「 성탄절엔 안동에 가십시오. 작은 예배당 녹슨 종탑을 보십시오. “새벽종 소리는 가난한 이도 듣는데 어떻게 따뜻한 손으로 칠 수 있어.” 맨손으로 아침마다 줄을 당긴 병든 종지기의 삶을 느껴보세요. 『강아지똥』 『몽실언니』의 작가, 권정생. 무학의 작가는 ‘거지’로 살았지만 인세 10억을 어린이들에게 남기고 떠났습니다. 동화 같은 삶을 따라 떠나는 여행입니다.
」
크리스마스 시즌이 시작하면 안동의 작은 예배당과 녹슨 종탑이 눈에 밟힌다. 새벽마다 60번 넘게 종을 쳤던 한 사람, 그 병든 종지기의 딱하고 독했던 삶을 생각한다. 그 사람의 이름은 권정생(1937~2007)이다.
마을 교회에서는 종지기 아저씨였고, 동네에서는 “억수로 착한 사람”이었고, 한국 문학사에서는 밀리언셀러를 생산한 최초의 동화작가였던 사람. 50년 넘게 병마와 싸웠고 40년 넘게 오줌 주머니를 차고 살았던 사람. 평생 가난하게 살았는데, 죽고서 보니 10억원을 모아놨던 사람. 그 큰돈을 아이들이 책을 사서 생긴 돈이니 아이들에게 돌려주라고 말하고 떠난 사람.
올해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경북 안동시 일직면 조탑리, 당신이 머물다 간 자리를 찾았다. 이번에는 길벗이 있었다. 스무 살 갓 넘은 대학생 때부터 당신 곁을 지켰던 안동 시인 안상학(61)이다.
권정생은 『강아지똥』의 작가다. 제 동화 속 주인공 ‘돌이네 강아지 흰둥이가 누고 간 똥’과 같은 사람이다. 권정생은 1969년 동화 『강아지똥』을 발표했고, 2011년 100만 부 판매 기록을 세웠다. 현대 아동문학 최초의 기록이다.
“어느 날 길을 가는데 갑자기 정생이가 쪼그리고 앉더니 ‘누나! 강아지 똥 속에서 민들레가 피었네요’ 그러데요. 그때 강아지 똥 이야기를 생각한 것 같아요” 큰누나 권귀분씨 기억에 따르면 『강아지똥』은 선생이 얼추 20년을 가슴에 묻어 두었다가 천천히 익히고 서서히 삭힌 이야기다. 그래서 선생의 집에 갈 때는 조금 돌더라도 마을에 들어갔다 나와야 한다. 그 골목길 담 밑 가장자리에서 작가 권정생이 태어났다.
권정생은 1937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1929년 노무자로 건너간 아버지와 1936년 남편을 만나러 간 어머니의 5남2녀 중 여섯째였다. 아버지는 도쿄의 청소부였다. 아버지가 길바닥에서 주워 온 헌책을 읽으며 선생은 글을 읽혔다.
해방 이듬해 아버지는 고향 안동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형편이 나아지지는 않았다. 아버지는 소작농을 했고 어머니는 행상을 다녔다. 선생도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무·고구마·담배 따위를 팔았다. 1955년 부산 초량동 재봉기 가게의 점원으로 일을 시작했고 그 시절, 그는 평생을 괴롭히고 끝내 죽음으로 몰고 간 폐결핵과 늑막염에 걸린다.
선생은 1957년 안동 집으로 돌아온다. 어머니의 극진한 간호로 한때 병세가 호전되기도 한다. 20대 초반 그 시절이 선생에게 가장 행복한 때였던 듯싶다. 그러나 어머니는 1964년 세상을 뜬다.
선생도, 여느 작가들처럼 어머니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받았다. 말년에 발표한 단편 동화 『엄마 까투리』는 차라리 우화로 다시 쓴 어머니의 일기라고 할 수 있다. 동화에서 엄마 까투리는 산불이 번져 오자 새끼 꿩 9마리를 자신의 날개 안으로 들어오게 한 뒤 꼭 보듬고 혼자 죽어간다. 새끼 꿩을 지키다 죽은 엄마 까투리가 아픈 아들을 병구완하다 먼저 스러진 당신의 어머니다.
선생이 일직교회 종지기로 살았던 1968년부터 1983년까지는 ‘거지 권정생’이 ‘작가 권정생’으로 거듭나는 시기다. 선생은 장편소설 『몽실언니』 계약금으로 1983년 마을 맨 끄트머리 빌뱅이 언덕 아래에 오두막집을 짓는다. 빌뱅이 언덕은 별 보는 언덕이라는 뜻으로 일직교회가 내다보인다.
세상에 이토록 누추한 베스트셀러 작가의 생가가 있을까. 아니 세상에 이처럼 작가를 닮은 생가가 또 있을까. 생가는 키 낮은 슬레이트 지붕 아래 흙집인데, 대문이 없어 창호지 붙인 방문이 현관 노릇까지 겸한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방이 2개였다. 왼쪽이 선생이 침실로 썼던 방으로 두 명이 눕기에는 좁아 보였다. 영정이 놓인 오른쪽 방이 거실이자 서재이자 부엌이었다. 이 방에서 선생은 밥상을 펴고 편지를 쓰고 동화를 지었다. 안상학 시인이 마당을 거닐며 집 주변 풀과 나무의 이름을 하나씩 불러줬다.
벌써 해가 지고 있었다. 시인이 빌뱅이 언덕에 오르자고 했다. 선생도 언덕에서 지는 해 바라보는 걸 좋아했었다. 이 야트막한 언덕에 선생의 유해 절반을 뿌렸다. 안상학 시인이 혼잣말을 했다. “얼마 전만 해도 꽤 보이더니 이젠 없구나. 선생님도 거의 다 자연으로 돌아가셨구나. 자연이 되셨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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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튀소 맛없다? 100% 당신 탓…성심당은 분명히 경고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15958
② 자고로 커야 맛있는 방어…특대방어, 이 부위 안 주면 의심하라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12482
③ 친일파 유산? 그만 좀 합시다…당신이 모르는 ‘남이섬 진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08935
」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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