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칼럼]삶의 허무와 초조를 이겨낼 하나의 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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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돌아보면, 때론 어떻게 1년이 흘렀나 인생이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럴 때, 연초의 아이 사진을 보면 그 허무함이랄 게 사라진다.
일단, 아이라는 존재는 그 자체로 내 삶의 허무와 초조를 몰아내 준다.
그 대신 내가 올해 악기를 하나 배웠고, 운동을 하나 시작했고, 좋은 책을 읽고 독서 기록을 남겼다면 그 자체로 내게 '근본적으로 좋은 것'이 쌓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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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돌아보면, 때론 어떻게 1년이 흘렀나 인생이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럴 때, 연초의 아이 사진을 보면 그 허무함이랄 게 사라진다.
1년이 허무하다고 느끼기엔, 아이는 너무나 잘 자랐다. 매년 쑥쑥 자라날 나이의 아이는 불과 올해 초와 비교해도 몰라볼 정도로 성장했다. 말도 더 또박또박 잘하고, 글자로 더 잘 읽을 줄 알게 되고, 키도 컸다. 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고 있으면, 아무래도 한 해를 허무하게 느낄 수는 없다.
내가 전전긍긍하며 하루하루 버텨내는 동안, 내가 지켜낸 가정에서 아이는 자랐다. 마치 정신없이 비닐하우스를 관리하느라 한 해를 다 보낸 것 같다가도, 그 속에서 풍성하게 열매 맺은 식물들을 보면 뿌듯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과 비슷하다.
때론 등 뒤에서 항상 검은 괴물이 쫓아오고 있다고 느낄 때도 있다. 내가 앞을 보며 부지런히 나아가고 성실히 살아가는 걸 그만두는 순간, 나의 의욕이 꺾이는 순간 그 괴물에게 잡혀버릴 것만 같다. 현실적으로도, 내가 한 달이라도 일하지 않으면 곧장 카드빚에 시달리게 될 것을 생각해보면, 괴물은 모습만 드러내지 않을 뿐 현존하는 게 사실일 듯하다.
그런데 그런 허무함과 초조함을 이겨내는 방법이 있다면, 흩어지는 하루들 속에서 자라는 그 무언가를 찾아내는 일이 아닐까 싶다. 일단, 아이라는 존재는 그 자체로 내 삶의 허무와 초조를 몰아내 준다. 아이가 있는 한, 내 삶은 허무할 수 없다. 이 작은 생명이 씩씩하게 자라주는 데 든든한 토양이자 거름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역시 그보다 단단한 안정감이 없다.
나는 내 몫을 다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불안과 초조함에 시달리더라도, 내 앞에서 웃는 아이를 보고 있으면, 나는 오늘 또 하루치의 힘을 내게 된다. 무기력하게 누워 있거나 삶을 방치해버리지 않을 수 있는 힘을 얻는다. 마찬가지로 내 삶에서 바로 이 아이와 같은 무언가를 몇 개 더 둔다면, 삶을 지켜내는 방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삶의 허무를 달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쌓이는' 무언가가 있으면 좋지 않나 싶다.
올 한 해를 돌아보면서, 그저 회사에 다니고 돈을 벌고 돈을 쓰기만 했다면 아무래도 허무감이 클 수 있다. 그 대신 내가 올해 악기를 하나 배웠고, 운동을 하나 시작했고, 좋은 책을 읽고 독서 기록을 남겼다면 그 자체로 내게 '근본적으로 좋은 것'이 쌓이게 된다. 이런 쌓임은 마치 아이의 자람처럼 내 삶에 무언가를 남겼다고 느끼게 한다. 그리고 그런 '남김' 혹은 '쌓음'에는 약간의 결단 혹은 용기가 필요하다.
다행히도 아이는 일단 태어나면 알아서 큰다는 말도 있듯이, 아이가 자라는 데 부모의 용기가 직접적으로 필요하진 않다. 그러나 내가 새로운 운동이나 예술 하나를 배우기 위해서는, 그 배움으로 나아가기 위한 용기가 있어야 한다. 처음의 어색함을 넘어설 용기, 처음의 어려움이나 미숙함의 부끄러움을 극복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 그러고 나면, 차차 무언가 '남기' 시작한다. 시간이 소비되지 않고 무언가를 남기고 쌓기 시작하면, 삶의 허무도, 초조를 이겨내는 매일의 무기 하나를 가진 셈이 될 것이다.
정지우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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