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한동훈 일성 “권력위한 쟁투정치 말고 동료시민과 길 만들것”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수락한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정치인으로서 첫 일성으로 “동료 시민과 함께 미래를 위한 길을 만들어 같이 가겠다”고 밝혔다. “9회말 투아웃 투스트라이크 상황에선 후회없이 (방망이를) 휘둘러야 한다”고도 했다.
한 전 장관은 2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동료 시민들의 삶이 조금이나마 나아지게 하고 싶었다. 특히 서민과 약자의 편에 서고 싶었다”며 “이 나라의 미래를 대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17일 윤석열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에 취임한 한 전 장관은 584일 만에 장관직을 내려놓고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맡아 내년 총선을 지휘하게 됐다. 이날 오전 장관직 사임 의사를 법무부 간부들에게 밝힌 한 전 장관은 이날 오후 예정된 국회 본회의 참석 일정을 취소하고 이임사를 준비했다.
한 전 장관은 399자의 간결한 이임사에서 “제가 한 일 중 잘못되거나 부족한 부분은 능력이 부족해서일 것”이라며 장관으로서 부족한 점은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대신 “제가 한 일 중 국민께서 좋아하시고 공감해주시는 일들은 모두 동료 공직자의 공”이라며 “마음으로 응원해주신 동료 시민들께도 고맙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참석한 직원들의 박수를 뒤로하고 이임식장을 떠난 한 전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여당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한 데 대해 “비상한 현실 앞에서 잘할 수 있겠지라는 막연한 자신감보다 현실 앞에서 동료 시민과 나라를 위해 잘해야겠다는 책임감을 크게 느낀다”고 말했다. 한 전 장관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쟁투 의미의 정치는 멀리해왔다”면서도 “동료 시민과 함께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길을 만들어 같이 가겠다”라고 강조했다.
한 전 장관은 내년 4·10 총선이 넉 달도 남지 않은 여권의 상황을 야구에서 위기이자 기회인 ‘9회 말 투아웃 투스트라이크’에 비유했다. 그는 “9회 말 투아웃 투스크라이크면 원하는 공이 들어오지 않는다”며 “스트라이크인지 볼인지 애매해도 후회 없이 휘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상식과 생각이라는 나침반을 갖고 앞장서려고 한다”라며 “그 나침반만으로는 길 곳곳에 있을 사막이나 골짜기를 다 알 수는 없겠지만 지지해주시는 의견 못지않게 비판해주시는 다양한 의견도 경청하고 또 존중하면서 끝까지 계속 가보겠다“고 덧붙였다.
한 전 장관은 향후 당정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이든, 여당이든, 정부든 모두 헌법과 법률 범위 내에서 국민을 위해 일하고 협력해야 하는 기관”이라며 “그 기본을 잘 알고 있다”라고 원론적인 답을 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2007년 한 전 장관이 부산지검 특수부 검사로 직을 걸고 전군표 당시 국세청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승부수를 던졌던 사례를 언급하며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쓴소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당시 대검 연구관이던 윤 대통령은 ‘내려가서 한동훈 수사를 도우라’는 대검 지휘부의 지시에 대해 “사건 수사가 잘 되고 있다”라며 지휘부 개입을 차단하는 방패막이를 자처했다. 윤 대통령은 한 전 장관의 올곧은 성격에 대해 “늘 수사를 유도리(융통성) 없이 독립운동 하듯이 한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 전 장관은 탈당을 예고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나 신당 창당을 추진하는 이들에 대해 “당을 가리지 않고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다양한 목소리가 최대한 많이 나올수록 더 강해지고 국민에게 봉사할 수 있는 정당이 된다”라고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비대위 인선과 관련해선 “국민을 위해 열정적으로 헌신할 수 있는 분을 모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나”라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한 전 장관의 사의를 받아들여 면직안을 재가했다. 후임 법무부 장관이 지명되지 않아 법무부는 당분간 이노공 법무부 차관 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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