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공격도 불사"…ICBM 쏜 뒤, 김정은·여정 이례적 동시출격

정영교 2023. 12. 21.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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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8일 단행된 ICBM 화성-18형 발사 훈련에 참여했던 미사일총국 제2붉은기중대 군인들을 지난 20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로 불러 축하 격려했다고 조선중앙TV가 21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남매가 지난 18일 21일 이례적으로 동시에 대내외 메시지를 발신하며 국제사회의 압박에 반발했다. 고체연료 방식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8형' 발사 이후 한·미·일이 공동대응에 나서면서다. 3국 외교부 장관은 이날도 공동성명을 내고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은 한반도, 역내 그리고 국제 평화와 안보를 중대하게 위협하고 국제 비확산 체제를 저해하는 행위"라며 북한의 ICBM 발사를 규탄했다


'선제 핵 공격' 재차 위협한 김정은


이날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정은은 "적이 핵으로 우리를 도발해올 때에는 주저 없이 핵 공격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화성-18형 발사훈련에 참여했던 미사일총국 제2붉은기중대 군인들을 지난 20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로 불러 축하·격려하는 자리에서다. 여기도 딸 주애가 함께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8일 단행된 ICBM 화성-18형 발사 훈련에 참여했던 미사일총국 제2붉은기중대 군인들을 지난 20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로 불러 축하 격려했다고 조선중앙TV가 21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정은이 딸 주애와 함께 부대원들과 기념촬영하는 모습.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김정은의 발언은 기존의 대남 '대적 투쟁'과 대미 '강 대 강 정면승부'라는 대외 기조를 다시 확인한 것이다.

김정은은 또 "이번에 중대가 당의 전투명령을 받들고 과감히 실행한 군사 활동은 공화국(북한)의 주권 사수에 임하는 우리 무력의 충실성과 강경한 입장에 대한 과시"라며 "적이 핵으로 우리를 도발해올 때에는 주저 없이 핵 공격도 불사할 우리 국가의 공격적인 대응 방식과 우리의 핵전략과 핵 교리의 진화에 대한 명백한 설명이었다"고 이번 ICBM 발사를 평가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9월 선제 핵 공격의 근거를 담은 핵 무력정책을 법제화한 데 이어 지난 9월에 이를 헌법에도 명시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 대응해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긴급회의. 유엔 웹티비 캡처.


김여정, ICBM 안보리 소집 비난


김여정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별도의 담화에서 북한 ICBM 발사 논의를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 대해 "주권적 권리를 문제 삼아 토의에 상정시킨 것"이라며 "대단히 불쾌하게 생각하며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앞서 유엔 안보리는 지난 19일(현지시간) 북한의 ICBM 발사에 대응한 긴급회의를 열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딴지로 1시간 만에 빈손으로 끝났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입' 역할을 하는 김여정이 이례적으로 김정은과 비슷한 시간에 대외 메시지를 발신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북한이 한·미·일의 압도적 대응에 직면한 현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라면서도 "자위권 차원에서 무기를 개발하는 것은 주권국가의 정당한 권리라고 주장하면서 추가적인 군사행동을 염두에 둔 명분 쌓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여정은 이날 담화에서 한·미에 한반도 정세 악화의 책임을 전가했다. 그는 "미국과 그 추종 세력들의 쉼 없는 군사 연습들과 미국 핵무기들의 빈번한 출현은 공화국을 겨냥한 너무도 명백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한·미의 확장억제 강화를 겨냥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 7월 28일 리훙중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국회부의장 격)을 단장으로 하는 중국 당정 대표단을 초대한 연회에서 연설하는 모습.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그러면서 "미국과 대한민국이 예고해둔 앞으로의 대조선(북한) 군사적 대결 각본들을 공화국이 그 성격을 어떻게 규제하고 간주하며 어떤 방식으로 대응해주겠는지 적대 세력들은 지금부터 고민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와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수시로 위반하고 국제사회의 평화를 공공연히 위반하면서 자위권·이중기준을 운운하는 것은 스스로 국제사회의 일원이기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내 결속 의도도


이번 메시지가 올해 성과를 결산하고 다음 해 계획을 수립하는 연말 당 전원회의를 앞두고 대내 결속까지 염두에 둔 다목적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한·미·일이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 공유, 3국 연합 공중훈련 진행, 미 전략자산 전개 등을 통해 전방위 압박을 진행하는 상황이 주민들에게 알려질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측면도 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8일 단행된 ICBM 화성-18형 발사 훈련에 참여했던 미사일총국 제2붉은기중대 군인들을 지난 20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로 불러 축하 격려했다고 조선중앙TV가 21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딸 주애가 전용차량에서 내려 행사장으로 이동하는 모습.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김정은이 이날 제2붉은기중대에 "우리 국가의 주권 수호, 제도 사수의 최후의 보루를 지켜선 남다른 무거운 책임감을 언제나 깊이 명심하고 전략 무력의 일익을 담당한 역량으로서 자기의 전투성을 계속 제고하기 위해 분투해나가야 한다"고 당부한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정대진 교수는 "북한 주민들이 다양한 루트로 외부정보를 접할 수 있다는 것을 의식한 측면도 있을 것"이라며 "혹한기 추가도발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엄중한 내외 분위기를 부각하며 연말 전원회의에서 성과와 결속을 추동하려는 군불 때기 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 연말 전원회의(8기 6차)에서 올해 경제 분야의 '12개 중요고지'로 선정한 알곡·전력·석탄·압연강재·유색금속·질소비료·시멘트·통나무·천·수산물·살림집·철도화물수송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가 보이지 않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한편 유엔총회는 19일(현지시간) 오후 뉴욕 유엔본부에서 제50차 본회의를 열고 북한인권결의안을 표결 없이 컨센서스(전원동의)로 채택했다. 유엔은 2005년부터 19년 연속 북한의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인권침해를 규탄하는 내용을 포함한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했다. 특히 올해 결의안에는 탈북민 강제북송 금지를 촉구하는 내용이 처음 담겼다.

정영교·박현주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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