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서 돈벌던 '고금리 시대' 저문다…은행 수익성 '노란불'
은행권이 2조원 규모의 상생 금융 방안을 내놓은 배경에는 지난해와 올해 이어온 은행의 ‘실적 잔치’가 있다. 고금리로 늘어난 서민의 이자 부담이 은행의 수익으로 직결됐다는 이유로 정부와 정치권은 은행에 사실상 초과 수익에 대한 ‘반납’을 압박했다. 하지만 고금리 기조가 저물어 가며 은행 호실적 행진도 끝이 보인다는 견해가 속속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내년도 국내 은행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7.7%를 기록하며 4년 만에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ROE는 은행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다. 2020년 5.5%에서 올해 7.9%(추정치)를 기록하는 등 증가세를 보여왔다.
이미 최근 은행 수익 지표에는 노란불이 켜졌다. 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9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이익 규모(18조5000억원)를 일찌감치 넘어섰다. 하지만 3분기 수치만 놓고 보면 상황은 다르다. 지난 3분기 당기순이익은 5조4000억원으로 직전 분기(7조원)보다 23.9% 줄었다. 이자 마진이 줄고 있는 탓이다. 올해 은행 국내 순이자마진(NIM)은 지난 1분기 1.68%에서 2분기 1.67%, 3분기 1.63%로 내리막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시사로 고금리 상황이 종료 국면을 보이며 국내은행의 이자 수익은 점차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고금리는 대체로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을 키워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에 유리한 환경을 낳는다. 최근에는 국내 은행들이 금리 상승기에 예금 금리보다 대출 금리를 더 빨리 올리며 폭리를 취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고금리 기조가 저무는 가운데 부동산 경기 부진 등이 겹치며 은행 영업의 근간인 대출도 크게 늘지 못할 거란 분석이 우세하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금리 인하 등으로 기업 입장에선 회사채를 통한 자금 조달이 용이해질 것으로 보여 내년 은행 기업 대출 증가 폭은 둔화할 것”이라며 “내년 은행 가계 대출도 주택거래 부진으로 올해 대비 큰 폭의 확대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은행이 손쉬운 이자 이익만 누리려 한다고 비난받고 있지만, 당장 비이자이익을 늘릴 수 있는 환경도 아니다. 예컨대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원금 손실 우려가 나오며 주요 은행은 H지수 ELS 판매를 중단했다. 해당 ELS 판매를 통한 수수료 이익이 끊긴 것이다. 무료 혹은 원가 이하로 제공하는 각종 수수료의 현실화도 언감생심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을 탐욕 집단으로 여기는 현재 분위기에서 수수료를 올리는 게 가능한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전문가들은 은행에 대한 일정 부문의 규제는 필요하지만 산업 경쟁력 강화 측면의 접근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은 “은행 수익이 금리에 따라 좌우되는 건 그만큼 은행을 포함한 금융 산업 경쟁력이 낮다는 것”이라며 “금융 공공성 유지와 함께 금융 산업 육성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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