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몸 염증치료나 발치 후에 항생제, 꼭 복용해야 할까? [건강의 시작, 입속 세균관리부터 시작하세요.]

헬스조선 편집팀 2023. 12. 2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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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몸에서 피나 고름이 나고 부었을 때 또는 치과에서 잇몸치료를 했을 때 우리는 일반적으로 약을 처방받는다. 이때 받은 처방전 속에 항생제가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은 90%가 넘는다. 그런데 과연 그 처방이 적정할까? 그 약을 꼭 먹어야 할까?

<출처:클립아트코리아>

잇몸에서 피나 고름이 나며 붓는 증상을 흔히 염증이 발생하였다고 한다. 잇몸만이 아니라 우리 몸 모든 영역에서 고름이 나거나 붓는 증상이 발생하는 것은 (입속)세균, (구강)유해균과 내 몸의 방어기능(면역세포)들이 싸운 결과이다. 우리 구강에는 상주 세균들이 살고 있는데, 유해균이 과다 증식하거나 몸이 피곤해서 면역이 떨어지면 붓고 피가 나며 통증과 염증이 생긴다. 이런 증상을 내 몸 면역균형이 무너진 것이다. 이런 관점으로 본다면 잇몸염증을 발생시키는 구강유해균 제거를 위해 항생제 처방이 타당해 보일 수 있다. 

그렇지만 잇몸염증에 항생제를 바로 먹는 것은 섣부른 판단일 수 있다. 치과에서 하는 잇몸치료란 염증을 일으키는 세균들 덩어리(치태, 플라크, 바이오필름)를 제거하는 것으로 스케일링이나, 치주소파술 등의 술식을 행한다. (매일 하는 칫솔질도 음식물 찌꺼기만이 아니라, 입속의 세균부담을 낮추려는 과학적 행위다.) 즉, 잇몸치료는 물리적으로 구강 내 세균부담을 낮추는 것이다. 

치과에서 헥사메딘 같은 구강소독제로 잇몸 고름이나 잇몸 부음을 소독하는 것은 화학적으로 구강 내 세균부담을 낮추는 것이다. 말하자면, 붓고 피나고 고름이 나와 치과에 갔을 때 치과의사나 위생사가 하는 일이란 물리적, 화학적으로 해당 부위의 세균을 제거해서 내 몸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세균 부담을 낮추려는 행위다. 

붓고 피나고 고름이 나오는 잇몸의 세균부담을 낮추었다면, 다음은 내 몸 전체의 면역력이 해결해야 할 문제다. 즉, 굳이 항생제를 바로 투여하는 것이 아니라, 세균의 부담을 낮추었으니 내 몸의 면역을 믿고 좀 더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잇몸염증으로 치아가 흔들리거나 충치 때문에 치아를 제거해야 하는 발치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발치를 하면 잇몸점막에 상처가 생기는데 이때 열린 점막으로 입속세균이 혈관 내 침투하여 균혈증 같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Lockhart, Brennan et al. 2008) 하지만, 내 몸의 면역이 일정수준 유지되는 한 대부분 일시적인 문제로 끝난다.

이런 이유로 나는 잇몸염증이나 발치 후 항생제를 처방하는 것을 매우 자제하고 있으며, 치과 전체적으로도 자제해야 한다 생각하고 있다. 나의 경우 진료실에서 잇몸염증이 있는 환자에게는 입안 전체 해당 부위를 깨끗이 소독하고 통증과 염증을 경감하기 위한 진통소염제 정도를 하루 이틀 처방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아무 문제 없이 진료를 20년 넘게 지속하고 있다. 

