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성·전문성 바탕 과감한 개혁 공천 [한동훈 비대위에 바란다 ③]
'인재영입·외연확장·세대교체·계파배제' 주목
당내선 "국민 눈높이 맞는 인물 찾아 후보 내야"
"도덕성·참신함 갖춘 사람들 당에 끌어들여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끌게 될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의 가장 큰 과제는 내년 총선 승리다. 총선 승리가 없으면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물론 한 전 장관 본인의 정치적 미래도 장담할 수 없다. 총선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공천이다. '공정하고 상식에 맞는' 공천이 선행돼야 민심을 돌릴 수 있고 총선 승리 확률을 높일 수 있다. 그런 만큼 한 전 장관이 다가오는 공천 국면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에 국민의힘뿐 아니라 정치권 전체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내에선 한 전 장관이 비대위원장으로 취임하자마자 가장 눈여겨봐야 할 부분으로 공천관리위원장 임명을 꼽았다. 공관위원장은 21일 한 전 장관의 비대위원장 지명과 동시에 퍼진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이 공관위원장으로 올 것"이란 소문에 당이 "악의적인 가짜뉴스에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력 경고할 만큼 중요한 자리다.
한 전 장관의 비대위원장 지명을 발표한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기자회견 자리에서 "(모든 일에는) 과정이라는 게 있다. 비대위원장이 공관위원장을 정하게 돼 있다"고 공언한 만큼 차기 공관위원장 인선은 전적으로 한 전 장관에게 달려있는 모양새다.
다행히 한 전 장관에겐 참고할 만한 과거 사례가 있다. 바로 직전인 21대 총선이 벌어진 2020년 당시의 미래통합당의 공천 파동이 그것이다. 당시 총선을 이끌던 건 한 전 장관과 같은 초보 정치인인 황교안 전 대표였다. 황 전 대표는 정치에 입문하자마자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대표 자리에 오른 신인이었고, 총선 정국이 시작되자 당의 공천을 담당할 인물로 김형오 전 공관위원장을 전격 발탁했다.
문제는 이후 각종 공천 잡음이 불거졌단 점이다. 당시 김형오 위원장은 혁신 공천을 앞세워 기존 중진 의원들의 불출마를 대거 종용했고, 지역구들을 비워내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 자리를 채워넣을 인재가 부족한 사태가 발생하면서 결국 사천(私薦) 논란까지 일어났다.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김 위원장이 사퇴를 결심했지만, 그 이후 황 전 대표가 공천을 일부 번복하면서 잡음은 더 커지고야 말았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공천 뒤집기, 돌려막기 공천, 사천 논란 등은 21대 총선 완패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현재 국회 상황은 21대 총선 당시와 비교하면 더 최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 2018년 민주당의 지방선거 대승 등 미래통합당에 좋지 않은 흐름이 지속되면서 지지율이 바닥을 기었던 상황이 오버랩 될 정도로 지금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좋지 않은 상황이다.
이 같은 판도를 뒤집기 위한 방법으로 꼽히는 것 역시 공천이다. 개혁·혁신·쇄신 등의 이미지를 지닌 인물을 발굴해 적재적소에 채워넣는 전략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다. 그런 만큼 한 장관의 공천 성공을 위한 첫째 조건으로 폭넓은 인재영입을 꼽는 당내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지난 총선 공천이 실패했다고 하는 이유는 물갈이가 되지 않아서가 아니라 적절한 인재를 찾아 공천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라며 "한 전 장관과 같은 인물들을 계속 찾고 발굴해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후보를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재 영입과 맞닿은 단어는 외연확장이다. 한 전 장관 역시 외연확장을 이뤄낼 수 있는 인재를 찾는 것이 우선이다. 여권에선 최근 '서울 6석' 전망 자체 보고서가 유출되는 등 수도권 위기론이 고조되고 있다. 총선 승리를 위해선 보수층 재결집 뿐만 아니라 중도·청년층의 지지를 이끌어내야 하는 만큼 한 장관이 외연 확장에 적극적으로 앞장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국회의원·당협위원장·상임고문·당원 등 당내 의견절차 수렴 과정에서도 신선함과 젊은 나이가 강점인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 직을 맡아야 한단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특히 이들은 한 장관이 기성 정치 문법과는 다른 시원한 언변으로 젊은층과 여성 등에 소구력이 있단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총선에서도 새로운 인재들이 지금 당내에 많이 들어오고 있는데 그런 인재들을 최대한 활용해서 당내에서 정치적 세대교체가 일어나야 한다"며 "이제 우리 당은 좀 더 미래 세대를 대변하는 정당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라도 당내 정치적 세대교체를 한 장관이 앞장서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대교체 역시 한 전 장관이 공천을 통해 풀어내야 하는 숙제 중 하나다. 세대교체의 대상은 민주당의 주축인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이다. 실제로 당내에선 이미 한 전 장관의 등판으로 인해 86세대의 퇴진이 가까워졌단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73년생 한동훈은 86세대의 저승사자가 되어 여의도의 전면적 세대교체를 불러올 것"이라며 "86세대는 구속된 송영길 전 대표와 함께 퇴진해야 한다. 73년생 한동훈발 여의도의 세대교체와 정치교체를 응원한다"고 적었다.
한 전 장관 역시 86세대에 부정적인 시각을 피력한 바 있다. 86세대를 대표하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자신을 비판하자 한 전 장관은 "어릴 때 운동권 했다는 것 하나로 수십 년간 시민들 위에 군림했다"며 이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숨기지 않았다.
86세대의 퇴진을 이뤄낼 공천의 방향성 역시 외연확장과 인재 발굴에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이를 위해 새롭게 꾸려질 비대위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 19대 총선 당시 박근혜 비대위가 들어오면서 이준석 전 대표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영입해 굉장히 신선한 충격을 줬다"며 "한 전 장관 역시 이런 인적 구성과 함께 민주당보다 앞서 나갈 수 있는 정책적 이슈를 선점하는 모습을 통해 민심을 되돌릴 수 있는 전략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계파공천 역시 한 전 장관이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특히 당내에서 불고 있는 친윤(親尹), 검사 출신 공천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펼쳐진 친박(친박근혜)과 비박 간의 계파 다툼으로 일어난 '옥쇄 파동'과 같은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또 다른 국민의힘 한 의원은 "공천에서 문제가 생기는 이유 중 하나는 '내 사람 챙기기'인데 한 장관은 여의도에 '내 사람'이 없지 않나"라며 "그런 만큼 편견 없이 다양한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배경이 이미 마련된 셈인데 좀 많은 이야기를 듣고 도덕성은 물론이고 참신함을 갖춘 사람들을 계속 당으로 끌어들여 민주당을 압도할 수 있는 공천을 해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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