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째 배송·환불 지연”… 인스타 유명 가구업체 파문

최예슬 2023. 12. 2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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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가구 브랜드 수개월째 배송 지연
소비자들 소송 등 단체 대응 나서
업체는 여전히 영업…“해결 중” 반복
국민일보 DB

인스타그램으로 활발히 제품을 홍보해 온 한 중소 가구 브랜드가 구매자들에게 수개월째 제품을 배송하지 않고 있어 소비자들이 단체 대응에 나섰다. 파악된 것만 20명 이상의 구매자가 환불이나 배송을 촉구하고 있지만, 업체 측은 경영난을 이유로 들며 ‘해결 중’이라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문제는 기존 구매자들이 문제 해결을 기다리는 중에도 업체 측이 평소처럼 영업하면서 주문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윤모(28)씨의 남편은 지난 6월 초 카드로 70만원짜리 책장을 샀다. 업체는 “현금을 결제하면 20% 할인해 주겠다”며 현금으로 재결제를 권했다. 현금 결제를 했지만, 상품 배송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윤씨는 “9월까지 6~7차례 약속한 배송이 미뤄졌다”고 토로했다. 환불을 요청했지만 “제품이 이미 제작 완료됐다”며 거부됐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 만들었다는 제품은 여전히 감감무소식인 상황이다.

신혼집에 들일 소파를 주문했다가 수개월째 속앓이 중이라는 구매자도 있다. 김모(38)씨는 지난 7월 말 약 131만원을 주고 A사의 소파를 샀다. 카드 결제를 하자 업체는 역시 “현금으로 사면 배송비(별도) 10만원을 제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배송 일정은 한 달 넘게 미뤄졌다. “배송은 언제 되는 거냐”고 문의할 때마다 업체는 “이미 제작됐고 출고장도 나왔다”고 답했다.

불안한 김씨는 제작된 소파 사진을 보여달라고 했다. 그는 사진을 보고 크게 실망했다고 한다. 김씨는 “나처럼 배송받지 못한 사람이 많다는 걸 알게 돼 환불은 안 될 것 같았다. 차라리 색상이라도 바꿔 달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업체는 색상 교체로 인한 추가 비용을 언급했고, 이에 김씨는 환불을 요구했다. 하지만 A사는 “제작 상품인 데다 출고만 하면 되는데 고객님이 수령을 거부한 것이기에 환불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김씨는 배송을 받는다 해도 또 날짜가 미뤄질 것 같아 지난 10월부터 계속해서 환불을 요구해 오고 있다. 아직 소파는 오지 않았다. 소파 없이 생활할 수가 없어서 김씨는 다른 제품을 샀다.

구매자들은 가구가 없는 동안 불편함을 겪었을 뿐아니라 고객센터와 제때 연결되지 않는 점에도 분통을 터뜨렸다. 임모(31)씨는 지난 4월 소파(220만원)를 구매했다. 6월 중순인 신혼집 입주일에 맞춰 받기로 했다. 소파는 약속한 날짜를 두 달을 넘기도록 오지 않았다. 임씨는 “남편과 함께 항의하자 업체는 ‘환불을 해주겠다’고 약속했다가 나중에 ‘다른 물건으로 대물변제를 해주겠다’고 말을 바꿨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결국 임씨는 22명의 구매자를 대표해 지난달 초 사기 혐의로 A사 관련자 이모(33)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고소장에 적시한 피해 금액은 총 2793만3000원이었다. 다만 고소 이후 환불 및 배송을 받은 이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매자들은 왜 A사의 대표가 아니라 ‘관련자’ 이씨를 고소했을까. 대표 고소인으로 나선 임씨는 “A사의 대표는 오모씨지만 이씨에게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이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당초 A사라는 브랜드를 만든 건 이씨라는 것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그가 운영하다 경영상 어려움 등의 이유로 올해 지인에게 브랜드를 넘겼다. 그러나 그 후에도 이씨는 A사와 연결돼 있다. 배송 지연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소비자 응대도 그가 주로 맡았다.

