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고 불온하지만… 사실적인 소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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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한 편을 단행본으로 출간하는 '위픽' 시리즈의 41번째 책으로 안담의 '소녀는 따로 자란다'가 나왔다.
이것이 전형적인 소녀 이야기로 흐르지 않는 것은 여자애들의 여자 되기 연습을 묘사하기 때문이고, 화자인 '나'가 꽤나 조숙한 소녀이기 때문이다.
'나'는 "팔짱을 끼는 여자애들은 잔망 떠는 연습을 내게 다 한 뒤에 진짜로 좋아하는 남자에게 선보이러 떠난다는 걸", 팔짱을 낄 때는 "가슴을 꼭 붙이는 거"라는 걸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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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담 지음
위즈덤하우스, 68쪽, 1만3000원
단편소설 한 편을 단행본으로 출간하는 ‘위픽’ 시리즈의 41번째 책으로 안담의 ‘소녀는 따로 자란다’가 나왔다. 시집 판형에 본문이 54쪽에 불과해 1시간 안에 다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읽고 나서도 꽤 오래 책을 놓지 못할 수 있다. 낯설고 강렬하다. 예컨대, “그렇게 5학년은 서로가 역겹다는 듯 고개를 돌리면서, 그리고 간절하게 곁눈질하면서, 갑자기 지독하게들 사귀어댄다” 같은 문장들.
“나를 곁에 두길 즐겼던 여자애들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소설은 이렇게 시작해서 초등학교 4학년부터 6학년까지 여자애들이 경험하는 몇 가지 에피소드를 보여준다. 이것이 전형적인 소녀 이야기로 흐르지 않는 것은 여자애들의 여자 되기 연습을 묘사하기 때문이고, 화자인 ‘나’가 꽤나 조숙한 소녀이기 때문이다.
‘나’는 남자애도 아니고 여자애도 아닌 것 같아서 곤욕스러운 여자애이다. 아이도 어른도 아니어서 이미 많은 걸 아는 소녀이기도 하고, 모르는 걸 간절히 알고 싶어하는 소녀이기도 하다. ‘나’는 “팔짱을 끼는 여자애들은 잔망 떠는 연습을 내게 다 한 뒤에 진짜로 좋아하는 남자에게 선보이러 떠난다는 걸”, 팔짱을 낄 때는 “가슴을 꼭 붙이는 거”라는 걸 안다. 그리고 “나도, 나는 예쁘냐고” 묻고 싶고, “너무 많은 단어를 알고 있다는 것은 나중에 희망이 되기도 하는지” “바깥의 세상에는 다른 아름다운 것들이 많은지” 알고 싶어한다.
이 소설은 소녀 이야기들이 배제해온 여자아이의 섹슈얼리티 문제를 섬세하게 다룬다. 또 여자가 무엇인지 남자가 무엇인지 어른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던 시절의 혼란과 갈증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그렇게 낯설고 불온하지만 사실적인 소녀 이야기가 탄생했다.
이 소설은 안담의 첫 소설이다. 그는 등단한 적이 없으며, 무늬글방을 운영하고, 연극 무대에도 선다. 활동가들을 초대해 식탁에서 나눈 대화를 담은 책 ‘엄살원’(공저)을 썼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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