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부, 법원이 유죄... 가덕도 신공항을 기각하라"

김차랑 2023. 12. 21. 16:5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멸종반란 활동가들의 가덕도 신공항 규탄행동 관련 항소심 결과, 유죄... "계속 저항할 것"

[김차랑 기자]

21일 오전, 멸종반란 활동가들의 가덕도 신공항 규탄행동에 대한 항소심 선고재판이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렸다. 

2021년 2월 26일, 국회는 재석 229명에 찬성 181명으로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멸종반란은 이에 항의하는 의미로 2021년 3월 15일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입구와 2층 캐노피에서 시민불복종 직접행동을 벌였다. 

이후 이 직접행동은 법의 판단을 받게 됐다. 검사는 약식명령을 통해 6명의 활동가에게 총 2000만 원의 벌금형을 구형했으나, 정식재판을 통하여 1100만 원이 감형된 900만 원의 벌금을 선고받았다. 6명의 피고인 중 이은호, 은혜 활동가는 1심의 결과에 불복하여 항소했고, 이에 대한 선고 재판이 21일 진행되었다. 

"공익 목적 동기는 참작, 하지만 합법 절차로 의견 개진할 수 있어"
 
 2021년 3월 15일, 멸종반란 활동가들은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통과를 규탄하기위해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비폭력 직접행동을 감행했다.
ⓒ 멸종반란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공익적 목적의 동기는 참작하나 실정법을 어기는 것은 법치주의 관점에서 옳은 일인지 의문이 있으며 합법적인 절차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었다"며 피고인의 정당행위 및 긴급피난행위 주장을 기각하여 1심과 동일한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 후 활동가들은 법원 정문 앞에서 '국회, 정부, 법원이 유죄다, 가덕도 신공항을 기각하라!'는 피켓을 펼쳐들고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피고인 이은호 활동가는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는데 불법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다고 합니다. 정말일까요? 문재인 대통령과 지난 정부는 절차적으로 올바르게, 떳떳한 형식과 내용을 갖추어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통과시켰습니까? 기후위기 시대에 다른 신공항들 역시 부끄럽게,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어제(20일)만 해도 거대 양당이 연합해서, 법이 묵인하는 탈법적이고 불법적인 소소위 밀실 논의를 거쳐 새만금신공항 예산 0.3조 원, 3000억 원 복원을 의결했습니다. 알량한 표심에 눈이 멀어 토건사업 배 불리는 데만 관성적으로 예산을 쓰는 일들이 법의 침묵 아래 벌어질 때, 우리는 법의 정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직접행동과 시민불복종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라고 주장했다. 
 
 피고인 이은호 활동가가 기자회견 발언을 하고 있다.
ⓒ 멸종반란
 
가덕도신공항백지화시민행동의 김현욱 활동가는 "지역 주민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살고 싶어도 정부를 이길 힘이 없다고요. 특별법으로 꽁꽁 묶어버린 악법 중에 악법입니다"라고 목소리 높였다. 김 활동가는 "특별법이 제정된 이유에는 '2030 부산엑스포' 개최를 위해 신속한 건설이 필요하다는 이유가 가장 컸습니다. 그런데 부산엑스포는 무산되었습니다. 신속히 건설될 명분이 상실되었습니다. 하지만 예정대로 2029년 완공은 그대로입니다. (…) 곧 기본계획이 확정고시됩니다. 미약할지라도 우리는 굴하지 않고 그들과 정부를 단죄하는 그날까지 저항할 것입니다"라고 외쳤다. 
"실정법, 기후위기 마주한 모두의 생존 가치 담아내기 부족"
 
 가덕도신공항백지화시민행동의 김현욱 활동가가 연대발언을 하고 있다.
ⓒ 멸종반란
 
기후위기 연구자 조민서 활동가는 "재판정에도 인정되었다시피, 6명의 기후 활동가들이 거리에 서서 목소리를 낸 이유는 '공익적'이었습니다. 공익이라는 이 하나의 단어에는 많은 것이 담겨 있습니다. 지금 지구에서 살아가고 있고, 미래에도 살아갈 이들의 생명과 안녕이, 다시 말해 우리 모두의 존재가 이 하나의 말에 담겨있습니다"라고 짚었다.
그는 "이 모든 복잡하고 무거운 사정들이 '공익'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축약되었고, 판결은 운동가들의 행위에 깃든 '공익적 목적'을 인정함에도 불구하고, 실정법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 저는 이 판결 앞에서 실정법의 언어가 기후위기를 대면한 우리 모두의 생존이라는 가치를 담아내기에 얼마나 부족하고 협애한지를 절감합니다. 그리고 그만큼, 실정법의 언어에 담기지 않은 기후운동의 목소리가 더 많은 이들에게 더 간절히 가닿을 수 있도록, 저의 몫을 다하겠다고 다짐합니다"라고 발언했다. 
 
 기후 연구자 조민서 활동가가 연대발언을 하고 있다.
ⓒ 멸종반란
 
멸종반란 활동가들은 "지금의 법과 제도는 바로 오늘날 기후위기와 불평등을 만들어낸 체제를 가능하게 하는 규약이다. 법원은 기존의 법 체계를 충실히 따르면서 막대한 생태학살에 일조하고 있으며, 기후위기를 가속화하여 모두의 삶을 위험에 처하게 할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맞선 우리의 불복종 행동을 단순히 유죄로 판결하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을 규탄하며 행동하고 재판을 받으며 세 번의 겨울을 맞이하는 긴 시간 동안, 그저 집회시위와 주거침입의 규정을 어겼는지만을 판결한 법원은 부조리극의 전형을 보여줄 뿐이다. 판결받아야 할 대상은 가덕도 신공항을 자신의 치적으로 삼으려는 정치인들과 보수양당, 그리고 이것을 가능케 하는 바로 이 체제이다"라고 목소리 높였다.

활동가들은 "우리는 가덕도신공항에 맞선 행동에 유죄를 선고한 법원 앞에서 우리가 아닌 가덕도신공항을 추진하고 있는 국회와 정부, 이를 방관하는 법원을 유죄로 판결한다. 이 판결을 내리는 우리는 멸종반란 활동가뿐 아니라 가덕도 100년의 숲에 뿌리내린 동백 군락, 상괭이와 잘피, 낙동강 하류를 거쳐 가는 무수한 철새들, 그리고 전 세계 도처에서 기후위기를 가속하는 체제에 맞서 싸우는 모든 민중이다. 또한 역사도 우리의 판결에 함께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신공항 건설에 대한 투쟁을 계속할 것을 선언하며 기자회견을 마쳤다.
 
 항소심 선고 후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멸종반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