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째 尹정부와 수싸움 중…겉 다르고 속 다른 中 ‘밀당’
한ㆍ미 동맹 강화와 한ㆍ일 관계 개선, 그리고 한ㆍ미ㆍ일 안보 협력을 궤도에 올린 윤석열 정부의 향후 최우선 외교 과제 중 하나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다. 양측 모두 급격한 관계 악화나 충돌은 피하면서도 각종 현안에서 평행선만 달리는 '뜨뜻미지근한 관계'가 2년째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협의로 연말 마무리하지만…
일단 양국은 지난 19일 중국 광둥성 선전시에서 열린 한ㆍ중 국장급 협의를 열고 올해 마지막을 대화로 마무리하는 모양새다. 최용준 외교부 동북아국장은 이날 류진쑹(刘劲松) 중국 외교부 아주사장을 만나 "올 한 해 한ㆍ중 관계 현황을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다방면에서 교류와 소통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그러나 양측 간 입장 차도 부각됐다고 한다. 외교부는 이날 "중국도 양자 관계와 국제 및 지역 문제에 대해 솔직하고 깊이 있게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는데 '솔직하다'라는 말은 양측 간 이견이 있음을 외교적으로 에둘러 표현할 때 쓰인다.
실제 중국 외교부는 이날 협의 관련 발표문에서 "류 사장이 대만과 해양 등 중국의 핵심적이고 중대한 우려에 대해 재차 중국의 엄정한 입장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외신과 인터뷰에서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를 언급한 것에 중국이 재차 항의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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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사안은 비협조 기조
실제로 중국은 올 한 해 한국과 대놓고 각을 세우는 것을 경계하면서도 중요 국면에선 비협조적 태도를 보였다. 지난달 15~1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지만, 3분간 조우했을 뿐 회담은 결국 불발됐다.
당시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방송에 출연해 "일정이 맞지 않아서 (정상회담을) 못했다"면서도 "중국이 한국과 조금 게임을 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이 한국과 기싸움 내지는 '밀당'(밀고 당기기)를 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발언이다.
지난달 26일 부산에서 열린 한ㆍ중ㆍ일 외교장관 회의에서도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 간 회담이 2시간동안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지만, 사후 발표는 미묘하게 달랐다. 당시 한ㆍ일은 "3국 정상회의 준비를 가속화하겠다"는 합의 사항을 발표했지만 중국은 이에 더해 "3국 정상회의를 위한 '조건'을 만든다"는 표현을 추가했다. 협상장 안에서는 웃으며 한국과의 협력을 강조해놓고선, 나와서는 중국이 우위에 있는 듯 뻗대는 기존 태도를 유지한 셈이다.
당초 연내로 추진되던 3국 정상회의는 내년 초 개최도 불투명하다. 외교가에선 중국의 소극적 태도도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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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당' 불구 개선 추진
그럼에도 정부는 한ㆍ중 관계 개선 의지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출근하던 중 기자들과 만나 "한ㆍ중 관계도 한ㆍ미 동맹 못지않게 중요한 관계"라며 "조화롭게 양자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간) 한ㆍ미, 한ㆍ일, 한ㆍ미ㆍ일 쪽에 치중된 현상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다. 다만 중국에 매달리는 듯 한 외교는 하지 않겠다는 '상호존중'의 원칙은 여전히 확고하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속내를 이해하는 정교한 외교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이 표면적으로 한국과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관리하려는 모습을 보인다고 해서 과도한 기대를 해선 안 된다"며 "수면 아래에 있는 중국의 실질적인 불만과 우려를 해소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미국과의 동맹을 우선하고 공고히 하면서도 한국만의 전략적 자율성의 공간을 확보해 그 안에서는 중국과 적극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회담 개최 자체보다 의미 있는 결과물 도출에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국과 정상회담 등을 추진하는 것만큼이나 만나서 과연 무슨 이야기를 할지에 대한 로드맵도 중요하다"며 "특히 최근 중국이 대만뿐 아니라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입장도 한국에 부각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양국 대화가 수월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미국과 중국 사이 균형뿐 아니라 경제와 안보 사이 균형, 가치(이념)와 국익 사이 구체적인 균형점을 어떻게 설정할지가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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