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서울의 봄’ 단체관람

손병호 2023. 12. 22.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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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영화 단체관람은 오래된 전통이다.

군사정권 땐 북한 체제의 잔학상을 드러내거나 국군이 인민군을 무찌르는 내용의 반공영화가 단체관람 단골 영화였다.

1000만명이 관람한 영화를 봤다고 보수단체가 고발 소동을 벌이는 건 누워서 침 뱉기나 다름없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주 대검 간부들과 단체로 '서울의 봄'을 봤는데, 보수단체 주장대로라면 이 총장이 간부들을 선동해 왜곡된 역사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영화관에 간 셈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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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호 논설위원


학생들의 영화 단체관람은 오래된 전통이다. 군사정권 땐 북한 체제의 잔학상을 드러내거나 국군이 인민군을 무찌르는 내용의 반공영화가 단체관람 단골 영화였다. 그렇다고 이념영화만 본 건 아니다. ‘엄마 없는 하늘 아래’ ‘저 하늘에도 슬픔이’처럼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스토리를 담은 영화도 장려됐다. 중고교생은 ‘콰이강의 다리’ ‘벤허’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같은 명화를 교양 함양 차원에서 단체로 봤다. 공부에 지친 학생들을 위해 홍콩 무술 영화나 ‘람보’ 시리즈를 보는 경우도 있었다. 교실을 벗어나 영화관에서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 일은 인생을 살면서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다.

요즘도 단체관람은 이어지고 있다. 체험학습이 도입되면서 영화를 단체로 보는 학교가 많아졌다. 대중들에 인기가 많은 영화나 영화제 수상작들을 주로 본다. 최근엔 12·12 군사반란을 다룬 ‘서울의 봄’을 보려는 학교가 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벌어졌다. 한 보수단체가 며칠 전 중학생이 ‘서울의 봄’을 단체관람했다는 이유로 교장을 직권남용죄로 고발한 것이다. 이 단체는 “학생을 선동해 왜곡된 역사인식을 심어준다”며 학교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고발까지 했다. 이들은 ‘서울의 봄’을 보려는 다른 학교에도 보지 말라고 종용했다고 한다.

1000만명이 관람한 영화를 봤다고 보수단체가 고발 소동을 벌이는 건 누워서 침 뱉기나 다름없다. 그 정도 영화도 용납하지 못하는 편협한 이들이란 걸 부각시킬 뿐이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주 대검 간부들과 단체로 ‘서울의 봄’을 봤는데, 보수단체 주장대로라면 이 총장이 간부들을 선동해 왜곡된 역사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영화관에 간 셈 아닌가. 게다가 영화를 호평하며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는 국민 모두의 희생으로 어렵게 이룩됐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는 소감도 밝혔는데, 이 총장은 더더욱 고발 대상이 아니겠는가. 아무리 이념과잉 시대라지만 문화조차, 학교조차 이념의 잣대로 갈라놓으려 해선 안 될 것이다.

손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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