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교사들 분노하게 한 서울시 교육청

김경희 2023. 12. 21.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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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6개월 단기 연수로 미술 교사 자격증 취득이 가능한가

[김경희 기자]

 미술 수업
ⓒ 조연섭
  
최근 서울특별시교육청 시행 공문 하나가 전국 미술 교사들을 분노로 들끓게 하고 있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이 지난 11월 24일 일선 학교에 발송한 '2024학년도 복수전공 자격연수 대상자 추천 안내(개설과목 확정)' 공문 내용에 따르면 과원 교과인 중국어, 일본어 교사들 중 원하는 교사들에게 재교육을 통해 복수 전공을 취득하게 하겠다고 한다. 취득 가능 교과는 정보·컴퓨터, 미술, 윤리·도덕 중에서 선택할 수 있으며, 재교육 기간은 2024년 3월~8월까지로 단 6개월이다.

이 공문은 SNS로 전국 미술 교사들에게 공유되고 있으며, 일부 교사들은 국회 청원 등의 방법으로 분노와 항의를 전하고 있다.

미술 교사들은 왜 분노할까? 6개월 단기 연수로 교과 자격증을 발급할 수 있다는, 교과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 듯한 교육청의 인식도 문제지만 그 교과가 왜 하필 미술교과여야 할까? 게다가 서울특별시교육청이 지정한 연수 장소는 미술교육과조차 없는 전북 원광대이다. 학과도 없는 원광대에서 미술교육의 무엇을, 어떻게 교육하겠다는 것인지 미술 교사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일부 교과 교사의 과원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교과 과원 문제는 교사들의 책임도, 학생들의 책임도 아니다. 수급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교육 당국에 전적으로 그 책임이 있다고 봐야 한다.

단 6개월의 재교육을 통해 교단에 선 교사들이 과연 교과 교사로서의 전문성을 얼마나 담보할 수 있을까?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과 교사들에게 갈 수밖에 없다. 백번 양보해 중국어, 일본어 교사 복수전공 연수가 필요하다면 영어를 비롯한 다른 외국어 교과 복수 전공이나 비교과영역인 진로 교과가 차라리 합리적이다. 왜 하필 미술 교과인가?

교과 전문성 무시한 정책의 반복 

이번 사태에 대해 미술 교사들이 특히 분노하는 이유는 더 있다. 교육당국은 수년 전에도 부전공 연수를 통해 미술 교사를 충원한 전력이 있다. 과거 교육당국은 1년 재교육을 통해 대학에서 미술교육을 전공하지 않은 교사를 현장에 배치한 적이 있다. 이번에는 1년에도 못 미치는 단 6개월 연수로 복수 전공을 인정하겠다는 것이다(1년이라고 해도 사실 달라질 것은 별로 없지만 말이다).

반복되는 관련성 없는 교과의 미술과 부전공 연수에 미술 교사들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것이다. 미술 교사들은 미술대학이나 사범대학 미술교육과에서 4년 동안 전공 실기, 미술 이론, 동서양 미술사, 교육철학과 교육평가, 미술교육의 역사, 미학 등 여러 영역을 공부한다. 미술 교사로서 가져야 할 자질은 복합적이고, 다른 주지 교과와 다른 특수성을 갖는다.

또 대부분의 미술 교사들은 이미 중고등학교 때부터 전공을 고민하고 전공 적합성을 길러왔다. 교과 지식은 물론 학생들과의 소통에서 꼭 필요한 실기 능력, 감식안, 미적 판단 능력은 단기간에 길러질 수 없다. 단기간의 재교육을 통해 배출된 교사가 교과의 특수성을 고려한 지도와 평가를 할 수 있을지, 다양하고 급변하는 현대미술의 흐름을 제대로 반영하고 학생들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교육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지금도 현장의 많은 미술 교사들은 입시 위주 교육 현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미술교과 모임이나 연수 등을 통해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쌓아가고 있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의 정책처럼 아무나 할 수 있는 미술 교사, 미술교육이라면 미술대학과 미술교육과에서 4년이란 긴 시간을 왜 공부했으며, 임용고시는 왜 존재하는 것인지 대다수 미술 교사들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이는 미술 교육에 대한 교육당국의 천박한 이해를 반영한 정책이자 문화예술 교육에 대한 서울특별시교육청의 현 인식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며, 현재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많은 능력 있는 예비 미술 교사들의 꿈을 꺾는 일이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이 지난 11월 24일 일선 학교에 발송한 ‘2024학년도 복수전공 자격연수 대상자 추천 안내(개설과목 확정)’ 공문. 공문에 따르면 과원 교과인 중국어, 일본어 교사들 중 원하는 교사들에게 재교육을 통해 복수 전공을 취득하게 하겠다고 한다. 취득 가능 교과는 정보·컴퓨터, 미술, 윤리·도덕 중에서 선택할 수 있으며 재교육 기간은 2024년 3월~8월까지로 단 6개월이다.
ⓒ 서울특별시교육청
 
정책 철회 요구 잇따라

교사 재교육 정책이 비단 서울특별시교육청만의 문제일까? 서울특별시교육청이 교육부의 허가 없이 교사 자격증, 수급과 관련된 정책을 독자적으로 시행했을까? 아마도 교육부와 긴밀하게 협의한 후 시행하는 정책일 것이다. 공문에도 '복수전공 희망교과는 시도 간 협의 후 최종 대상자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되어있지 않던가?

그렇다면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다른 교육청에서도 유사한 정책을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실제로 이 글을 쓰는 도중 다른 교육청의 유사한 정책 시행을 위해 예비 조사 공문을 확인한 바 있다).

많은 미술 교사들은 은밀하게 이루어진 교사 복수전공 자격연수 정책 시행에 대해 제대로 연구하고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금도 늦지 않다. 교육부와 서울특별시교육청은 당장 미술 교사들에게 사과하고 미술교과 복수전공 연수 계획을 철회하는 것이 마땅하다.

덧붙이는 글 | 브런치와 전국미술교과모임 밴드에 업로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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