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3조 백화점'…신세계 강남, 매출 절반은 여기서 나왔다

최선을 2023. 12. 2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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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전경. 국내 최초로 연 매출 3조원을 돌파하는 기록을 썼다. 사진 신세계백화점


국내 첫 ‘연 매출 3조원 백화점’이 탄생했다. 고금리·고물가에 따른 소비 침체에도 꺾이지 않은 VIP 소비자들의 명품 수요 영향이 컸다. 내년엔 쿠팡까지 명품 시장에 뛰어들면서 ‘VIP 잡기’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신세계백화점은 강남점의 올해 매출이 3조원을 넘어섰다고 21일 밝혔다. 2019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2조원 매출을 올린 지 4년 만에 다시 3조 돌파 기록을 세웠다. 1초에 23만원씩 판매한 셈이며, 영업 면적 3.3㎡(평)당 매출은 1억800만원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백화점 단일 점포 3조원은 영국 해러즈 런던, 일본 이세탄 신주쿠점에 이은 전 세계 세 번째 기록”이라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매출 성장의 핵심은 VIP였다. 신세계 강남점의 매출 3조원 중 절반(49.9%)이 연간 800만원 이상 쓰는 VIP에서 나왔다. 신세계 다른 점포의 평균 VIP 매출 기여도(35.3%)보다 훨씬 높다. 에르메스(4개), 루이비통(3개), 샤넬(4개), 구찌(6개), 디올(4개) 등 명품 브랜드가 강남점 한 곳에만 패션·주얼리·뷰티 등 카테고리별로 여러 매장을 두고 VIP를 끌어모은 효과다. 서초 반포·강남 개포 등 신규 아파트 입주 시점에 1억2000만원짜리 ‘해스텐스’ 침대, 4000만원이 넘는 ‘LG전자 시그니처 8K TV’ 같은 고가의 가구·가전도 속속 팔려 나갔다. 강남점은 100명에 달하는 VIP 서비스 전담 인력을 두고, 등급별로 VIP 라운지도 운영 중이다.

20·30대로 고객층을 넓힌 것도 주효했다. 영패션 브랜드를 대거 들여왔고, K팝 그룹 세븐틴과 ‘헬로키티’ 팝업 스토어도 열었다. 구매 고객 중 30대 이하가 40%, 20대는 10%로 올해 신규 고객 매출의 절반이 20·30대에서 나왔다. 고속버스터미널과 서울 지하철 3, 7, 9호선이 인접해 있어 서울 이외 지역에 거주하는 고객 매출이 전체의 50.3%를 차지하기도 했다.

서울 송파구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잠실점 전경. 사진 롯데백화점


신세계 강남점과 경쟁해온 롯데백화점 잠실점은 내년 매출 3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잠실점 내 에비뉴엘은 명품관 단일점 기준으로는 올해 처음 1조원을 달성할 전망이다. 또 롯데백화점 본점과 신세계 센텀시티점(부산)은 올해 매출 2조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연 매출 2조원을 넘긴 매장이 신세계 강남점·센텀시티점, 롯데 잠실점·본점 등 모두 4개로 늘어나는 것이다. 최근 매출 1조원을 달성한 더현대 서울은 이날 처음 루이비통 매장을 열었다. ‘MZ핫플’에 이어 큰 손 고객도 끌어들이겠다는 방침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요즘 경기가 어렵지만 연봉 1억원 이상의 고소득자는 늘고 있다”며 “VIP의 프리미엄 명품 사랑과 ‘플렉스’(부의 과시) 욕구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1일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 서울 1층에 루이비통 매장이 오픈했다. 국내에 루이비통 여성 전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이 문을 연 건 6년 만이다. 사진 현대백화점


초겨울 날씨를 보인 지난달 10일 서울시내 한 백화점 명품 매장 입구에 침낭을 덮은 고객들이 개점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1


내년에는 이들 백화점 VIP 고객들을 노리는 곳이 추가돼 명품 시장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명품 플랫폼 ‘파페치’를 인수한 쿠팡이다. 쿠팡은 로켓배송의 장점을 살려 명품을 빠르게 배송하겠다는 전략이다. 파페치 내 판매자가 전 세계 백화점과 부티크숍인 만큼 가품 이슈도 차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명품 의존도가 높은 국내 백화점 업계도 쿠팡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쿠팡이 백화점의 직접적인 경쟁자가 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에서 지갑·벨트 등 명품 입문템 외에 금액이 큰 상품도 잘 팔릴지는 더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최선을 기자 choi.sun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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