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에 17계단 떨어진 홍콩 '자유지수'…"자유의 가파른 쇠퇴"

홍콩의 자유지수가 홍콩 민주화 운동 이후 국가보안법이 시행되면서 급격히 하락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톈안먼 민주화시위 34주년 기념일을 하루 앞둔 지난 6월3일 홍콩 번화가 코즈웨이베이에서 한 남성이 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캐나다 프레이저 연구소와 미국 카토 연구소가 지난 19일(현지시간) 공동 발간한 '인간 자유 지수 2023(Human Freedom Index)' 보고서에서 홍콩은 조사 대상 165개국 중 46위를 차지했다. 2020년에는 29위였던 데 비해 17계단 하락한 수치다. 2021년 자료를 기준으로 작성된 이번 보고서에서 홍콩은 조사 대상 중 같은 기간 순위가 20위 내려가 162위가 된 미얀마에 이어 두 번째로 급격히 순위가 낮아진 지역이 됐다.

이번 조사에서 스위스가 1위를 차지한 가운데 뉴질랜드와 덴마크, 아일랜드가 뒤를 이었다. 아시아에서는 대만이 12위로 가장 높았고, 일본이 16위로 뒤를 이었다. 한국은 28위로 지난 조사보다 1단계 하락했다. 다른 주요국 중 미국과 영국은 나란히 17위를 차지했고, 중국은 149위였다. 꼴찌는 시리아로 나타났다.

이번 보고서는 최근 나타난 자유의 감소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이동과 교역의 자유가 심각하게 제한된 데 따른 세계적 현상이라고 짚었다. 다만 홍콩에서의 자유 감소는 중국의 간섭 증가와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위반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홍콩에서의 탄압은 언론인과 자유 옹호자들의 투옥이 늘어나고 해외 반대파까지 잠재우고자 망명한 활동가들에 대한 체포 영장 발부 등으로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홍콩은 2010년 인간 자유 지수에서 세계 3위를 차지했었다"며 "홍콩이 자유의 가파른 쇠퇴로 고통받고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 수치를 보면 홍콩의 법치 지수는 2010년 7.5에서 2021년 6.1로, 집회·결사·시민사회의 자유는 2010년 8.1에서 2021년 3.2로, 표현과 정보의 자유는 2010년 8.1에서 2021년 5.3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경제적 자유 면에서도 홍콩이 25년 만에 처음으로 경제 자유에서 라이벌인 싱가포르에 1위를 내주고 2위로 내려갔다.

홍콩 정부 대변인은 이번 보고서를 두고 "홍콩의 국가 안보와 인권, 법치 수호와 관련해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이어 "국가보안법이 2019년 민주 진영의 시위와 불안 이후 주민들의 일상생활과 경제 활동, 비즈니스 환경에서 정상을 회복하게 한 점을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