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핥기식 성경공부는 가라”…원독자 해석, 역사·문학·신학적 내용, 삶에 적용까지
부산 강서구 호산나교회(유진소 목사)는 제자 훈련하는 교회로 유명하다. 올해 36기가 수료할 예정이며 이들은 사역 반을 거쳐 교회 순장과 중직자로서 사역의 첫 발을 내딛는다. 하지만 교회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성도 스스로 성경을 연구하고 적용하도록 돕는 HBS(Hosanna Bible School)를 개설해 기존의 성경공부와 전혀 다른 방법론으로 성경에 친숙해지게 했다.
HBS는 원독자 해석을 하고 성경 각 권의 역사적 배경, 문학적 특징, 신학적 내용을 성경의 숲과 나무를 관찰하도록 가르친다. 이러한 접근법은 학생들이 성경 본문의 시대와 공간 안으로 들어가게 도와준다. 각 권을 한 번에 읽고, 컬러코딩하고, 단락제목을 달고, 수평차트를 만드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성경을 여러 번 읽고 또 읽어야 한다. 나아가 학생들은 원독자 해석을 하면서 스스로 본문의 시대와 공간을 여러 번 상상하게 된다.
HBS는 이런 교육 수준에 맞춰 제자훈련과 DTS(제자훈련학교)과정을 수료한 자에 한해 등록을 받았다. 커리큘럼은 3년 6학기 과정이다. 모든 과정을 수료하면 현장 학습으로 출애굽 여정(이집트, 요르단, 이스라엘)을 떠난다.
교회는 먼저 3년 동안 학생들과 함께 성경말씀에 빠질 간사들을 교육시켰다. 철저한 준비와 기도로 시작한 HBS는 첫 걸음부터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40명 모집에 280여명이 지원해 스텝들을 당황하게 했다. 호산나교회 성도들은 말씀에 대한 목마름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교회 측은 선발된 자보다 선발되지 못한 성도들의 마음을 어떻게 위로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학교는 1차 서류 접수, 2차 자기소개서 제출, 3차 인터뷰, 4차 제비뽑기 과정을 통해 간사 포함 총 95명이 1학기 등록을 했다. 제비뽑기로 손맛을 본 성도들은 “입시와 취직보다 더 어려운 과정을 통과했다”며 서로를 축하했지만 탈락한 성도들을 위해 웃지 못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유진소 학교장은 “많은 성도들이 성경 66권 전체를 공부하고 싶다는 소망이 있으면서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한계여서 호산나성경연구학교(HBS)를 열게 됐다. 계속 기도하던 가운데 하나님께서 준비하신 사역자들의 도움으로 시작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전 과정을 마치고 나면 소중한 영적 열매를 상급으로 받을 것이다. 말씀에 빠져 살아가는 동안에 자신도 모르게 달라진 자기의 모습, 그리고 우리 주님이 ‘수고했다, 고맙다’고 말씀하시는 그 칭찬을 들으면서 행복할 것이다”고 격려했다.
김태훈 HBS 담당목사는 “HBS가 시작 된 궁극적인 목적은 학생들이 성경을 직접 연구하고, 연구한 대로 실제로 살아가게 돕는 것이다. HBS 과제의 마지막 단계인 적용 질문은 본문에서 연구하고 정리한 진리의 내용을 자신의 삶에 적용함으로써 하나님의 성품과 뜻에 자신의 삶을 맞추어 가도록 도와준다”고 학습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말씀을 연구해 지식만 차는 것이 아니라 겸손하게 사랑을 실천하며 진정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것, 그것이 HBS가 시작 된 가장 큰 이유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문을 연 HBS는 15주 과정을 마치고 지난 16일 호산나교회에서 1학기 수료식을 가졌다. 김 목사는 “1학기를 진행하면서 학생들이 결석하지 않고 그 시간을 사수하려는 의지가 눈에 뛸 정도도 강했다. 저녁 식사 할 시간도 없이 강의실로 달려오는 분들이 적지 않았고 몸이 아프고 힘들어도 강의에 참석하려는 의지가 매우 강렬했다”며 가슴 뭉클한 얘기를 들려줬다. 이어 “HBS 과정은 마치 콩나물시루에 물을 붓는 과정이다. 때가 되면 성경에 대한 지식이 열리고 삶의 변화를 느끼게 될 것이다. 하나님을 신뢰하고 끝까지 인내하길 바란다”고 권면했다.
아내가 만삭일 때 입학한 주창민(36) 집사는 “HBS 교육 중 득녀하게 돼 이래저래 하나님의 축복을 많이 받았다. 받은 은혜에 감사하며 2학기에는 더 열심히 공부하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이번 1기는 나이 지긋한 시니어가 많았다. 그중 한명인 이성주(71) 권사는 “15주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성경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읽었는데 HBS을 통해 말씀의 진리를 알게 된 것 같아 너무 좋았다”며 소감을 밝혔다.
부산=글·사진 정홍준 객원기자 jong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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