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표 법원장 추천제, 내년 인사 때 안 한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2019년 도입한 ‘법원장 추천제’가 내년 1월 정기인사에선 사라진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8일 임기를 시작한 지 2주 만에 전임 ‘김명수 코트’의 유산에 대한 개혁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상환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21일 ‘2024년 법관 정기인사에 관하여 드리는 말씀’을 통해 “이번 정기인사에서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시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법원장 추천제를 하지 않는 건 일단 이번 정기인사에 한정된다는 게 법원행정처의 설명이다. 김 처장은 “지난 5년간 시행된 추천제에 대해서는 법원 안팎으로 여러 의견이 있다”며 “이번 법관 인사에서 당장 합리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해 원활하게 시행하기에는 남은 일정이 너무 촉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5년 이후 인사 계획에 대해선 법원 구성원들의 광범위한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민주적·수평적 법원’을 표방하던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대표적 정책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 이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강력한 사법행정권·인사권 행사에 반발했던 법원 내부 분위기를 반영한 제도다. 대법원장이 법원장을 발탁하는 게 아니라 일선 법원 판사들이 투표로 동료 법관 가운데 법원장 후보를 추천하고, 대법원장이 이를 수용해 임명하는 방식이다.
도입 초기엔 엘리트·보수 성향 법관 위주이던 법원장 자리가 진보 성향을 포함한 다양한 법관들에게 돌아갈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다. 다만 해를 거듭하면서 투표를 통해 자리에 오른 법원장들이 실질적으로 법원을 제대로 장악하고 지휘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늘었다. 최근 몇 년간 재판 지연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하면서 법원장 추천제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대법원장의 인사권을 견제하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결과적으로는 친(親) 김명수 법관들이 ‘수석부장→법원장’ 루트를 밟으면서 결국 대법원장의 장악력을 오히려 더 강화한 것이란 지적도 있었다.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일단 이번 추천제 미실시를 시작으로 원점에서부터 인사제도를 검토하되, 예전에 비판받던 부분을 보완해 최적의 제도를 찾는 과정을 밟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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