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6억 투자' 女축구 큰손…40년 전 美유학 간 한국 여성이었다
재미교포 여성 사업가가 세계 여자축구의 '큰 손'으로 떠올랐다. 공공부문 헬스케어 컨설팅기업 코그노산트(Cognosante LLC)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미셸 강(64·한국이름 강용미) 대표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최근 "강 대표가 지난 15일 잉글랜드 여자 프로축구 2부 팀 런던시티 라이오네스를 인수했다"고 전했다. 2019년 창단한 런던시티는 최근 극심한 재정난을 겪고 있었다. 다행히 강 대표를 만나면서 선수단과 구단 관계자의 처우도 개선될 예정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또 "런던시티는 강 대표의 '글로벌 멀티 구단' 프로젝트의 세 번째 팀"이라고 소개했다. 강 대표는 지난해 2월 미국 여자축구리그(NWSL) 워싱턴 스피릿 구단주가 됐다. 구단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3500만 달러(약 456억 원)를 투자했다. 강 대표는 이어 지난 5월엔 별도의 축구 법인을 새로 설립해 프랑스 올랭피크 리옹 페미닌도 인수했다. 리옹은 유럽축구연맹(UEFA) 여자 챔피언스리그 8회 우승에 빛나는 명문 팀이다.
평소 자선 활동을 꾸준히 해온 강 대표가 여자축구에 거액을 투자한 것은 그라운드 위 여권 신장을 위해서다. '프로스포츠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미국에서도 남녀 선수 간 연봉 격차는 크다. 이 때문에 재능 있는 선수들이 일찌감치 축구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도 여자축구도 남자축구 못지않게 큰 산업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가졌다는 확신을 갖고 축구판에 뛰어들었다.
강 대표의 꿈은 남자축구의 '시티풋볼그룹' '레드불풋볼'과 같은 축구 기업을 경영하는 것이다. 아랍에미리트의 대부호인 셰이크 만수르(53)는 2014년 시티풋볼그룹이란 지주 회사를 세운 뒤 맨체스터시티(잉글랜드), 뉴욕시티(미국), 멜버른시티(호주), 지로나(스페인) 등 12개국의 축구 구단을 인수하거나 지분을 사들였다. 레드불풋볼은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 뉴욕 레드불스(미국), 브라간치누(브라질), 라이프치히(독일) 등 4개국에서 프로축구 사업을 펼치고 있다.
강 대표는 "이젠 우리에겐 3개 팀이 있다. 인프라와 인적 자원을 공유하면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강 대표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남미·아프리카 구단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AP는 "강 대표의 축구단 인수는 그라운드 위 남녀 선수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한 미션의 일환"이라고 소개했다. 미국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는 이런 강 대표를 2023년 '영향력 있는 스포츠계 50인' 중 한 명으로 선정했다. 뉴욕 타임스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리오넬 메시를 몰랐던 강 대표가 지금은 세계 여자축구의 판도를 바꾸는 인물이 됐다"고 평가했다.
강 대표는 미국에서도 자수성가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서강대 재학 중이던 1981년 혈혈단신으로 미국 유학을 떠났다. "이대로 살면 아무리 잘해도 비서 이상 되기 힘들다. 다른 삶을 살고 싶다"며 미국으로 터전을 옮겼다. 그는 "혼수 자금을 미리 당겨서 달라"고 부모를 설득한 뒤 이 돈을 밑천으로 미국 시카고대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모자란 생활비는 식당 아르바이트로 충당했다.
학비를 아끼기 위해 주경야독한 끝에 조기 졸업했다. 이후 예일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글로벌 방위산업체인 노스럽 그루먼의 부회장을 지낸 뒤 2008년 코그노산트를 창업했다. 코그노산트는 미 연방 및 주 정부 대부분에 보건 및 안전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10여년 만에 직원 2000명, 연 매출 4억 달러(약 5214억원)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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