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상의 라이프톡] 한동훈 출사표 “맹종한 적 없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21일 퇴임하고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수락했다. 앞서 19일 국회 도어스테핑에서 던진 출사표에 다시 주목하게 된다.
“누구(에게)도 맹종한 적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
한동훈은 ‘윤석열 대통령 아바타’라는 지적에 이렇게 반박했다. 오늘의 윤석열 대통령을 있게 만든 2013년 ‘충성’ 발언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윤석열 당시 여주지청장은 국정감사장에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후 윤석열은 실제로 사람(박근혜·문재인)에 충성하지 않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대통령 자리에까지 올랐다.
한동훈의 발언은 맥락상 ‘윤석열에게 맹종한 적 없다’와 같다. 그는 “공직생활을 하면서 공공선을 추구한다는 한 가지 기준을 생각하며 살아왔다”고 말했다. 윤석열이 아니라 ‘공공선’이 그의 판단기준이란 얘기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다짐하는 출사표인 셈이다.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답변도 일통한다. 답변의 첫머리는 “법 앞에 예외는 없어야 한다. 국민이 보고 느끼기에도 그래야 한다”였다. 이어 “(김건희 특검법은) 민주당의 총선 선전·선동용이기에 악법”이라고 반대를 분명히 했다.
맥락을 감안하면 뉘앙스가 다르다. 김건희 여사도 법 앞에 예외는 아니다. 국민의 뜻에 따라야 한다. 따라서 선거 이후 특검을 할 수도 있다 등등의 해석이 가능하다. 정치판에서 2인자의 숙명은 1인자의 극복이다. 한동훈도 알고 있다. 그의 출사표엔 윤석열로부터의 독립의지가 조심스럽게 담겨 있다.
오병상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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