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와 민족을 위한 기도의 손, 세계와 맞잡는다

장창일 2023. 12. 22.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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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 57주년 맞은 대한민국국가조찬기도회의 비전
대한민국국가조찬기도회가 올해로 57주년을 맞았다. 김영삼(왼쪽) 대통령이 1994년 서울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26회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와 악수하고 있다. 국민일보DB


1964년 박정희정부는 국교정상화를 위한 대일외교협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국민은 물론이고 재야세력이 굴욕 외교로 간주하고 전국적으로 대규모 시위가 확산했다. 정부는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사회는 극도로 혼란스러웠다. 이 같은 갈등과 혼란의 시기에 대한민국국가조찬기도회는 기도를 통해 국가의 건강한 미래를 열자는 취지를 담아 작은 싹을 틔웠다. 그해 미국 국가조찬기도회와 국회조찬기도회를 주관하는 국제기독교지도자협의회(ICL·International Christian Leadership) 지도부가 ‘국가조찬기도회’를 제안했다.

혼란 속에 싹 틔운 기도회

한국대학생선교회(CCC)를 설립한 김준곤 목사는 김종필, 김영삼, 박현숙, 정일형 등 20여 명의 국회의원과 함께 ‘국회조찬기도회’ 정례화를 통해 국가조찬기도회의 기반을 마련했다. 국가조찬기도회로 향하기 위해 국회의원들이 먼저 기도회를 시작한 셈이었다. 국회의원들은 1년 동안 매주 모여 예배를 드렸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과 함께 조찬기도회를 하는 미국 모델을 우리나라에도 도입하자는 의견이 모였다.

2년 뒤인 1966년 ‘대통령조찬기도회’라는 이름으로 닻을 올렸다. 지금으로부터 57년 전 이야기다. 첫 조찬기도회는 그해 3월 8일 오전 7시30분 조선호텔에서 개최됐지만 아쉽게 박정희 대통령이 참석하지는 못했다. 미국보다는 9년 늦었지만 아시아에서 가장 처음 시작된 국가적 차원의 조찬기도회였다. 이 기도회에는 미국 ICL 대표를 비롯해 이효상 국회의장, 정일권 국무총리, 한경직 목사, 노기남 한국천주교 대주교 등 지도자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국가와 민족을 위한 기도와 국가 발전에 기틀이 될 영적·윤리적 가치를 공유했다. 기도를 통해 각계 협력과 화합을 도모하자는데도 의견을 같이했다.

노무현(오른쪽 두 번째) 대통령 내외가 2003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컨벤션홀에서 열린 제35회 국가조찬기도회에서 기도하는 모습. 국민일보DB


이봉관 국가조찬기도회 회장은 21일 “첫 국가조찬기도회를 통해 한국 사회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력을 가진 인사들이 모여 상호 이해와 협력을 강화하는 기회를 마련했고 당시 국가 발전과 사회 화합에 크게 이바지했다”면서 “이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2회 기도회는 1967년에 열리지 못하고 이듬해 5월 1일 오전 8시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개최됐다. 이 기도회에 박 대통령이 참석했다. 한경직 김준곤 목사를 비롯해 김수환 한국천주교 추기경도 함께했다. 이때부터 연례 기도회로 자리 잡았다.

대한민국 안녕과 번영 위한 기도회

2009년 서울 서대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제41회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찬송하는 모습. 국민일보DB

‘국가조찬기도회’로 명칭을 바꾼 1976년부터 국회조찬기도회와 한국기독실업인회(CBMC)가 공동으로 준비위원회를 구성해 기도회를 준비했다. 2003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법인설립 허가를 받아 ‘사단법인 대한민국국가조찬기도회’가 공식 설립돼 오늘에 이르렀다.

