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용산에 할 말 할까…‘한동훈 비대위’ 앞에 놓인 난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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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비대위원장 지명 일성 “미래 위한 길 만들 것”
쓴소리로 대통령·국정의 변화 가져올지가 관건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집권 여당의 위기 상황을 수습하고 내년 총선을 이끌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지명됐다. 검찰 시절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힌 한 전 장관은 어제 국민의힘 제안을 수락하고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김기현 전 대표가 사퇴한 지 8일 만이다. 추인 절차를 거쳐 다음 주 초 선임이 이뤄지면 국민의힘은 집권 2년도 안 돼 주호영·정진석 비대위에 이어 세 번째 한동훈 비대위 체제가 출범하게 된다.
한 전 장관의 정치 경험 부족과 중도 확장성의 한계에 대한 여당 내 우려에도 중진 의원 연석회의와 비상 의원총회, 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 상임고문단 의견 청취 등을 거치며 ‘한동훈 불가피론’이 굳어져 왔었다. “젊은 세대와 중도층에서 많은 기대”(윤재옥 대표 권한대행), “임진왜란 같은 위기인데 장수를 아껴서 뭐하나. 배 12척을 맡겨 보자”는 말도 나왔다. 지명 전 “세상 모든 길은 처음에는 다 길이 아니었다”며 의지를 드러낸 한 전 장관은 어제 퇴임하면서 “상식 있는 동료 시민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길을 만들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특유의 직설적 언행으로 신선하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엘리트 이미지에 패션 감각까지 더해져 팬 카페도 생겨났다. 차기 지도자 여론조사에선 1, 2위를 다툰다. 그러나 검사 출신 스타 장관과, 여당 대표로 난국과 위기를 헤쳐 나가야 할 비대위원장은 그 역할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투사형 못지않게 소통·협치의 리더십도 절실하다. 최우선 과제는 비대위원장으로서의 비전 제시다. 어떻게 하면 멀어진 민심을 되돌리고 총선에서 승리해 안정적 국정 운영을 뒷받침할 수 있겠느냐다.
그러려면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부터 제대로 복기해야 한다. 민심은 독단·독선적 국정 운영과 정책 혼선, 과잉 이념 경쟁을 되돌아보고 바꾸라는, 총체적 쇄신과 성찰의 주문이었다. 그 정점에 대통령이 있다. 한마디로 대통령부터 달라지라는 목소리였다. 김 전 대표 체제가 9개월 만에 무너진 것도 수직적 당정 관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쓴소리해야 할 레드팀의 역할을 해내지 못한 탓이 결정적이었다. 한 전 장관이 그런 본질적 변화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 여권 내에선 “한 전 장관이 대통령과 신뢰 관계가 있기에 더 바른 소리를 할 수 있다”(상임고문단 간담회)는 기대도 있지만, “한동훈 체제는 (대통령) 직할 체제”(홍준표 대구시장)라는 비판적 시각도 엄존한다.
첫 시험대는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28일 강행 처리를 예고한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이 될 것이다. 한 전 장관이 이 건에서 변화의 단초를 보여준다면 새 리더십을 구축할 기회가 될 수 있지만, 그 반대의 길을 걷게 되면 시작부터 바로 위기가 닥칠 수 있음을 유념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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