다만, 임플란트 수술을 하거나 골 이식술을 하는 경우는 어쩔 수 없이 항생제를 처방한다. 임플란트나 골이식재처럼 외부물질이 내 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들어갈 때 입속세균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이 불가능 하기 때문에 이때에는 항생제를 처방한다. 여러 통계 문헌에서도 임플란트 수술 후 항생제를 먹지 않으면 임플란트 주위에 염증이 생겨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한다. (Roca-Millan, Estrugo-Devesa et al. 2021)

임플란트 수술 후 항생제 처방하는 것을 최소로 하면서도 문제가 생기지 않으려면, 우선 수술 전·후의 구강위생상태가 매우 중요하다. 진지발리스나 푸소박테리움 같은 구강유해균은 임플란트 수술 후 염증이나 임플란트 주위 뼈가 소실되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Hashimoto, Okada et al. 2022)

또 하나, 잇몸염증을 시중에 판매하는 이*탄, 인*돌 같은 잇몸약들로 버티는 분들이 있는데 이 역시 금물이다. 잇몸염증의 원인은 앞에서도 서술했듯 입속세균 즉, 구강유해균들이다. 먼저 그것들을 화학적, 물리적으로 제거해 세균부담을 낮추는 것이 중요한데 그렇지 않고 약이나 영양제, 나아가 진통소염제나 항생제로 버티는 것은 약의 내성과 약물 부작용만 키울 뿐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 치과에서 잇몸염증이나 발치 후 항생제 처방은 여전히 높다. 우리나라 건강보험 통계를 바탕으로 2002~2018년까지 치과에서 항생제 처방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다. (Choi and Lee 2021)

발치 후 발행된 치과 처방전에서 항생제가 포함된 경우는 90.7% 이다. 항생제 처방량 역시 2002년에 비해 2018년에 50%가량 늘었다. 항생제 종류 역시 광범위 항생제 처방이 늘었다. 

그럼 항생제 처방이 얼마나 적정할까? 항생제 처방된 상황을 직접 볼 수 없고, 처방에 대해서는 진료하는 의사의 고유권한이라, 그 적정성을 완전히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정황적으로 보자면 적정하지 않을 경우가 매우 높을 수 있다. 

세계적으로 모든 항생제 처방을 볼 때, 50% 정도의 항생제가 불필요하게 처방된다고 평가된다. 치과에서의 항생제 처방 역시 높게는 90% 정도까지 적정하지 않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다. (Kim, Oh et al. 2018) 

나의 경우, 임플란트 수술 후 항생제 처방 시 광범위 항생제 처방을 자제하고 아목시실린 같은 항생제를 처방한다. 광범위 항생제는 항생제 내성을 불러올 수 있으나 아목시실린 정도의 항생제로도 구강 내 세균을 충분히 커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까지 문제가 없다. 

늦깎이 박사학위 논문을 원내 의사들 교육을 통해 우리 병원에서의 항생제 처방을 50%가량 줄인 경험을 토대로 썼었다. (Kim, Oh et al. 2018) 이런 경험을 통해 보면 항생제 처방을 줄일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또한 이 외 다른 경험에서도 치과의사들이 항생제 처방에 대한 교육을 받은 후, 항생제 처방이 줄었다는 결과를 확인했다.

항생제 처방문제는 참 쉽지 않다. 항생제는 감기 예방이나 염증 예방을 목적으로 쓰는 약이 아니다. 설령 염증이 있다고 하더라도 섣불리 쓰는 약 또한 아니다. 항생제는 염증이 대폭 커져서 내 생명을 위협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될 때만 쓰여야 하는 약이다. 물론 그 판단이 참 어렵긴 하다. 의사는 수많은 경험이 필요하고 환자도 스스로의 면역을 믿어야 하고, 의사-환자 간의 신뢰가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내 몸이 내 몸과 함께 서식하는 미생물과 동반자, 즉 통생명체(.holobiont) 라고 생각한다면 미생물에 대한 믿음과 기다림이 필요할 것은 분명하다. 

늘 같은 곳. 건강의 시작, 입속세균관리, 건강의 기본 잘 먹고 잘 싸기이다. 약은 꼭 필요할 때만 최소로, 모든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은 구강면역 장면역을 위해 복용해야 한다. 구강에 오래 머물게 하는 기본적인 습관과 생각을 언제나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기고자: 사과나무의료재단 사과나무치과병원 김혜성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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