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9회말 2아웃 2스트, 무슨 공이든 후회없이 휘둘러야"

김다영, 김하나 2023. 12. 2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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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위기에 빠진 국민의힘의 구원 투수로 등판했다. 윤석열 정부 최연소 국무위원에서 50대 여당 대표로 타이틀을 바꿔 달게 될 한 장관은 내년 4·10 총선을 앞둔 국민의힘을 지휘한다.

한 장관은 이날 오전 윤재옥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의 비대위원장직 제안을 수락한 뒤 정부과천청사에서 이임식을 했다. 한 장관은 이임사에서 추대 수락의 이유를 “동료 시민들의 삶이 조금이나마 나아지게 하고 싶었다. 특히, 서민과 약자의 편에 서고 싶었다. 그리고 이 나라의 미래를 대비하고 싶었다”는 말로 표현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이어진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그는 “9회 말 투 아웃 투 스트라이크면 원하는 공 들어오지 않고 스트라이크인지 볼인지 애매해도 후회 없이 휘둘러야 한다”며 “국민의 상식과 국민의 생각이라는 나침반을 가지고 앞장서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침반만으로 길 곳곳에 있을 사막이나 골짜기를 다 알 수는 없지만, 지지해주시는 의견 못지않게 비판해주시는 의견도 경청하며 끝까지 계속 가보겠다”고 덧붙였다. 여권 내에선 잠재적 대선 주자인 한 장관의 조기 등판을 우려하는 시선이 적잖은데,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정치에 참여하는 이유에 대해선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쟁투라는 의미에서의 정치와는 멀리 있었고 실제로 그런 일을 하지 않았지만 큰 의미의 공공선 추구는 20여년 째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마음 그대로 현실 정치에 들어가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곧 착수하게 될 비대위원 인선과 관련해 한 장관은 “비상대책위원회라는 것이 굉장히 비상식적인 상황을 의미하는 만큼, 국민을 위해 열정적으로 헌신할 수 있는 분을 모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준석 전 대표와의 회동 가능성에 대해서는 “당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생각을 가진 많은 분을 만나야 한다”라면서도 “그렇지만 특정한 사람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비상대책위원장직 제안을 받아들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이임식을 마친 뒤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당과 대통령 간의 건강한 관계 정립에 대해서는 “대통령이든 여당이든 헌법과 법률의 범위 내에서 국민을 위해 협력해야 하는 기관”이라고 했다. 최근까지 당에서 적극적으로 추대하는 모양새가 아니라는 지적에 한 장관은 “주위에서 이른바 ‘여의도 문법’ 대로 삼고초려 하는 장면을 만들어야 한다고들 하더라”며 “하지만 저는 결심했으니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간 보거나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속도전은 이날 여권의 움직임을 특징짓는 단어 중 하나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 장관이 오전에 사의를 표명한 지 2시간 만에 면직안을 처리했다. 윤재옥 권한대행은 당 결정 사항을 대통령실과 공유한 뒤 즉각 한 장관과 만나 비대위원장을 제안했고, 한 장관은 흔쾌히 수락했다고 한다. 당의 공론장 격인 의원총회에선 반대 의견이 없었고, 의총 직후엔 화상 긴급최고위원회의를 열어 5분 만에 한동훈 비대위원장 임명을 위한 전국위원회 개최안을 의결했다.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윤재옥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을 열고 국민의힘 신임 비대위원장으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 지명 발표를 하고 있다. 2023.12.21/뉴스1


국민의힘은 22일 전국위원회 소집요구안을 공고한 뒤, 26일 전국위를 열고 한동훈 비대위 출범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한 장관은 이르면다음 주 중 비대위원 인선 등의 업무에 착수한다. 당헌·당규상 다음 달 10일까지 공천관리위원회 출범을 마무리 지어야 하는 만큼, 연내 비대위 구성을 마친다는 것이 당 지도부 계획이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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