배송 지연 피해는 지난 6~8월에 집중됐다. 고소에 참여한 22명 외에도 최근 구매한 소비자까지 합하면 피해 사례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신혼부부였다. 대다수는 카드 결제 후 현금 할인 제의를 받았다. 심지어 2월에 구매한 사람도 있었다. 한 구매자는 카카오톡 오픈 대화방에서 “2월에 구매했는데 6월 초까지 상품이 오지 않아 환불을 요구했다”며 “그러나 업체는 환불 요구를 거부해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매자들은 한국소비자원과 A사의 본사 소재지인 서울 성동구청에 피해 구제를 요청했다. 하지만 강제력이 없는 소비자원도 사태를 해결하지 못했다. 성동구청은 A사의 환불 불이행 행위에 대해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으나 미납 상태라고 했다.

가구 납품업체도 피해

A사에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건 개별 소비자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1월까지 가구를 제작해 납품한 F공장 원모(42) 대표는 “A사에게 받지 못한 대금이 총 5200만원이다. 지금 공장 문도 닫았다”며 “(이씨가) 회사가 어렵다면서 항상 대금의 일부만 지급했다. 그렇게 계속 미납대금이 쌓였다”고 전했다. (이에 이씨는 미납대금이 5200만원이 아니라 3800만원이라고 주장한다.)

A사 측은 경영난을 배송 지연 사태의 주요 이유로 들었다. 이씨는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두 달 전인 9월 초 판매 물품을 보관 중이던 물류센터가 야반도주하면서 5000만원가량의 피해가 발생했다. 경영에 타격이 컸다”고 토로했다.

한 구매자가 한국소비자원에 낸 피해구제 신청서에 대한 소보원의 답변. 구매자 본인 제공

하지만 A사에 다녔다는 전 직원은 회사 경영난이 근래 들어 갑자기 생긴 일이 아니라고 했다. 이씨가 대표로 재직하던 1년 반 전, 이곳에서 일했다는 이모(29)씨는 “작년 초부터 이미 회사는 고객들에게 물건을 제때 배송하지 못했다. 그때도 수개월씩 배송이 지연된 분들이 전화하고 회사에 찾아왔다”고 주장했다.

이 업체는 여전히 인스타그램과 홈페이지를 통해 영업 중이다. 댓글 기능은 막힌 상태다. 구매자들은 이런 사태를 예상할 수 없었다고 했다. 몇달 전까지 A사는 서울 시내에 쇼룸도 있었다. 인스타 팔로워도 6만명이 넘었다. ‘오늘의 집’, ‘29CM’ 같은 대형 온라인 플랫폼에도 입점해 의심치 않았다. 현재 이 두 곳에서 A사 제품은 판매가 중단됐다.

A사는 지난 9월 한차례 공식 사과문을 통해 “책임자들이 나서 수습 중이며 공장 및 물류 활성을 위해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피땀으로 만든 회사를 지키고 싶다. 조금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실제로 지난 10월 이후 일부 구매자가 간간이 제품을 배송받고 있다.

업체 “빠른 시일 내 사태 수습”
A사 측은 이 모든 사태가 경영상의 어려움 때문일 뿐 처음부터 구매대금을 편취할 의도는 없었다고 했다. 이씨는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힘들어질 수도 있고 불의의 사고를 당해 파산할 수도 있다”며 “피해자를 만들지 않고 해결하겠다는 의지만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구매자들은 밀린 주문도 소화하지 못할 정도로 경영난에 시달리면서 신규 주문을 더 받고 현금결제를 권유하는 건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이씨는 “카드결제를 하면 정산에 오래 걸려서 현금결제를 선택사항으로 물어본 것일 뿐”이라며 “현금 할인을 위해 고객이 먼저 요청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해명했다. 환불을 요청하는 일부 구매자에 대해선 “원단이나 색상을 주문 제작할 경우 재판매가 불가능해 환불이 불가하다고 안내했다”고 부연했다.

이씨는 빠른 시일 내 사태 수습을 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내년 3월 마포구에 매장 오픈을 계획하고 있다. 그전까지 상황을 정리하려고 한다”며 “회사 오너인 오 대표가 사비로 돈을 마련해 곧 10여명에게 1500만원을 환불해 줄 예정”이라고 주장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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