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30초 일찍 울린 수능 종료벨…1인당 ‘2천만원’ 손배 소송 제기

서울 경동고 피해 수험생 39명, 국가 상대 손해배상 청구
2020년 수능 종료벨 오류 사건에는 ‘1인당 700만원’ 지급 판결

(매경 DB)

수능 시험장에서 국어 시험 종료벨이 1분30초 일찍 울렸던 경동고 시험장 응시생들이 1인당 ‘2천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9일 서울 경동고 시험장에서 수능 종료 벨이 일찍 울려 피해를 본 수험생들이 교육당국에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명진은 “수능 타종 사고로 피해를 본 수험생 39명이 국가를 상대로 1인당 2천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접수했다”고 밝혔다.

지난 11월 16일 수능 날 서울 성북구 경동고 시험장에선 1교시 국어 시간 시험 종료 벨이 1분 30초 일찍 울렸다. 타종을 맡은 교사 A씨가 시간 설정 시 마우스를 잘못 건드린 탓이었다.

명진에 따르면 A씨는 타종시간 확인용 교육부 지급 물품이 아닌 아이패드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명진은 “아이패드 화면이 중간에 꺼진 것을 다시 켜는 과정에서 시간을 잘못 보고 타종 실수를 한 것으로 봤다”고 밝혔다. 경동고는 수동 타종 시스템을 쓰고 있었으며 상당수 시험장에서 방송 시스템 오류를 우려해 자동이 아닌 수동 타종을 하고 있다.

당시 경동고는 2교시가 종료된 후 다시 1교시 국어 시험지를 배부하고 수험생들이 1분 30초 동안 문제를 풀 수 있게 했다. 답안지에 답을 기재할 수 있도록 했지만 수정은 허락하지 않았다.

수험생 측은 타종 사고로 평소의 실력 발휘를 하지 못하고 시험에 지장이 있었다는 점을 이유로 1인당 2천만원의 손해배상액을 청구했다. 당시 점심시간을 할당해 추가 시험을 치르다 보니 학생들은 “시험지 배포·회수 등까지 감안하면 원래 50분이었어야 할 점심시간이 25분이 돼버려서 다음 시험에도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실제로 명진 측은 일부 피해 학생들의 성적이 모의고사 때보다 지나치게 낮게 나왔다고 밝혔다. 9월 모의고사 국어 73점을 받았던 학생이 48점을 받는가 하면, 9월 모의고사 국어 1등급이었던 학생이 3등급으로 추락하기도 했다. 시험을 포기하고 귀가한 학생들도 있었다.

법무법인 명진은 “타종 사고가 한 달 이상 지났지만, 교육당국이 피해 학생에게 사과도, 타종 경위 설명도, 재발 방지책도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우석 변호사는 “3년 전에 타종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교육부는 타종 사고 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매뉴얼을 배포하지 않았다”며 “향후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하며, 피해 학생들에게 적어도 1년 재수 비용은 배상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2020년 서울 강서구 덕원여고 시험장에서도 수능 제1 선택과목 시간에 종료 벨이 약 3분 일찍 울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수험생과 학부모 등 25명은 국가와 서울시를 상대로 1인당 8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2심에서 1인당 7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