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그룹 6년 만에 한경협 복귀…조직 활기, 꼴찌서 일등된 기분”
“4대 그룹이 들어와 한경협이 다시 살아났다. (이 기업들이) 들어오지 않았었다면 아무것도 못 했을 것이다.”
류진(풍산그룹 회장)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회장이 지난 20일 한경협 출범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소회다. 류 회장은 “4대 그룹 회장들의 선친이 과거 전경련 회장직을 맡은 터라 (회장들이) 다들 책임감이 있고, 애착이 있다”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포함해 4대 그룹 총수 모두가 다른 작은 회원사들을 도우려고 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소통도 잘되고, 상생도 하고 있어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이후 한경협 전신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2017년 삼성·현대자동차·SK·LG 그룹이 연쇄 탈퇴하며 최대 위기를 맞았다. 지난 8월 22일 구원투수로 취임한 류 회장은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을 흡수통합하는 등 구조조정과 4대 그룹 재가입을 이끈 뒤 간판을 한경협으로 바꿔 달았다. 9월 18일 공식 출범한 한경협은 이달 26일로 100일을 맞는다.
류 회장은 “100일을 마치 1000일처럼 바쁘게 보냈다”며 “단체를 정상화시키는 게 꼭 워크아웃에 들어간 기업을 회생시키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류 회장은 “내 일의 80%는 한경협이 차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경협은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영국 국빈 방문 시 경제사절단을 파견하는 등 정부 활동에 적극적이다. 류 회장은 “그동안 5년 이상 정부의 ‘패싱’을 겪었지만 최근에는 한경협을 파트너로 여겨주고 있다”며 “마치 꼴찌에서 1등 된 기분,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에서 꼭대기로 올라간 기분이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류 회장은 일부 대기업 총수 일가의 경영권 및 상속 분쟁에 대한 언급도 했다. 류 회장은 “형제끼리, 집안끼리 싸우는 곳도 있지만 어떤 면에서 보면 그것 또한 경쟁력”이라며 “이기는 쪽이 계속 이끌어 갈 것이고, 그걸 경험 삼아 해외에서도 잘 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가장 문제는 오너 2세, 3세로 (경영권이) 이어지는 것”이라며 “자식이 사업 능력이 있으면 물려받되, 만약 자식이 능력이 없으면 구태여 족보식으로 경쟁하지 않고 전문경영인(CEO)을 잘쓰면 더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협은 회원사 확보에도 힘쓰고 있다. 류 회장은 “과거 4대 그룹이 (전경련을) 나가면서 150개 기업도 탈퇴했다. 그들이 다시 온다면 단체에 힘이 더욱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류 회장은 여성 부회장 지명, 부회장단의 업종 다각화 등도 당면 과제로 들었다.
류 회장은 또 “지난 5년간 해외 경제단체와의 관계가 많이 끊겼다. 해외에서도 한국의 어느 단체와 이야기해야 할지 난감해 하는 경우를 봤다”며 “대한상의, 무역협회와도 한 팀이 돼 해외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일 3국의 비즈니스 파트너십 구축, 미국 상공회의소·일본 게이단렌과 ‘한·미·일 비즈니스 서밋’ 공동 개최 등이 그가 꼽은 내년 주요 과제다.
한경협은 21일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 거듭나기 위한 조직개편도 실시했다. 이를 위해 연구총괄 대표 겸 한경연 원장에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을 내정했다. 연구총괄 산하에 미래전략TF와 경제교육팀을 신설했고, 글로벌 현안에 따른 글로벌 프로젝트 TF를 수시로 구성해 운영할 예정이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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