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키운 VC도 플랫폼법 우려…"제2의 쿠팡·배민 불가능"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기업에 대한 사전 규제를 담은 '플랫폼 경쟁촉진법'을 추진하면서 벤처투자사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21일 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는 링크드인에 "플랫폼경쟁촉진법이 그대로 도입되면 IT산업과 스타트업 생태계의 경쟁력이 전체적으로 위축되고 오히려 외국 플랫폼 기업에게 반사이익을 얻게 해 결국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며 "국내 테크 기업만 대상으로 규제를 하면 누가 큰 그림을 보고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하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혁신적인 스타트업인 네이버나 배달의 민족, 쿠팡 같은 기업을 한국에서 목격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당근마켓, 하이퍼커넥트, 네이버제트 등 한국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 투자해 유니콘 신화를 만든 벤처캐피탈(VC)이다.

쿠팡, 배달의 민족 등에 투자한 알토스벤처스의 김한준 대표도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는 페이스북에 "온플법(플랫폼경쟁촉진법)은 회사들이 어느 정도 커지면 더 제한을 받아야 하며 부담을 안기게 될 것"이라며 "작은 회사들이 새로운 쿠팡·배민·네이버·카카오가 되기 더더욱 힘들고 한국에 투자하는 돈은 정부 돈만 남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 대표는 2009년 7월 말 시행된 '저작권법 삼진 아웃제'가 판도라TV를 비롯한 국내 영상 플랫폼의 이용자 이탈을 부추기면서 외국 플랫폼인 유튜브로 쏠린 사례를 들었다. 현재 공정위가 법안을 추진하는 상황은 판도라 TV가 유튜브에 밀려 몰락한 과거 사례와 비슷하다는 진단이다.

공정위는 지난 19일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플랫폼 경쟁촉진법 도입과 관련한 내용을 보고했다. 일부 플랫폼을 '지배적 사업자'로 사전 지정하고 자사 우대 등 불공정 행위를 원천 금지하는 내용이다. 세부적인 기준이 나오진 않았지만 네이버·카카오·쿠팡 등 플랫폼 기업이 해당될 것으로 보인다.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