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역대급 2조 현금 캐시백…소득 관계없이 이자 돌려준다

김남준 2023. 12. 21.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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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은행들이 다양한 사회공헌 방안을 내놨지만, 이번에 발표한 ‘민생금융 지원방안’은 규모나 방식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평가다. 막대한 이자수익에 대한 따가운 사회적 눈초리가 계속되면서 은행들도 좀 더 과감한 지원에 빠르게 합의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다만 지원 대상에 대한 형평성 등의 문제는 숙제로 남았다.


“2조원 지원, 역대 가장 큰 규모”


21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권 민생금융지원 간담회에서 조용병 전국은행연합회장(가운데)이 기념촬영 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왼쪽)과 김주현 금융위원장에게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은행권 민생금융지원 간담회’에 참석해 “총 지원액 2조원은 지금까지 은행권의 민생경제 지원하기 위한 사회적 기여에 있어 가장 큰 규모”라며 “은행마다 경영 여건이 달라 많은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은행권이 중지를 모을 수 있었다는 것은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 2조원이라는 총 지원 규모는 올해 은행권 예상 당기순이익(20조원)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과거 사회공헌 사례와 비교해도 큰 액수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1조원 이상 개별적 사회공헌 한 적 있고 올해는 2800억원을 했지만, 이번이 가장 많다”고 했다. 특히 은행 건전성 우려를 고려하면 출연할 수 있는 최대 재원을 냈다는 분석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지원하는 게 대원칙”이라면서 “1조원 지원 시 은행 보통주자본비율이 0.5%포인트씩 떨어진다는 게 자체 계산”이라고 했다.

지원방식에서도 예전에는 이자 납부를 유예하거나 저리 대출을 늘리는 간접적 방식 많았지만, 이번 지원안은 납부 이자를 현금으로 돌려주는 것이라 더 직접적이고 체감도도 높다.


‘부자 사장님’, 2금융권 지원 형평성 논란


다만 대상을 선정할 때 차주 소득이나 자산이 빠진 점은 논란으로 남았다. 주머니 사정이 나쁘지 않은 ‘부자 사장님’까지 이자 환급 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다. 이와 관련 금융위 관계자는 “자산 및 소득까지 따지면 별도로 신청을 받아 심사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보이스피싱 등이 발생할 수도 있고 기준을 어디까지 잡는지도 문제”라면서 “자산·소득이 높으면 통상 고금리를 받지 않기 때문에 지원 대상에서 어느 정도 걸러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제1금융권으로 지원 대상을 한정하면서, 정작 도움이 절실한 제2금융권과 대부업 대출 차주는 빠졌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은 “(민생금융지원안은) 많은 자영업자가 어려운데도 이자를 냈는데, 그걸로 은행(제1금융권)들이 이익을 많이 냈으니까 그중에서 돌려준다는 개념으로 접근한 것”이라면서 “제2금융권은 연체율도 오르고 좋은 상황 아니기 때문에 은행과 똑같은 (민생금융지원) 모델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는 국회에서 내년도 중소금융권 이차보전 사업 예산(중진기금) 3000억원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이 예산을 활용해 제2금융권(상호금융사·여신전문회사·저축은행)에서 연 5~7% 고금리로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이자 일부를 환급해 줄 예정이다. 지원 내용과 방식과 관련한 구체적 사항은 조속히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또 연 7%가 넘는 고금리 자영업자·소상공인 대해서 금융위는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은행이 심사 후 최대 5.5% 이하 금리 대출로 바꾸어 줄 수 있다”고 했다.

이자 환급을 해주는 대출을 개인사업자로 한정해 가계대출을 받은 자영업자와 형평성 문제도 나온다. 금융위 관계자는 “가계대출까지 지원대상을 확대하면 현재 재원으로 불가능하다”면서 “어려운 자영업자를 돕자는 취지에 비추면 개인사업자대출로 한정하는 게 맞다”고 했다.


도덕적 해이, 총선용 포퓰리즘 비판도


정당하게 번 은행권 이익으로 특정 대출과 금리 구간의 이자를 환급해 주는 것이 신용평가제도를 흔들고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성실하게 신용등급을 관리해온 사람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역(逆)차별이라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총선을 앞두고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이익으로 무리한 포퓰리즘 정책을 펼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주주반발도 우려된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은 “고객이 이탈하는 방식으로 돈을 벌어서는 안된다고 설명하면, 많은 주주가 납득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법으로 해서 이익을 환수하는 곳도 있는데 저희는 그렇게 안하고 은행 사정에 맞게 했다”고 해명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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