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평균 수준 수비력 갖췄다"…'로하스와 결별' 두산, 라모스 선택한 이유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두산 베어스의 선택은 안정보다 변화였다. 2024 시즌을 함께할 외국인 타자로 호세 로하스와의 재계약 대신 헨리 라모스를 영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두산은 21일 구단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외국인 투수 라울 알칸타라, 브랜든 와델의 재계약과 외국인 타자 헨리 라모스의 신규 계약을 발표했다.
라모스는 계약금 5만 달러, 연봉 55만 달러, 인센티브 10만 달러 등 총액 70만 달러(약 9억 1000만 원)의 조건에 도장을 찍었다. 내년부터 두산 유니폼을 입고 양의지, 양석환, 김재환 등과 베어스 중심 타선을 이루게 됐다.
두산 구단은 "라모스는 신장 183cm, 체중 97kg의 다부진 체격을 갖춘 우투양타 외야수다. 좌우타석에서 모두 힘 있는 스윙이 가능하다"며 "강한 어깨와 선구안까지 두루 갖춰 팀 전력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영입 배경을 설명했다.
두산은 올해 지도자로 데뷔한 '국민타자' 이승엽 신임 감독의 지휘 아래 정규리그를 치렀다. 후반기 막판까지 KIA 타이거즈와 숨 막히는 경쟁 끝에 최종 74승 68패 2무, 승률0.521로 5위에 오르며 포스트시즌 막차를 타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9위에 그치며 2014년 이후 8년 만에 '야구' 없는 가을을 보냈던 아쉬움을 털고 가을야구 무대를 밟았다.
두산이 주축 선수들의 부상 이탈과 부진 악재 속에서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알칸타라-브랜든 원투 펀치의 역할이 컸다.
알칸타라는 2023 시즌 31경기 192이닝 13승 9패 평균자책점 2.67로 두산이 바랐던 리그 최고의 에이스의 면모를 보여줬다. 10개 구단 선발투수 중 가장 많은 이닝을 던지고 최다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면서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브랜든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대체 외국인 선수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18경기 104⅔이닝 11승 3패 평균자책점 2.49 퀄리티 스타트 13회로 빼어난 성적표를 남겼다.
반면 외국인 타자 호세 로하스는 준수하지만 좋은 활약을 펼쳤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로하스는 2023 시즌 122경기 타율 0.253(403타수 102안타) 19홈런 65타점 OPS 0.819를 기록했다.
로하스의 출발은 화려했다. 롯데 자이언츠와의 정규리그 개막전에서 연장 역전 끝내기 홈런을 쏘아 올렸다. 홀로 5타점을 쓸어 담으며 올 시즌 활약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하지만 로하스의 4월 성적은 23경기 타율 0.176(74타수 13안타) 4홈런 11타점 OPS 0.616으로 낙제점이었다. 5월 20경기 타율 0.242(66타수 16안타) 5홈런 13타점 OPS 0.881로 반등하는 듯싶었지만 6월 13경기 타율 0.194(36타수 7안타) 1홈런 3타점 OPS 0.543으로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다.
이승엽 감독은 로하스를 살려내기 위해 해줄 수 있는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영수 타격코치를 전담 코치로 붙여주는 등 로하스의 타격감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다.
로하스는 7월 이후에는 66경기 타율 0.291(227타수 66안타) 9홈런 38타점 OPS 0.907로 외국인 타자에게 기대하는 파괴력을 어느 정도는 보여줬다. 두산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기여한 바가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문제는 로하스의 외야 수비 능력이었다. 로하스는 국내에서 가장 넓은 잠실 야구장의 외야를 책임질 수 있는 타구 판단 능력과 수비력이 부족했다. 타격이 리그를 씹어 먹는 수준도 아니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두산은 로하스와 재계약을 쉽게 결정할 수 없었다.
두산은 내년 새로운 외국인 타자 논의 과정에서 이승엽 감독의 요청에 따라 외야수를 우선적으로 체크했다. 로하스도 후보에 포함돼 있었지만 최종 계약은 라모스였다.
두산 구단은 "외야가 넓은 잠실야구장 특성상 수비 능력을 갖춘 외야수를 물색했다"며 "라모스는 메이저리그 평균 수준의 수비력과 강한 어깨를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두산이 라모스를 높게 평가한 건 외야 수비 능력뿐만이 아니었다. 타격에서도 KBO리그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라모스는 2022 시즌을 앞두고 KT 위즈와 계약을 맺고 KBO리그에 도전했다. 시범경기에서 시범경기 기간 12경기 타율 0.387(31타수 12안타) 4홈런 9타점의 불방망이를 휘두르면서 맹활약을 예고했다. 정규리그 개막 후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18경기 타율 0.250(72타수 18안타) 3홈런 11타점 OPS 0.721로 차근차근 한국 야구에 적응 중이었다.
라모스의 발목을 잡은 건 부상이었다. 4월 중순 경기 중 자신의 타구에 발가락 골절 부상을 당하면서 KT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부상에서 회복한 뒤에는 다시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렸고 2023 시즌을 앞두고 신시내티 레즈와 마이너 계약을 맺었다.
라모스의 2023년 행보는 나쁘지 않았다. 4월 중순 빅리그 콜업에 성공했다. 23경기 타율 0.243(86타수 18안타) 5타점으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지만 40인 로스터에서 지명할당 조치를 당했다. 시즌 종료 후 FA 신분이 됐고 두산의 러브콜을 받아들였다.
라모스의 올해 트리플 A 성적은 76경기 타율 0.318, 출루율 0.411, 13홈런, 55타점, OPS 0.954로 뛰어났다. KBO 신규 외국인 선수 몸값 상한선(100만 달러)과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2023년 70만 달러) 상승의 영향으로 좋은 기량을 갖춘 외국인 타자 영입이 어려운 상황에서 두산은 최상의 카드를 얻었다.
두산 구단은 "라모스는 공까지 배트가 짧게 나온다. 인사이드-아웃 스윙으로 스프레이 히터라는 강점이 있다"며 2024 시즌 활약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두산 베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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