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첨단 패키징 연구…일본 요코하마에 거점 설립
삼성전자가 일본 요코하마에 반도체 첨단 패키징 연구개발(R&D) 거점을 세운다. 이를 위해 이 지역에 2028년까지 400억엔(약 3600억원)을 투자한다. 4년 전만 해도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제한 조치로 마찰을 빚었던 양국이 이제는 한국의 제조기술과 일본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경쟁력 간 시너지를 기대하며 손을 맞잡게 됐다.
일본 경제산업성과 요코하마시는 21일 삼성전자가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21 지구에 ‘어드밴스드 패키지 랩(APL)’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이날 일본 정부는 반도체 투자 촉진책을 논의하기 위해 기시다 후미오 총리 주재로 열린 민관 제휴포럼에서 이같은 사실을 공개하며, 전체 투자액의 절반에 달하는 200억엔(약 1800억원)을 삼성에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의 요코하마 R&D 기지는 칩을 3차원으로 쌓아 성능을 끌어올리는 차세대 패키징 기술을 개발하는 해외 거점이 될 전망이다. 인공지능(AI)과 5세대 이동통신(5G)용 반도체 분야의 후공정 패키징 기술 연구가 여기서 이뤄진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내년부터 총 2000평 부지에 첨단 반도체 시제품 생산라인을 건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본 반도체 소부장 협력사와의 협업이 요코하마 R&D 기지의 핵심 역할로 꼽힌다. 이를 위해 2027년도까지 100명 이상의 반도체 전문 인력을 현지에서 채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요코하마시가 낸 자료에 따르면, 이 지역에 대해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 사장은 “패키징 관련 기업이 많고 우수한 대학과 인력도 있기 때문에 업계·대학·연구기관과 기술연구 협력에 적절한 곳”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세계 4위 반도체 장비 업체인 도쿄일렉트론(TEL)을 비롯해 캐논·TDK·무라타제작소 등 굴지의 기업을 보유한 반도체 소부장 최강국이다. 반도체 업계에서 칩 성능을 높이기 위한 패키징 공정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 역시 일본 요코하마 거점을 통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최첨단 패키징 기술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칩 제조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소부장 기술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산업 부활 총력전에 나선 일본 역시 삼성전자의 이번 투자로 경쟁력을 더하게 됐다. 소부장 생태계를 시작으로 D램(마이크론)·낸드플래시(키옥시아)는 물론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라피더스·TSMC)에 이어 첨단 후공정 패키징 거점까지 잇따라 자국에 유치하게 됐다.
한국과 일본은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지난 5월 정상회담에서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기로 합의하고, 일본 측이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 투자를 설득하면서 협력 분위기로 급격히 발전했다.
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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