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꾹닫’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3연임’ 위한 세팅은 끝났다

오수진 2023. 12. 21.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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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추위 운영 의결…이번 ‘차기 회장 선정’ 키 쥐어
최정우 회장, 최근 언론사 피해 기존 일정 조정
개선안 통과로 최 회장 ‘연임 의사 표명’ 부담 지워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지난 10월 16일 세계철강협회 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포스코그룹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일정을 변경하면서 까지 언론을 피해가며 거취 표명을 미루는 가운데 21일 ‘CEO후보추천위원회’가 본격 가동했다. 최 회장이 연임 의사를 공식화하진 않았지만, 임시이사회에서 새로운 지배구조 체제인 ‘포스코형(型) 신(新)지배구조 개선안’ 의결이되면서 최 회장의 ‘3연임’을 위한 ‘룰 세팅’이 완료됐다.

포스코그룹 이사회는 이날 임시위원회를 열고 후추위 ‘CEO후보추천위원회’ 운영을 의결했다. 의결 이후에는 후추위 1차 회의도 곧바로 개최했다. 향후 회장 후보군 발굴 및 자격심사를 통해 최종 후보 1인을 늦어도 내년 2월 중순까지 이사회에 추천하겠단 방침이다.

후추위 위원장으로는 박희재 이사회 의장이 선임됐다. 포스코 지주사 포스코홀딩스의 첫 이사회 의장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인물이자, 최 회장의 임기를 같이 쭉 지키던 몇 안되는 사외이사 중 한명이다.

이를 통해 후추위는 이번 차기 회장 선정 과정에 있어 막강한 권한을 얻었다. 후보군은 후추위를 통해서만 추려지며, 입후보 의지가 있더라도 후추위에서 받아들이지 않으면 후보군에 오를 수 없게 된다.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누구든 자기가 나오고 싶다고 하더라도 후추위가 이를 반려하면 차기 회장에 도전할 수 없게 된다”며 “후보군은 후추위 선정을 통해서만 추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9일에 이어 이날도 최 회장의 거취 표명은 없었지만, ‘3연임’ 도전 수순이 될 거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최 회장이 자진해서 연임 의사를 밝힐 가능성은 적어졌지만, 후추위의 추천으로 ‘3연임’에 자동으로 도전하는 발판이 마련됐다. 최 회장의 의사표명 없이도 후추위가 최 회장을 후보로 올리면 최 회장은 자연스럽게 3연임에 도전하게 되는 구조다.

이 때문인지 최 회장은 최근 출·퇴근시간, 박태준 초대회장 참배 등 기존 일정을 바꿔가면서까지 좀처럼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연임’에 대한 질문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부담을 느낀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사회가 열린 지난 19일 오전부터 늦은 저녁 시점까지 언론사들이 최 회장을 기다렸지만, 그의 ‘철통 방어’에 얼굴조차 접할 수 없었다. 한 포스코 임직원은 “이사회가 개최된 지난 19일 최 회장이 기자들이 왔단 소식에 출근 루트를 바꿨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故 박태준 명예회장 서거 11주기를 맞아, 13일 국립서울현충원 묘소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포스코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후추위에서 최종 후보를 내놓을 때까지 거취에 대해 침묵을 지킬 것으로 보고 있다. 후추위의 차기 회장 후보군 선정이 최 회장의 연임 의사 표명 여부와 무관한 상황에서 굳이 거취를 밝혀 대내외적인 부담을 짊어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 해외순방 경제사절단에서 ‘패싱’ 당하는 등 정부와 불편한 관계가 있었고, 포스코홀딩스 본사 배치와 관련해 포항 지역 시민들로부터 퇴진 압박도 받아 왔다. 포항 지역 시민단체로부터 회사차 사적유용 혐의로 고발당해 사법리스크에도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정우 회장이 스스로 3연임 도전을 선언했다가는 반발 여론은 물론, 역대 포스코 회장들이 모두 두 번째 임기조차 못 채웠던 배경인 ‘외풍’에 직면할 수도 있다.

내부적으로도 그룹 내 계열사 경영진과 차기 회장 자리를 놓고 경쟁해야 되는 상황에서 최 회장이 먼저 회장 자리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

그보다는 계속해서 침묵을 지키며 후추위의 후보군 선정과 자격 심사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는 관측이다.

내년 3월 주총에 올릴 최종 후보를 추리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주관하는 후추위는 포스코홀딩스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된다. 박희재 위원장과 함께 포스코홀딩스 첫 이사회 의장 후보 중 한 명이자, 첫 의장이었던 김성진 사외이사가 후추위에 포함됐단 점도 주목할 만하다.

사외이사 대부분이 최 회장의 측근이지만, 2018년 3월 선임된 김 사외이사는 최 회장이 첫 취임한 2018년 7월부터 지금까지 함께 호흡을 맞춰오고 있다.

그는 전 해양수상부 장관 출신으로, 처음 사외이사로 선임됐던 당시 자격 논란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연임에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포스코홀딩스가 지주사로 출범한 후 첫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됐다.

1949년생으로, 1957년생인 최 회장보다 나이가 많지만 최 회장과 함께한 기간이 긴 만큼 지금까지 행보와 같이 최 회장을 적극 지지해줄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 상황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김성진 사외이사가 의장으로 선임됐을 당시에도 최 회장의 입김이 있었다”며 “후추위에서 최 회장이 추천 후보로 오를 경우 사실상 임기를 계속 이어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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