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요코하마에 연구기지 세운다…한·일 新반도체 동맹

이희권 2023. 12. 21.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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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월 충남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반도체 패키지 라인을 둘러보고 사업전략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일본 요코하마에 반도체 첨단 패키징 연구개발(R&D) 거점을 세운다. 이를 위해 이 지역에 2028년까지 400억엔(약 3600억원)을 투자한다. 4년 전만 해도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제한 조치로 마찰을 빚었던 양국이 이제는 한국의 제조기술과 일본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경쟁력 간 시너지를 기대하며 손을 맞잡게 됐다.

일본 경제산업성과 요코하마시는 21일 삼성전자가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21지구에 ‘어드밴스드 패키지 랩(APL)’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이날 일본 정부는 반도체 투자 촉진책을 논의하기 위해 기시다 후미오 총리 주재로 열린 민관 제휴포럼에서 이같은 사실을 공개하며, 전체 투자액의 절반에 달하는 200억엔(약 1800억원)을 삼성에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김경진 기자


삼성전자의 요코하마 R&D 기지는 칩을 3차원으로 쌓아 성능을 끌어 올리는 차세대 패키징 기술을 개발하는 해외 거점이 될 전망이다. 인공지능(AI)과 5세대 이동통신(5G)용 반도체 분야의 후공정 패키징 기술 연구가 여기서 이뤄진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내년부터 총 2000평 부지에 첨단 반도체 시제품 생산라인을 건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본 반도체 소부장 협력사와의 협업이 요코하마 R&D 기지의 핵심 역할로 꼽힌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일본 소재·장치 회사와 연계해 한·일 공동으로 첨단 반도체 기술을 개발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2027년도까지 100명 이상의 반도체 전문 인력을 현지에서 채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요코하마시가 낸 자료에 따르면, 이 지역에 대해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 사장은 “패키징 관련 기업이 많고 우수한 대학과 인력도 있기 때문에 업계·대학·연구기관과 기술연구 협력에 적절한 곳”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세계 4위 반도체 장비 업체인 도쿄일렉트론(TEL)을 비롯해 캐논·TDK·무라타제작소 등 굴지의 기업을 보유한 반도체 소부장 최강국이다. 이들 기업은 반도체 회로 패턴을 그리는 식각장비를 비롯해 수많은 제품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공급하고 있다. 삼성은 TSMC·인텔과 더불어 반도체 첨단 패키징 분야에서 세계 최정상 수준에 올라있다.

반도체 업계에서 칩 성능을 높이기 위한 패키징 공정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 역시 일본 요코하마 거점을 통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최첨단 패키징 기술력을 끌어 올리기 위해서는 칩 제조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소부장 기술이 반드시 뒷받침 되어야 한다”며 “삼성을 중심으로 양국이 반도체 분야에서 각자 강점을 합치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대만 TSMC가 공장을 짓고 있는 일본 구마모토현 기쿠요마치. 연합뉴스

반도체 산업 부활 총력전에 나선 일본 역시 삼성전자의 이번 투자로 경쟁력을 더하게 됐다. 소부장 생태계를 시작으로 D램(마이크론)·낸드플래시(키옥시아)는 물론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파운드리(라피더스·TSMC)에 이어 첨단 후공정 패키징 거점까지 잇따라 자국에 유치하게 됐다.

한국과 일본은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지난 5월 정상회담에서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기로 합의하고, 일본 측이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 투자를 설득하면서 협력 분위기로 급격히 발전했다. 삼성전자는 당초 300억엔(약2700억원)을 투자하려 했으나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설득으로 전체 투자금액이 늘었고, 일본 정부의 보조금도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대만 TSMC의 구마모토 공장 건설에도 전체 비용의 절반에 달하는 4조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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