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충족 넘어 욕망 불러 일으키는 기독교 콘텐츠 돼야”

최기영 2023. 12. 2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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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 컬쳐 플러스(CC+) 문화계 결산 세미나 개최
출판 CCM 영화 미술 분야 전문가들, 다각화된 제안 눈길
신미선(맨 왼쪽) 한국기독교미술인협회 회장이 20일 서울 강남구의 한 갤러리 카페에서 열린 ‘기독문화 CC+ 세미나’에서 발제하고 있다.


‘비효율적인 유통과정, 역량있는 국내 저자의 부족, 신자들의 독서열 부족, 제한된 시장, 일반 독자들로부터의 외면 등은 가톨릭과 개신교 출판계가 공통적으로 직면한 과제이다.’ 20일 한 세미나의 발제자로 나선 민경찬 비아 편집장이 스크린에 띄운 첫 번째 문장이다. 그는 “놀랍게도 이 문장은 1996년의 한 기사에 등장한 것이며 무려 30년 가까이 시간이 흐른 지금도 현실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이날 한국크리스천기자협회 소속 문화 기자들로 구성된 크리스천 컬처 플러스(CC+)는 서울 강남구의 한 갤러리 카페에서 기독교 문화예술계를 영역별로 돌아보고 문화와 선교, 삶으로의 확장성과 교회의 역할을 짚어보는 세미나를 마련했다. 세미나에서는 출판 CCM(음악) 영화 미술 분야 전문가들이 발제자로 나섰다.


민 편집장(사진)은 “스스로 텍스트와 OTT 콘텐츠에 하루 중 어느 정도의 시간을 소비하는지 비교해보면 문자를 통해 세계를 이해하는 고전적인 방식이 얼마나 큰 도전을 받고 있는지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인간이 성장해나가고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들여 탐구하는 법을 익히고 사유(思惟)하는 것이 필수요소지만 가장 빠르고 풍요롭게 온라인 환경이 구축돼있는 우리 사회는 그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기독음악협회(KCCM) 운영위원인 강중현(사진) 백석예대 교회실용음악과 교수는 “모던 락, 팝발라드, 소울, 포크, 힙합 등 다양한 장르에서 꾸준히 음원이 나오고 있다는 건 긍정적이지만 대중음악계에 비해 작은 생태계에서 CCM 아티스트들이 살아남기에는 음악과 예술성을 소개할 창구가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강 교수가 지적하는 창구 부족의 현실에는 CCM 음악 소비자와 창작자, 전달자 간의 수요, 공급에 미묘한 불일치가 자리잡고 있다. 그는 “CCM 음악의 주요 창구가 돼줬던 기독교 방송사의 주요 시청 연령 고령화가 편성 프로그램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다양한 음악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 부재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도들이 CCM 장르 안에서 음악적으로 새로운 시도가 이뤄지는 곡보다는 자신의 신앙적 위로 또는 영적인 활동의 배경음악을 용도로 하는 곡 중심으로 소비하는 성향도 시장에 영향을 준다”고 덧붙였다.


기독교 영화계 전반을 다룬 성현(사진) 필름포럼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가장 타격이 큰 분야가 영화이고 ‘예레미아 애가’ 같은 한 해를 보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팬데믹 전이었다면 관객수 20~30만명은 충분히 기록할 수 있을 만한 웰 메이드 작품들도 잔뜩 위축된 시장 상황 때문에 개봉하지 못한 게 아쉽다”고 전했다. 이어 “숏폼 콘텐츠가 대세인데 기독교영화는 여전히 긴 호흡에 익숙해져 있다”며 “꼭 현장에 가야 관람이 가능한 연극처럼 직접 영화관을 찾아 감상해야 할 이유를 제시하는 영화 콘텐츠가 살아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독 미술 분야 발제를 맡은 신미선(사진) 한국기독교미술인협회 회장은 “십자가 조형, 아름다운 풍경, 꽃 정물화를 감상하며 ‘아름답다’고는 하는데 조형적으로 더 깊이 있게 들어가질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크리스채너티를 품고 작품 활동을 하는 현대 작가들이 아무리 현대성을 갖고 추상적인 그림을 그려내도 그 의미와 깊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시장이 활성화 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어 “기독 미술 작가, 평론가, 관람자 모두에게 복합적인 필요조건이 있다”고 했다.


신 회장은 “음악은 찬양과 가사로 이해하고 영성을 받아들이기 좋은 도구로 자리잡았지만 시각예술은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하다”며 “신앙적 리더들이 미술 작품을 직관적이고 오랜 잔상이 남는 영적 메시지 도구로 활용할 수 있도록 관심갖고 훈련 받는다면 큰 반향이 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미나에서는 기독교 예술 문화를 확장하고 이를 선교의 도구로 활용해 나가기 위한 전략적 접근도 제시됐다.

“인기 유튜브 채널 ‘짐 종국’을 보고 있으면 그저 웃기고 멋지기만 한 게 아니라 운동을 하고 싶어지게 합니다. 결국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에게 영상을 보며 충족을 느끼는 데서 멈추는 게 아니라 책을 읽고, 음악과 미술, 영화를 감상하는 행위를 하고 싶어하도록 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민 편집장)

“출간된 책을 구매하기 전에, 무대와 스크린, 갤러리에 올려지는 작품을 보러가기 전에 유튜브 소개 영상을 보고 결정을 내리는 시대입니다. 유튜브를 하나의 섹터로 볼 게 아니라 전략적으로 잘 활용했으면 좋겠습니다.”(성 대표)

“예배하는 목적은 하나님을 생각하고 고백하는 것입니다. 미술로 신앙하기, 음악으로 신앙하기 등 하나님을 얘기할 수 있는 영역을 다각화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신학교 찾아가 예비 목회자들을 위한 ‘무빙 갤러리’를 시도할 것입니다. 차세대 목회자들의 기독교 예술에 대한 안목이 확장된다면 향후 그 공동체의 영적 확장 또한 기대해볼 수 있을 겁니다.”(신 회장)

“지난 9월 발대식을 가진 KCCM을 통해 한국 기독교 음악계의 다양한 주체들이 더 깊이 교제하고 그동안 경험했던 한계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힘을 모을 것입니다. 저작권 문제, 아티스트의 활동 지속성을 위한 지원 등 풀어가야 할 과제들도 많고 상호 협조를 해나갈 영역도 있지만 조율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잘 준비해나가려고 합니다. 이를 위해 내년 2월 초 KCCM 주관으로 두 번째 ‘아티스트 개더링(Artist gathering)’ 행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관심과 응원을 부탁합니다.”(강 교수)

글·사진=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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