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 '실거주 의무 폐지' 또 불발…4만7000가구 속탄다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에 대한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는 주택법 개정안이 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 투기를 부추길 수 있다며 반대하면서다.
앞서 정부가 지난 4월부터 아파트 분양권 전매 제한을 완화했지만 함께 수반돼야 할 실거주 의무 폐지는 또다시 불발되면서 시장에서 수요자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주택법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끝내 여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안건을 보류했다.
실거주 의무는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자 문재인 정부가 2021년 2월 이후 수도권 분양가 상한제 적용 주택과 투기과열지구, 민간택지 내 공공재개발에서 공급하는 주택의 청약 당첨자에 대해 입주 시점부터 2~5년간 직접 거주토록 한 규정이다. 본인이 입주하지 않고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 투기’를 막겠다는 취지였다. 실거주 의무를 어기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지고, 당첨된 아파트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분양가 수준으로 넘겨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금리 인상 등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거래 활성화를 위해 올해 1·3 대책에서 아파트 분양권 전매 제한 완화와 실거주 의무 폐지 대책을 발표했다. 전매 제한 완화는 주택법 시행령 개정만으로 가능해 4월부터 시행 중이다. 하지만 법 개정 사항인 실거주 의무 폐지는 여야 합의가 안 돼 번번이 무산됐다.
여당이 실거주 의무는 유지하되 아파트 매각 전까지만 의무 기간을 채우는 절충안을 제안했지만, 민주당은 법 개정 대신 시행령에 예외사항을 두는 쪽으로 의견을 냈다고 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 국토위원 내에서도 의견이 조금씩 다르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당론으로 입장 정리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국토위는 조만간 소위를 한 차례 더 열어 주택법 개정안을 심사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통과를 예단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또 다른 국토위 관계자는 “내년 1월 중순부턴 총선 체제로 들어가기 때문에 이번 임시국회에서 법안 통과가 안 되면 추가 논의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며 “민주당이 빠른 시간 내 당론을 정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올해 초 실거주 의무가 폐지될 거란 정부 말만 믿고 아파트를 분양 받은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일부 손실을 볼 가능성이 커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실거주 의무를 적용받는 아파트는 전국 72개 단지, 4만7595가구다. 이 중 3분의 1에 가까운 1만5000여 가구가 내년 입주할 예정이다.
올해 초 경기도 광명시의 한 미분양 아파트를 계약했다는 A씨는 “실거주 의무가 폐지될 거란 정부와 당시 건설사의 말을 듣고 매수했다”며 “당장 아이 학교와 직장 상황상 전세를 준 뒤 2년 후 들어가려고 했는데 지금 살고 있는 집의 전세 계약을 해지해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신축 아파트는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금 비율)이 40~50% 정도로 낮은데 갭 투기나 전세 사기와 무슨 상관이냐”면서 “현금이 부족한 실수요자를 투기 세력으로 몰아세우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지금 시장이 투기가 우려되던 부동산 활황기가 아닌 만큼 실거주 의무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실거주 의무가 폐지 안 되면 전매 제한 완화는 사실상 수도권에선 무용지물”이라며 “공공이 아닌 민간주택까지 실거주 의무를 두는 건 과도한 규제”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19일 국무회의에서 “투기를 잡는다는 명목으로 도입한 불합리한 규제가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면서 “주택법 개정안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논의를 서둘러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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