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체불' 위니아도 결국 매물로…50살 대우전자 씁쓸한 운명
“튼튼한 품질, 튼튼한 경제 탱크주의가 만듭니다-.”
1990년대 광고 한 토막, ‘탱크냉장고’ ‘공기방울 파워세탁기’ 등 히트 가전을 만들어냈던 대우전자(현 위니아전자)의 기구한 운명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형제 회사’로 나란히 회생절차(법정관리)에 돌입했던 위니아(옛 위니아만도)가 새 주인을 찾는 재매각 절차에 돌입하면서다. 위니아는 김치냉장고 브랜드 ‘딤채’로 유명하다.
21일 위니아는 조기 경영 정상화를 위해 인수합병(M&A) 투자자 유치를 추진한다며 “지난 19일 회생 법원의 승인에 따라 M&A 진행 및 매각 주간사로 삼일회계법인과 계약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회생계획 인가 전 M&A를 추진해 회생 채권을 조기에 변제하고, 회사 운영자금을 안정적으로 유치하려는 시도다.
법률상 관리인인 김혁표 위니아 대표이사는 “김치냉장고 딤채의 브랜드 가치와 미래 도약의 기반을 공고히 해 소비자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니아전자가 부른 계열사 줄위기
이로써 대유위니아그룹은 가전에 진출한 지 10년 만에 관련 사업을 정리하게 됐다. 현대차·기아 등에 자동차 부품을 공급하며 성장한 대유위니아그룹은 2014년 범(凡)현대가인 한라그룹(현 HL그룹) 계열사였던 위니아만도 지분 70%를 약 700억원에 인수하며 가전 사업에 뛰어들었다.
대우전자(당시 동부대우전자)를 품에 안은 건 2018년이다. 1974년 설립된 대우전자는 삼성전자·금성사(현 LG전자)와 함께 ‘국내 가전 3대장’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직후 대우그룹이 부도를 맞으며, 대우모터공업(가전사업 포함)으로 떨어져나왔다.
이후 사명을 대우일렉트로닉스로 바꾸고 ‘클라쎄’ 브랜드로 부활을 꿈꿨지만, 채권단의 매각 추진에 2013년 동부그룹(현 DB그룹)에 넘어간다. 동부그룹도 경영난에 빠지자 현 주인인 대유위니아그룹이 회사를 인수했다. 대유위니아그룹은 사명을 대우전자→위니아대우→위니아전자 등으로 바꿔 달며 종합가전업체로의 확장을 꿈꿨다.
하지만 코로나19의 파도를 넘지 못했다. 2020년 중국 공장이 셧다운 됐고, 코로나19 이후엔 경기 침체가 이어졌다. 연구개발(R&D) 여력도 없어 인공지능(AI)과 초연결 시대에 경쟁력 있는 제품도 만들어내지 못한 것도 패착이었다.
빨간불이 들어온 건 지난해 7월이다. 위니아전자 직원들의 임금·퇴직금을 지급하지 못한 것이다. 이후 위기는 대유위니아그룹의 다른 계열사로 번져갔다. 위니아전자매뉴팩처링, 위니아 등이 줄줄이 법정관리에 돌입했다. 이들 회사의 임금·퇴직금 체불 규모는 460억원대에 달한다.
이중 위니아는 지난달 20일 딤채 생산공장을 재가동하고 ‘2024년형 딤채’ 신제품 생산에 돌입했다. 이번에 회사 매각에 나서며 조기 회생을 시도하고 있지만, 위니아전자와 다른 계열사는 아직 터널 속이다. 위니아전자를 이끌어온 박현철 대표이사는 임금·퇴직금 체불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위니아 측은 내년 3월까지 양해각서(MOU)와 투자 계약을 체결해 회생 계획을 조기에 종료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매각은 회생계획 인가 전 제3자 배정 유상증자의 형태로 진행할 예정이며, 내년 1월 매각 공고와 인수의향서를 받을 계획이다.
이채호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하나의 베스트셀러를 스테디셀러로 만드는 게 모든 기업의 목표이지만, 소비자와 밀접하게 붙어 있어야 가능하다”며 “기업이 기회를 놓치는 일이 반복되고 장기화하면 극복할 수 없는 수준으로 경쟁력이 뒤처지게 된다”고 조언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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