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간 동네의 등불”…약사 부고에 모인 애도 쪽지들

권남영 2023. 12. 22.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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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년째 영업해 온 서울 강동구 한 약국의 약사가 최근 별세하자 인근 주민들이 쪽지로 애도를 표한 사연이 전해져 뭉클함을 자아냈다.

2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 위치한 동현약국은 '영업 종료'를 알린 채 문이 닫힌 상태다.

사연에 따르면 동현약국은 어느 날부터 문을 닫더니 한 달 넘게 닫혀 있던 약국에는 '개인 사정으로 당분간 닫는다'는 안내가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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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 동현약국 외관에 붙은 쪽지들. 연합뉴스


39년째 영업해 온 서울 강동구 한 약국의 약사가 최근 별세하자 인근 주민들이 쪽지로 애도를 표한 사연이 전해져 뭉클함을 자아냈다.

2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 위치한 동현약국은 ‘영업 종료’를 알린 채 문이 닫힌 상태다. 이 약국의 약사 A씨가 최근 병환으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킨 ‘동네의 등불’ 같은 약사의 부고가 알려지자 주민들은 저마다 A씨 부부와의 기억을 담은 쪽지를 약국 앞에 하나둘씩 붙이기 시작했다.

“아침 일찍 열고 밤늦게 닫아서 약국 간판이 이 동네의 등불 같은 존재였어요. 항상 아이들 데리고 가면 비타민 같은 것도 주시는 좋은 분이셨는데 안타깝습니다.”

“전 어렸을 때 약사라는 직업은 아픈 걸 낫게 해주는 마법사 같다고 생각했어요. 어렸을 때 저의 마법사가 돼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문닫힌 서울 강동구 동현약국. 연합뉴스


“지난 10월부터 약국 문이 닫혀 있어 걱정이 되었는데 갑작스러운 소식에 마음이 아픕니다. 좋은 곳에서 평안하시길 기도드립니다.”

“밤늦게도, 일요일에도 혹여나 동네에 아픈 사람이 있을까 문을 여신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게 따뜻하신 분이 너무나 갑작스럽게 곁을 떠나 마음이 공허합니다.”

“항상 열려있는 동현약국이 있어 항상 감사했습니다. 천국에서는 일은 내려 놓으시고 좋은 곳 구경 많이 다니시고 편히 쉬세요. 약사님을 위해 기도드릴게요. 잊지 않겠습니다.”

동현약국 사연을 그린 웹툰의 일부. 키크니 인스타그램 캡처


동현약국의 사연은 최근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사연은 인스타그램에서 웹툰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키크니 작가의 게시글을 통해 처음 알려졌다. 지난 19일 키크니 작가 계정에는 ‘저희 동네에는 한자리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약국이 있습니다’라는 내용으로 시작하는 사연이 올라왔다.

사연에 따르면 동현약국은 어느 날부터 문을 닫더니 한 달 넘게 닫혀 있던 약국에는 ‘개인 사정으로 당분간 닫는다’는 안내가 붙었다. 이내 약국에는 A씨의 부고 안내문이 붙었다. 이후 약국 앞을 오가는 이웃 주민들은 A씨에 대한 고마움과 명복을 비는 쪽지를 하나둘씩 붙이기 시작했다.

사연자는 “(A씨 부부가) 항상 친절하셔서 약 사러 가면 진심으로 걱정해주시던 게 너무 기억에 남는다”며 약국 앞에 붙은 쪽지들을 두고 “그동안 그분들께 받은 친절함과 따스함이 사람들의 마음에 남아 이렇게 표현되는 것 같아 마음이 찡했다”고 전했다.

서울 강동구 동현약국 외관에 붙은 쪽지들. 연합뉴스


A씨의 딸이라고 밝힌 B씨는 키크니 작가 게시물에 댓글로 감사 인사를 남겼다. B씨는 “아버지 사연이 올라온 걸 보고 정말 많이 울었다”면서 “동현약국을 찾아와주시고 기억해주시는 많은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아버지께서 조금은 쑥스러워하셨겠지만 너무 행복해하셨을 것”이라고 전했다.

B씨에 따르면 지난해 어머니가 녹색불에 횡단보도를 건너다 음주 무면허 오토바이에 치이는 사고를 당해 크게 다친 이후 온가족이 간병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긴 입원 끝에 어머니가 집으로 돌아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약사인 아버지가 폐동맥 혈전으로 수술을 받게 됐다. 수술 이후 대량 출혈로 인한 합병증으로 끝내 유명을 달리했다.

B씨는 “어제 친구가 ‘너 보면 또 울 것 같지만 누가 키크니님께 사연을 보내준 것 같다’고 알려주더라. 이렇게 많은 분들이 함께 울어주고 안타까워해 주실지 몰랐다. 감사함에 눈물 흘리게 된다”면서 “저도 꼭 부모님처럼 남들에게 많이 베풀고 좋은 사람이 되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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