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국가대표 해병대 캠프, 문체부-체육회 갈등만 부각

김태훈 2023. 12. 21. 11:2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파리올림픽 앞두고 진행된 '원 팀 해병대캠프' 20일 수료식
부정적 여론 속 유인촌 문체부 장관도 "구시대적 발상" 지적
육상 높이뛰기 우상혁이 20일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에서 진행한 2024 파리올림픽 대비 ‘원 팀 코리아 캠프’ 훈련 수료식에서 빨간 명찰을 받고 있다. ⓒ 대한체육회

공감을 얻지 못한 부정적 여론 속에 진행된 국가대표 선수 해병대 캠프가 사흘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대한체육회는 “국가대표 선수들이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에서 진행한 2024 파리올림픽 대비 ‘원 팀 코리아 캠프’ 훈련을 마치고 20일 퇴소했다”고 알렸다.

이날 오전 진행된 수료식에는 장재근 국가대표선수촌장, 주일석 해병대 제1사단장, 국가대표 선수단 등이 참가했다.

퇴소하는 선수들은 해병대의 상징인 빨간 명찰을 받았다. 중대별 우수 교육생으로 선정된 양궁 김우진과 펜싱 오혜미, 유도 이승찬, 김하윤에게는 표창장도 주어졌다.

주일석 사단장은 “지난 3일간 병영 체험이 선수에게 많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 다가오는 파리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을 더욱 힘껏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장재근 선수촌장은 “이번 ‘원 팀 코리아 캠프’가 선수들이 한층 성장할 기회가 되길 희망한다”며 “남은 기간 파리올림픽을 향해 다 함께 최선을 다하자”고 말했다.

시작 전부터 논란이 됐던 ‘원 팀 코리아 캠프’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지난 10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해단식에서 해병대 캠프 얘기를 꺼냈다. 당시 이 회장은 2024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거둔 아시안게임 결과에 내용에 다소 아쉬움을 나타내면서 “나를 포함한 국가대표 선수단이 해병대 훈련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전, 단결, 협동을 교육하고 두려움 극복 교육을 실시하겠다는 대한체육회는 정말 해병대 캠프를 선택했다. 그러자 ‘구시대적인 발상’, ‘선수단 부상 우려’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카메라 앞에서는 웃음을 보였지만, 소속팀 관계자 등을 통해 “내가 하는 훈련도 이것만큼 힘들다. 이곳(해병대캠프)에 와서 이 훈련하는 동안이나 수료 이후 또 회복해야 할 시간을 생각하면 시간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손실이 크다”고 토로했다.

현재 각 종목 선수단이 파리올림픽 국가대표로 확정된 것도 아닌 시점이라 이 회장과 대한체육회 결정은 더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역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과학적인 종목별 훈련으로 기량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이런 방식은 구시대적인 발상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하계 올림픽에 대비하려면 선수들이 역량을 발휘할 맞춤형 훈련 방법을 더 연구해야 한다. 엄동설한에 선수들 부상 우려도 있다. 정신력 강화는 (진천)선수촌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간섭한다는 말이 나올 것 같아 지켜봤지만 시대에 맞지 않는 방법이다”라고 꼬집었다

유인촌 장관까지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비판, 대한체육회가 추진했던 해병대 캠프는 결의를 다지는 시간 보다는 무리한 훈련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오히려 해병대 캠프를 기점으로 유 장관의 부정적 발언까지 나오면서 문체부와 대한체육회의 계속됐던 갈등 관계만 더 도드라지게 됐다는 반응이다.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 ⓒ 뉴시스

정권을 가리지 않고 최근 대한체육회와 문체부의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올해만 해도 충청권 유니버시아드 대회 인사 갈등, 스위스 로잔연락사무소 설치 등의 사안으로 갈등을 빚었다. 또 대한체육회는 문체부 내 체육국을 없애고 15개 부처의 체육 업무를 통합한 '국가스포츠위원회' 신설을 주장했고, 문체부는 체육회의 '국가스포츠위원회' 설립 주장에 대해 "정부 내에서의 신중한 논의와 국회 입법 절차를 통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20일에도 갈등이 드러났다.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를 열고 2028년까지 국민 일상 스포츠 참여율 70%, 스포츠 강국 주요 7개국 달성, 국내 스포츠 시장 105조원 돌파 등을 목표로 하는 스포츠 진흥 기본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날 이 회장은 불참했다.

오히려 대한체육회와 회원종목단체, 시도 체육회, 시군구 체육회 등 체육단체는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구성 및 운영과 관련한 문화체육관광부의 일방적 업무 추진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는 공동 성명을 냈다.

체육단체는 성명서에서 "체육인이 참여하는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로 개편이라는 국정과제가 발표되었음에도 문체부가 체육단체와의 협의 없이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를 독단적으로 구성해 민간위원 참여의 의미를 퇴색시켰다"고 주장했다.

문체부는 대한체육회의 성명서 발표에 대해 "민간위원 검토 과정에서 여러 경로로 전문가 추천을 받았고 최종적으로 체육회 추천 인사가 위촉되지 못했다. 위촉은 정부의 고유 권한으로 체육회가 일방적으로 불참을 통보하고 성명서를 발표한 것은 공공기관으로서 부적절한 행동으로 매우 유감이다. 추천한 인사가 무조건 반영돼야 한다는 건 과도한 요구"라고 대응했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