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日 안전신화…도요타 자회사, 충돌테스트도 조작했다

이영희 2023. 12. 21.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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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의 자회사인 일본 자동차회사 다이하쓰공업(이하 다이하쓰)이 20일 품질 평가 부정 문제를 인정하며 국내외 전 차종의 출고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제3자 위원회 조사 결과 신차 안전성 테스트에서 배기가스나 연비 등 다양한 항목의 '조작'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21일 오사카(大阪)에 있는 다이하쓰 본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시작했다.

일본 자동차 회사 다이하쓰의 로고. AFP=연합뉴스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성 간부들은 21일 오전 오사카부 이케다(池田)시에 있는 다이하쓰 본사 건물에서 현장 조사를 시작했다. 전날 발표된 제3자 위원회 보고서에 적힌 문제점들을 확인한 후, 이런 부정이 만연하게 된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부정 행위의 성격이 악질적이라고 판단되면 생산 인증 취소를 포함한 행정 처분을 내리게 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다이하쓰는 1989년부터 30년 이상 다양한 방식으로 안전 시험 결과를 조작했다. 도요타 이름으로 판매된 24개 모델을 포함해 다이하쓰 사업부에서 생산한 64개 모델 모두에서 총 174건의 부정 행위가 발견됐다. 지난 4월 내부 고발자가 다이하쓰가 8만8000대의 소형차에 대한 측면 충돌 안전 테스트를 조작했다고 폭로한 후 진상 조사를 위한 제3자 위원회가 꾸려졌고, 조사 결과 광범위하게 부정이 이뤄지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에어백 제어 장치의 경우, 충돌 테스트에 사용됐던 장치가 실제로 판매되는 자동차에 사용된 장치와 서로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또 운전석측 충돌 테스트를 아예 하지 않고 조수석 측의 시험 결과로 기재하는 등의 허위 기재도 있었다. 닛케이에 따르면 담당자는 운전석 측 테스트를 실시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고 "성능에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해 허위 기재를 했다고 말했다고 보고서는 적고 있다.

21일 오전 일본 국토교통성 직원들이 현장 조사를 위해 오사카에 있는 다이하쓰 본사 건물로 들어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다이하쓰는 1907년에 창업한 일본의 경차 및 총 배기량 1000cc 이하의 소형차를 주력으로 하는 자동차 메이커다. 일본 경자동차 시장의 30%를 점유하고 있고, 1998년 도요타의 자회가사 됐다. 올해 10월 말까지 110만 대의 차량을 생산했으며 이 기간 동안 전세계적으로 약 66만 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이번에 안전 관련 문제가 드러난 모델은 주로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시장과 멕시코, 페루, 칠레 등 중남미 국가들에 수출됐다.

모회사인 도요타 측은 이 문제와 관련해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정 행위의 규모가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커 도요타 역시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다이하쓰가 생산을 중단하면 다이하쓰에서 부품을 납품 받는 마쓰다·스바루 등 또 다른 자동차 회사들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블룸버그는 지난 해 또 다른 도요타 계열사인 히노자동차의 안전 스캔들에 이어 이번에 다이하쓰의 부정 행위가 드러나면서 일본 자동차 업계 전체가 신뢰 위기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트럭 및 버스 제조업체인 히노자동차는 엔진 관련 안전 데이터 조작이 드러난 바 있다.

한편 도요타는 에어백 센서 관련 문제로 미국 등 전 세계에서 판매된 차량 가운데 112만 대를 리콜한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21일 전했다. 대상 차종은 도요타의 아발론과 캠리, RAV4 등 6개 모델과 렉서스의 ES250, ES300H, ES350 등 5개 모델의 2020~2022년식이다.

이들 차량은 조수석 승객구분시스템(Occupant Classification System·OCS)에 문제가 있어 어린이나 작은 체구의 성인이 앉았을 경우 에어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도요타 측은 내년 2월까지 해당 구매자들에게 이를 통보하며 센서를 점검한 후 필요하면 무료로 자동차를 교환할 예정이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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