이 회장은 “대한민국국가조찬기도회는 이 땅의 정의와 평화, 그리고 대한민국의 안녕과 번영을 위해 기독교 정신을 함양하고 실현하는 걸 목적으로 삼고 있다”면서 “이를 위해 국가조찬기도회는 입법·사법·행정부의 복음화를 통한 대한민국의 평화와 복지 증진, 화해와 협력을 위한 기도회 실시, 선교 봉사 단체와의 연대를 통한 공동체 운동, 해외 국가조찬기도회와의 협력 사업과 국외 교포를 위한 선교 활동 지원 등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국가조찬기도회는 한국 기독교계에 중요한 이바지를 하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면서 “종교와 사회 지도자가 한 데 모여 나라와 국가를 위한 기도를 드리는 중요한 자리로 인식되고 있고 다양한 분야 지도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영적 지도력을 강화하는 기회로도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봉사 영역 개척 나섰다

박근혜(오른쪽 두 번째) 대통령이 2016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48회 국가조찬기도회에서 기도하고 있다. 국민일보DB

최근 들어 국가조찬기도회는 사회봉사 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2020년 10월 회장에 취임한 이 회장은 “서희건설 회장으로 기업을 경영하면서 ‘기업이 사회 공익에 이바지하고 국가발전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경영 철학을 따르고 있다”면서 “앞으로 국가조찬기도회도 정기적인 사회헌신 활동과 봉사를 통해 사회에 이바지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 취임 이후 이 같은 바람이 현실이 되고 있다.

국가조찬기도회는 지난해 1월부터 전국 미자립교회 296곳에 10억6000여만원을 후원했으며 울진 산불피해와 서울시 수재민돕기, 튀르키예 지진 구호금으로 3억원을 기탁했다. 또한 소외계층 지원을 위해 쪽방촌 노인과 자립준비 청년 지원을 위해 71곳의 시설에 4억3000만원을 전했다. 장학사업으로 10개 대학에 1억2000여만원을 후원했다.

지난 9일에는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한 가정에 경기도 예수가족교회 교인들과 함께 연탄 1000장을 배달했다. 이에 앞서 국가조찬기도회는 고양시(시장 이동환)에 연탄 1만장을 기부하면서 사랑 나눔에 앞장섰다.

코로나 중에도 꺼지지 않았던 열기

문재인 대통령이 2021년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제53회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인사말을 전하는 모습. 국민일보DB

국가조찬기도회는 코로나19 중에도 기도의 열기를 꺼뜨리지 않았다. 모여야 할 수 있는 기도회를 열 수 없는 절박한 상황 속에서 국가조찬기도회는 제52회 기도회를 온라인으로 전환해 개최했다. 2020년 9월 28일 제52회 국가조찬기도회가 ‘회개와 일치 그리고 회복’을 주제로 ‘온라인 기도회’로 열렸다. 경기도 새에덴교회(소강석 목사)에서 최소 인원만 참석해 기도회를 진행하고 이를 생중계했다. 당시 400명 규모로 대폭 축소해 현장 기도회로 열려고 노력했지만 코로나 거리 두기 2단계가 유지되면서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이 회장이 처음 준비한 2021년 국가조찬기도회는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됐다. 온라인 기도회부터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 기도회 등 모든 게 최초의 기록이었다. 당시 500여명의 현장 참석자들은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에 모였고 현장 기도회는 생중계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호텔에서 열린 제54회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축사하는 모습.국민일보DB


지난해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제54회 국가조찬기도회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했다. 올해 국가조찬기도회는 지난 10월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정치·경제·사회·문화계 지도자 9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당시 기도회에는 김장환 극동방송 이사장과 김삼환 명성교회 원로목사를 비롯한 20여명의 교단장과 김진표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 장관, 주한 17개국 대사, 해외 국가조찬기도회 회원이 참석했다. 국회의원은 역대 최대 참석자인 43명이 기도회 자리로 나왔다.

해외 국가조찬기도회와 협력 확대

국가조찬기도회는 내년부터 국내외 교류 확장에 주안점을 둘 예정이다. 무엇보다 해외 국가조찬기도회와의 교류 확대를 비롯해 국내외 지회 활성화를 통해 네트워크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 같은 네트워크 강화는 다른 국가를 비롯해 국내 각 지역 간 이해와 공감대를 증진하고 대한민국의 영적 자산과 국가 기도의 전통을 잇기 위한 협력에 적지 않은 이바지를 할 것이라는 게 국가조찬기도회의 전망이다.

이 회장은 “앞으로도 사회공헌 활동을 확대하고 더 많은 이들에게 기독교의 사랑을 전파하는 데 이바지할 것이며 국내외 지회를 통해 하나님의 공의와 정의가 이 땅에 실천되도록 하려 한다”면서 “국가조찬기도회의 영적 지도력을 발휘해 대한민국의 소중한 영적 자산과 국가 기도의 전통을 계승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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