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아바타' '당정일체' 벗어나야 [한동훈 비대위에 바란다 ①]
'수직적 당정관계 청산'해야 '김기현 체제'와 차별화 가능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성공 첫 번째 열쇠는 '수직적 당정관계' 청산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체제' 붕괴 근본 원인은 수직적 당정관계에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이 대통령실에 끌려다니는 모습만 국민에게 보여준 채, 대통령을 향해 '쓴소리'를 하지 못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판을 크게 키우고, '중도층의 외면'이라는 패배 후폭풍을 몰고 온 것도 결국 대통령실의 고집 때문이었다.
'윤석열의 황태자'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후배로 알려져 있다. 윤 대통령과 한 전 장관의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은 두 가지다. 하나는 한 전 장관이 '윤석열 아바타'가 될 것이라는 비판이다. 오히려 반대로 오랜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대통령에게 직언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한 전 장관은 지난 19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기 전 '윤석열 아바타'라는 지적에 "지금껏 공직 생활을 하며 공공선을 추구한다는 한 가지 기준을 생각하면서 살아왔다. 그 과정에서 누구도 맹종한 적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이어 "그런 (윤석열 아바타라는) 이야기는 민주당에서 많이 하는 것 같다"며 "자기들이 이재명 대표를 맹목적으로 추종하고 절대 복종하니까 남들도 다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 전 장관이 여당 비대위원장에 오르게 된 것은 친윤(친윤석열) 의원들의 강한 지지가 있었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친윤 의원들이 '한동훈 비대위'를 강하게 밀고 당 안팎 여론을 조성하면서, 소위 말해 '친윤들이 한동훈 비대위를 만들 판을 깔아놨다'는 평가가 나왔다. 친윤들이 나서자 비대위원장 하마평에 올랐던 '원희룡·김한길' 등의 이름은 '쏙' 들어가 버렸다.
지난 3·8 전당대회에서 김기현 전 대표 역시 친윤들의 적극적인 지지 속에서 '안철수·나경원' 등을 제치고 어렵게 당대표에 올랐다. 정치적 빚이 생겨버린 김 전 대표는 결국 대통령실과 친윤들의 영향력에 자유로운 모습을 보이기가 어려웠다.
한 전 장관 역시 대통령실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김 전 대표를 앞장서서 비판해왔던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은 아예 '한동훈 체제'를 향해 '용산 직할체제'라고 정의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김기현 체제 때는 바른길 가라고 다소 깊이 비판하고 잘못 가는 길을 바로 잡으려 했지만, 한동훈 체제는 (윤석열 대통령) 직할체제이기 때문에 윤 대통령과 직접 부딪치게 되어 윤 대통령과 관계상 부적절하여, 당무에 언급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아예 "한 전 장관은 윤 대통령 아바타, 김 여사의 호위무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했다. 비이재명계 모임인 '원칙과상식'도 "정치보복의 선봉장이자 윤 대통령의 칼이 정부·여당의 비대위원장이 됐다"고 평가절하했다.
이러한 비판을 국민의힘도 모르지 않는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21일 '한동훈 체제가 대통령 직할체제라는 비판이 있다'는 질문에 "당과 대통령실 또 정부와의 관계는 지금 사실은 소통의 문제가 없고 또 양방향으로 소통이 잘 되고 있습니다만, 국민께서 소통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도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오히려 (대통령과) 한동훈 장관과 신뢰 관계가 있기 때문에 소통의 질이 훨씬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또 진솔한 소통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과 관계에서 '장관 한동훈'과 '비대위원장 한동훈'의 태도는 분명 달라질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친윤계 한 의원은 "한 전 장관은 행정부에선 대통령의 뜻을 받아서 정책을 펴는 입장에서는 한 몸 관계를 맺었고, 검찰 내에서는 상하관계로 관계를 맺었기 때문에 한 몸으로 표현할 수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비대위원장은 대통령과의 상하관계가 아니며, 그 역할에 대해서 한 장관이 충분히 인지하기 때문에 비대위원장 역할을 잘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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